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6개월된 딸이 절 살린 이야기.ssul

Agnet2023.12.21 14:18조회 수 14648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저와 제 아내는 사람 많은 곳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피한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도 아직 안갔습니다. 사람 좀 빠지면 갈려고, 9월 말쯤 갈 생각이지요.


며칠 전 그날 밤도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아내가 왕산해수욕장에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밤마실, 좋지요. 집에서 왕산해수욕장이 꽤 거리가 있다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그래도 아내가 가고싶다 하니,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딸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길을 나섰습니다.


날이 더운데도 그날은 해수욕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있는 정도였지요.


애기띠에 딸을 안고 아내 손을 잡고서 백사장을 걷던 제 눈에, "잔치국수 2900원" 이라는 팻말이 보였

습니다.


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팻말이었죠.

게다가 사람이 가장 배고픔을 느낀다는 시간, 자정무렵.


황급히 아내에게 차에서 내 지갑을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 딸을 안고 있으니 움직이기가

매우 덥도다! 하는 핑계와 함께 말이죠 :)


잠시간의 실랑이 끝에 -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니가 가라 내가 갈까 싫다 당신이 가라 뭐 그런 거 - 결국

아내는 같이 가면 될 일을 그런다고 입이 댓발쯤 나와서 지갑을 가지러 갔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텁니다.




그 이후의 기억이 없습니다. 아내가 차에 지갑을 가지러 가고나서 땀을 식히려 평상에 앉았던 기억은

나는데, 그 뒤의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나는 거라면, 어느 순간 제 품에 잘 안겨있던 딸아이가 벼락맞은 마냥 거세게

울기 시작했고, 그 순간 번뜩 정신이 들었다는 겁니다.


제 딸아이는 집에서는 놀기도 잘 놀고 배냇짓도 잘하지만 밖에 나오면 순둥이입니다. 잘 울지를 않습

니다. 


근데 그런 아이가 벼락맞은 마냥 울어제끼는 통에 제가 정신이 들었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제 무릎

가까이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이 발에 바닷물이 닿아서 울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와서 생각해봅니다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게

딸은 이제 생후 6개월이 갓 지난 터라 안았다고 해봐야 발이 제 허리께에 닿습니다. 그것도 뻗어야

닿습니다. 근데 제 무릎께에 찰랑이던 바닷물에 닿았을 리는 없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정신이 든 저는 황급히 돌아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거의 다 나와서 몇걸음만 더 가면 백사장이다 싶었을 때, 뭔가가 제 발목에 감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가늘은 뭔가가 제 발목을 휘감고선 놔주질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울다가 울다가 조금씩 잦아

든 상태였고, 저는 발목에서 찰랑이는 바다에서 엉거주춤 서있는 자세가 된거죠.


식은땀은 계속 흐르고, 발목은 아무리 힘을 줘도 떨어지질 않고, 아주 강하게 힘을 주면 어찌 될

것 같지만 엎어지기라도 하면 딸이 다치니까. 


그 때 다행히 저 멀리서 아내가 오더군요. 후광이 보일 정도로 반갑더라구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보야를 외치며 여기로 좀 와달라고 팔을 휘저었습니다.


아내가 다가와서 제 손을 잡고 낑낑대며 당겼는데, 이윽고 다행히 발목을 감고있던 뭔가가 풀리면서

발이 떨어지더군요.


얼마나 무섭던지.


그리고 그 때, 제 귓가에 희미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딸 참 잘뒀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나지막하고도 비웃음이 실린 것 같은 그런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하네요.



아내는 보약이라도 한채 해먹여야겠다고 웃었습니다만, 저는 사실 아직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식은

땀이 납니다. 딸아이가 울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무튼, 밤에 바다를 가는 건 역시 무섭습니다. 고향이 부산 바닷가라 친구들 몇몇을 바다로 보낸

경험이 있어서, 광안리 밤바다에서 본 것도 있는데 무슨 깡으로 그 시간에 밤바다에서 그러고

있었는지... 


글이 참 길어지긴 했는데, 아무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밤바다, 운치있고 참 좋지만 항상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03 실화 이병장의 장난5 욕설왕머더뻐킹 11363 2
202 미스테리 좌우 대칭에 집착하던 친구4 title: 하트햄찌녀 11501 3
201 실화 오싹한이야기: 군대에서...4 욕설왕머더뻐킹 11535 2
200 실화 무덤 앞 약수터3 욕설왕머더뻐킹 11555 3
199 사건/사고 진짜 충격적인 여수 층간소음 살인사건5 title: 하트햄찌녀 11568 3
198 실화 한국의 폐가들.jpg3 title: 잉여킹냠냠냠냠 11614 1
197 혐오 약혐)쥐고기먹은 후기.jpg7 내이름은유난떨고있죠 11617 3
196 실화 너무너무 무서웠던 엄마가 주워온 전신거울 이야기 2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11645 0
195 사건/사고 멕시코 승무원이 경험한 실제 사건7 title: 하트햄찌녀 11682 3
194 실화 엄마2 우다 11705 1
193 미스테리 [공포,소름주의]소름돋는 무서운 사진들&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한 사진들 2 1 메테우송 11747 0
192 실화 태국의 화장(火葬)9 title: 하트햄찌녀 11801 2
191 실화 전 여친의 피부샵 귀신 썰14 익명_7bfe6b 11819 8
190 실화 여우 얘기3 욕설왕머더뻐킹 11825 3
189 실화 강화도 모녀 살인사건 놈이랑 구치소에 있었던 썰2 title: 하트햄찌녀 11849 4
188 사건/사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형수5 title: 이뻥태조샷건 11882 4
187 미스테리 지난 몇세기 동안 많은 점성술사들이 2020년에 큰 변화가 있다고 예언.jpg8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독도는록시땅 11897 2
186 실화 사람이 살수없는 집(약스압) 4-23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2018 5
185 혐오 <<주의>> 썩은 동물의 내장을 먹는남자11 title: 하트햄찌녀 12119 2
184 실화 네비가 안내한 공동묘지5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12127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