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11년전 그 편의점에서

패륜난도토레스2024.03.09 18:09조회 수 140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매년 이맘때쯤 코끝이 시린 추위가 느껴지는
시기가 되면 늘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1년전 제가 야간알바를 하던 여대생 때의 일입니다.


그 편의점은 늘 손님이 많았다.
건물 지하나 바로 옆건물이 나이트나 단란주점이라
새벽 4-5시전까진 정신없이 바빴다.
그날 역시 5시 넘어서야 조금 한가해져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아주머니
두명이 들어왔다.

지금도 눈감으면 떠오르는 강렬한 의상.
핑크색 비닐 점퍼에 쫙 달라붙는 얼룩무늬 쫄바지.
다른 한분도 비슷한 의상이라 난 한눈에 알아봤다.

'아줌마 두 명이 카바레 가려고 벼르셨군.'

하지만 지친 표정에 두 사람은 헌팅이 잘 안되었는지
눈쌀을 찌푸리며 던힐 두갑을 주문했다. 지폐를 주는
손에선 짙은 화장품 냄새와 술 냄새, 담배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4천원입니다."

잔돈을 받아든 아주머니 두명은 한 갑씩 나누더니
어두운 길거리로 나섰고 마치 두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서있던 흰색 소나타 택시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원래 저 위치엔 택시가 잘 안서는데
일행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그렇게 몇주가 흘렀을까.
출근해서 앞치마 입고 인수받고 있는데 못보던
전단지가 매대앞에 있었다. 경찰서에서 보낸
공문 같았다.

"이게 뭐야?"
"아, 언니. 아까 경찰분들이 신원미상 시신인데
목격자 찾는다고 붙혀달래요. 근데 좀 징그러워서.."
"음?"

전단지엔 화성에서 발견된 사체 한구인데 지갑과
신분증이 없어 택시 강도 피해자로 추정되나

신원을 알 수 없다는 간략한 문구와 함께 시신의

얼굴, 옆모습 그리고 입고있던 옷사진이 나란히 있었다.

"헉..."

얼굴은 누구에게 맞은듯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부어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옷 만큼은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흙이 잔뜩 묻어있는 분홍 점퍼와
얼룩말무늬 쫄바지... 그 아줌마였다.

순간 머리가 뭐에 맞은듯 어지러워지면서 속이 미식거려서

그 자리에 덜썩 주저앉아버렸다.
전단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택시 강도가 의심스럽다면
내가 봤던 그 흰색 소나타가 그 범인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몸이 너무 떨려왔다.

결국 며칠 후 경찰에 신고했고 그 날 일을 다 털어놨지만
시간이 지나 너무 지나 이미 그 날 편의점 cctv 영상은

삭제된지 오래였고

(주인이 구두쇠라 테잎 3개를 돌아가면서 녹화를 했었다)

내가 택시 번호를 기억 못하는 이상

더 이상의 단서는 찾기 힘들거 같다는 내용만 들었다.

결국 미제로 끝났단 얘기를 듣고 난 알바를 그만뒀다.

학업 문제로 둘러댔지만 사실은

만약 그날 택시 번호라도 봤다면 억울한 아줌마의
한을 풀수 있을지도 몰랐을텐데라는 죄책감과


어쩌면 범인이 내가 이 곳에 일하면서 자신을
봤다고 착각, 해코지할 수도 있겠다라는 무서움
때문에 더이상 그 곳에서 일 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1년이 흘러 이젠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가끔 난 꿈을 꾸곤 한다.


그 날, 담밸 사고 나가는 두 아줌마를
밖에 택시가 이상하니 다른거 타고 가시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날 ...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3690 사건/사고 시흥 여동생 살인사건.jpg1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2101 1
13689 사건/사고 신안 무연고 사망자들11 욕설왕머더뻐킹 50055 6
13688 혐오 뱀 포획하기11 title: 하트햄찌녀 56239 5
13687 사건/사고 (사진주의) 사막에서 7일 버티다 발견된 남성시신11 title: 하트햄찌녀 2896 4
13686 혐오 오징어 먹을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11 title: 하트햄찌녀 2741 3
13685 사건/사고 안동 커터칼 사건이 자연사인 이유11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10093 2
13684 기묘한 (사진주의) 일본의 흔한 av10 title: 하트햄찌녀 2314 2
13683 사건/사고 가평계곡사건 고 윤상엽씨와 가해자 이은해 사건당일영상10 title: 하트햄찌녀 6820 4
13682 실화 귀신 노래방에서..... 소름책임집니다10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4854 5
13681 실화 혼자 등산가면 안되는 이유 체험 하고옴10 오레오 15899 3
13680 사건/사고 광주상고 1학년 故 문재학10 title: 섹시킴가산디지털단지 7790 4
13679 실화 산에서 돈 주웠는데 이거 뭐냐10 title: 하트햄찌녀 1736 4
13678 혐오 아이들 죽인 씨랜드 사장 근황10 title: 하트햄찌녀 2008 4
13677 혐오 코카인의 위험성10 안녕히계세요여러분 4868 3
13676 Reddit 소름) 할아버지집에서 명함찾음.reddit10 오레오 19972 2
13675 혐오 (약혐) 일당 백만원짜리 청소10 영길사마 1636 3
13674 2CH 마네킹의 집10 title: 메딕제임스오디 768 2
13673 사건/사고 대구 상인동 살인사건 최연소사형수 장재진10 title: 펭귄47 2842 2
13672 실화 초딩시절 폐창고를 탐험하다 겪은 이야기10 title: 하트햄찌녀 1348 2
13671 사건/사고 이영학(어금니아빠) 살인사건10 title: 하트햄찌녀 1647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