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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골어(無骨魚)

title: 팝콘팽귄닮은살걀2024.04.29 14:10조회 수 114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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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생선들 좋아하시나요?특히 등푸른 생선에는 DHA 및 오메가3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건강식단으로 꼽히는데요.그런데 생선속의 그 가시 때문에 한번씩 고생하신 기억들이 계실겁니다.
그런데 최근 뼈없는 생선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하는데요.자세한 것은......"



어느날부터 였을까,이렇게 꼬여버린건...
단순히 먹기 편하도록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어렸을때부터 귀찮다고 생각했어.
양념에 재워서 발갛게 익은 은갈치조림,고소한 냄새가 콧속을 괴롭히는 조기구이.......
허겁지겁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려서 병원신세도 여러번 지었었지.
해양어류학 쪽으로 꿈을 돌린것도 생각해보면 전부 그 때문이었어.언제나 동기와 발단은 이렇게 간단하고 허무하게 시작하지...
최교수님과 만난것이 행운이었지...아니,지금 생각해보면 불행이었나.
유전학에 조회가 굉장히 깊으셨어.특히나 동물게놈연구에 대해선 아마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혔을거야.
어느 술자리날,난 잔뜩 취해서 내 마음을 완전히 까발리고 말았지.
날 쳐다보시는 교수님을 보고 아차-싶었지.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들었으면 나라도 어이없었을거야.
그런데 교수님은 전에 본적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셨지.
'그럼 만들면 되지'라고.
몇일 후 진짜 교수님이 날 부르셨었지.그것도 개인연구실에 말이야.
믿을 수 없었어.교수님은 자신의 사생활에는 철저하게 고립된 분이셨거든.
교수님은 별다른 말씀도 없이 바로 시작하자고하셨어.그때 나도 혈기가 끓어올랐는지 흥쾌히 응했지.
금전적조건은 완벽했고,나의 어류학에 대한 열성과 교수님의 집념은 금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지.
첫 실험작은 붕어로 시작했어.
골세포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법이었지.뼈가 없어진 것만 치면 대성공이었어.
단지 붕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산채로 흐트러져 버린 것만 제외하고 말이지.
우리는 단순히 뼈를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근육의 형상유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걸 알았지.
다음 실험대상은 뱀장어였어.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그럼에도 단단한 육질을 가진 어류니깐,충분히 가능성이 보였어.
역시!뱀장어는 뼈가 없음에도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쳐 다녔지.스스로 일으킨 물살에 몸이 부서지는 일따윈 없었어.
연이은 다른 물고기들의 무골(無骨)화가 성공했고 나와 교수님은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나날이었지.
그러던 어느날,교수님과 단둘이 성공을 축하하는 술자리를 가졌었지.그때 교수님은 말하셨어.

"이 실험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야.아마 한국유전학계에 큰 발전을 가져다 주겠지.전부 자네덕분이네!"

"하하 무슨말슴이십니까,전 한것도 없는데요."

"아니,자네의 그 발상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못했어!.........그런데 말이지....."

어쩌면 그때 확실히 말했어야 했어.

"이것을 발표한다면 난 큰 명예와 돈을 얻겠지...그런데 자네는,자네의 꿈은 아마 이루어지지 않을거야.이런 유전자변형생물에 대한 윤리문제,사회의 편입견은 지독하지.이것이 대중의 입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할꺼야..."

"하하하!아이고 난 또 뭐라고,전 괜찮습니다.그런거 전부 어렸을때 망상같은거 였어요.지금은 연구성과만으로 벅찹니다."

그때 날보던 최교수님의 눈빛이 생각나....술에 잔뜩 취해서 풀려있었지만 나에 대한 동정이 깃든,그런 눈이었어.
얼마후,매스컴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석해졌어.난 방송출현과 안티들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미처 교수님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지.
교수님은 눈에 띄게 수척해 지셨지만 난 단지 세간에 시달려서 그런가보다 라고만 여겼어.
한 한달정도 지나서였을까-
밤중에 교수님에게 전화가 왔어.'우리집으로 와줄 수 있겠나?자네 혼자서,꼭 혼자서 와야하네' 하고 말이지.
교수님답지 않게 어눌한 목소리가 신경쓰였지만 난 홀로 차를 몰고 교수님집으로 향했지.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불은 꺼져있었고........아아....
나,난......그때 차라리 보지 말았어야 했어!불을 켜선 안됐었어!그런다고 무언가가 바뀌진 않았겠지,하지만 그래선 안됬어!
최교수님은.....허물어져 있었어.
그걸 슬라 뭐라고 하던가?RPG게임의 그 괴물...완전히 사람의 형상을 한 푸딩처럼 변해있었던거야!
손발이 문어발처럼 구불텅구불텅하게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었고 복부가 파전처럼 바닥에 퍼져서.....옷가지가 간신히 형상을 지켜주고 있었어.
교수님은 그나마 인간의 형상이 남아있는(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는)얼굴을 들어서 날 올려다보셨지.
척추가 없어 기다랗게 뽑아나온 목끝에,턱이 마치 낙타혓바닥처럼 주륵 내려않아 이빨없는 잇몸으로 교수님이 말하셨어.

"와,와나 자헤?(와,왔나 자네?)"

그래도 교수님은 역시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시기 시작했어.
한달전,그 술자리에서 헤어지고나서 교수님은 나몰래 연구실에 가신거야.그리고 고등어한마리를 구워서 드신거지.날 위해서,우리들의 무골어가 시중에 팔릴 수 있도록 자신의 몸으로 증명하고 싶으셨던거야!
하지만...설마...이렇게 될거라고는...차마...
교수님은 길게 늘어진 혀를 힘들게 움직여서 말씀하셨어.

"즈,즈사은 며시칸부터 시자해네.(증상은 몇시간전부터 시작했네.)
나으 유저자가 벼녀되느 기하는 하달가량..(나의 유전자가 변형되는 기간은 한달가량...)
이,이커시 사라드르으 이페 드러가면 아해!(이,이것이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면 안돼!)"

교수님은 민달팽이처럼 기어서 나에게로 다가왔어.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지.

"이,이헤 히카니 업서.홋 나느 흐트허지거야!그헌헤...(이,이제 시간이 없어.곧 나는 흐트러질거야!그전에...)

빠져나올듯이 둥그런 교수님의 눈알이 가리킨 곳엔.........삽이 한자루 놓여있었다.

"그,그,그허로 할...!(그,그,그걸로 날...!)

하,할 수 없어!나한텐 아버지같은 분이셨다고!아무리 그래도 내손으론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고..!
교수님의 육체는 점점 붕괴되기 시작했어.물고기와는 다르게 인간은 육지를 걸어다니지.중력의 차이가 물속을 헤엄치는 어류와는 천지차이였던거야..........
퍼지는 정도를 견디지 못하고 내장이 살을 비져나와 바닥에 널부러지고...고통에 몸부리치는 손발은 지렁이마냥 바닥을 굴렀지...이미 얼굴은 주름진 살덩어리로 변해서 긴목에 달랑달랑 붙어있었고.........눈알이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져...

"파휘이이이이이이~~~~~~~~!(빨리이이이이이이~~~~~~~~!)"

어느세 내손엔 삽한자루가 들려있었고,내두눈과 코,입에서까지 채액이 줄줄흘러내렸지......흑흑.....
그,그건 정말.....그래,난 사람을 죽인거야.내 두손으로 사람을....그것도 교수님을.....
최교수님의 흘러내리려는 대뇌에,난 비명을 지르면서 힘껏 내리찍었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손엔 피뭍은 삽과,'내장덩어리같은 것'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지.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았어.....이대로 영원히,영원히 않아있었으면......
그런데 눈치채고 있지 못했지만,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어.TV가 켜져있었던거야.
난 일어나서 거실을 지나 방안으로 들어가 TV를 봤지.뉴스가 나오고 있었어.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생선들 좋아하시나요?특히 등푸른 생선에는 DHA 및 오메가3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건강식단으로 꼽히는데요.그런데 생선속의 그 가시 때문에 한번씩 고생하신 기억들이 계실겁니다.
그런데 최근 뼈없는 생선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하는데요.자세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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