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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0년 -1

짱구는옷말려2024.06.18 16:25조회 수 65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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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 단편입니다.









오늘도 병철의 발걸음은 무겁다.

아니 보통의 다른 날 보다도 그의 퇴근길은 더 힘에 겨운 듯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한걸음 한걸음 내딪는 발걸음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퇴근 후 동료들의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궂이 집으로 가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아냐 오늘은 도저히 술을 마시고픈 기분이...."

그렇게 거절을 하긴 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냥 따라 가는 것이 나았을까 하는 씁쓸함이 새어나오곤

했다.

돌아가는 퇴근길은 누구라도 잡고 하소연이라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인지 느릿느릿 더뎌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연락할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떠올려 보지만, 왠지 실없이 느껴지자 꺼내들려던 주머니속의

전화기를 그대로 놓아두게 만들었다.

거의 매일 걷는 걸음수도 틀리지 않을 역으로의 발걸음.

왠지 집으로 가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고, 어느새 멍한 정신을 차려보니 전철안에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를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금방 귀찮아진다.

그저 멍하게 밖으로 던지던 시선에 생각을 싣는 중이었다.

어두운 배경에 빨리 지나치는 가로등 불빛 뿐.

무엇하나 제대로 보이는게 없다.

유리에 반사되는 퀭한 얼굴이 보기싫을 정도로 한심스럽다.

'2주일인가.....'

그랬을 것이다.

상사로 부터 제품 불량 혁신 기획안을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끝도 없어 보이는 야근을 반복하고

오늘까지 지내온 숫자가 2주일.

이내 병철씨의 입가가 뒤틀린다.

'다시 작성하라고? 이 씨발놈이...'

자신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상사의 비아냥 거리는 면상이 눈앞까지 다가와 있는 듯 했다.

자신도 모르게 손잡이을 쥔 손에 뿌득 하는 힘이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역은 사당 사당...'

상사로 향하는 분노가 자신을 뒤덮고, 시야가 잠식될려는 그 때 전철의 방송은 원래의 세계로 병철씨를

돌려세웠다.

방향을 돌려 전철안을 나온 병철씨는 서서히 이동하는 전철을 뒤로 하고 힘이 없는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생각은 오직 지내온 2주일에 대한 것 뿐...

역을 나와 한참을 걷다 보니 슬슬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듯 했다.

어느새 집 근처 까지 다다른 그.

담배 생각에 주머니에 손을 넣자 아무것도 잡히는게 없다.

곧이어 회사 책상에 두고온 담배갑이 생각이 나자 자신도 모르게 뭔가가 씨부려진다.

발걸음을 걸어온 방향으로 돌린 병철씨는 망설임 없이 걸어온 길을 나아갔다.

행선지는 아마 편의점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금새 편의점앞에 들어선 그가 점원에게 담배를 주문하고 받아 들어 나온것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찰칵 찰칵'

포장을 뜯고 담배에 불을 붙히며 한 모금 깊게 빨아드리고 내뱉는 한숨은 굉장히 깊었다.

그러자 돌연 시선이 가는 곳이 있었으니 편의점 유리벽에 걸린 복권의 당첨액.

'일 십 백 천 만....'

고개를 까딱이며 마음속으로 숫자의 단위를 새어본다.

'120억 이라....'

엄청난 액수였다.

'이월인가....저런 액수가 어떻게 나왔지...'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일이라 느껴지자 생각은 길게 가질 않았다.

그저 왔던 길을 터벅터벅 돌아가며 쓴웃음 정도로 감상을 내뱉는 정도랄까...

돌아가는 길은 연거푸 피운 담배 두가치 만큼의 시간으로 충분했다.

병철은 저 만치 보이는 빌라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자 손에든 담배의 불씨를 털어내고 바닥으로

비벼끄는 것이었다.

입구로 거의 다다르자 멀리서 보이던 그림자의 모습을 잠깐 동안이지만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중절모를 쓴 남자.

'야밤에 어디 드라마 촬영하나?'

문득 언젠가 보았던 한 드라마에서 멋들어지게 섹소폰을 불던 중년의 사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검은색 정장에 타이를 하지 않은 흰 셔츠.

턱과 귀 밑을 잔뜩 덥은 억세보이는 희고 검은 수염에 웃고 있는 듯 치켜 올라간 입꼬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중절모 밑으로 어둠이 내려 있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자 그 눈은 나를 보며 싱긋 웃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50대는 족히 넘긴 중년이었다.

"120억 이라고?"

"예?"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는 대답과 몸의 반응이 중년에게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

싱긋 웃는 그 웃음은 역시나 나를 향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이었다.

"120억이면 된다고 생각하나?"

"......."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문득 자신도 모르게 두어걸음 뒷걸음질 치게 되었다.

'뭐야....?'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은 병철에게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지?"

어느새 앞까지 왔지 라고 느끼기도 전에 중년의 한 손은 병철의 어깨에 올려져 있었다.

"왜 그러시죠?"

"후훗."

중년은 나머지 한 손도 병철의 어깨에 올리고는 시선을 병철의 눈과 맞추는 것이었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

"........"

하지만 병철의 동의는 필요치 않아 보였다.

중년은 어깨에 올렸던 손을 그대로 병철의 목을 감으며 어깨동무를 하고는 정해지지도 않은 장소로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곧바로 그에게서 알 수 없는 향수의 진한 내음이 전해졌다.

출근길 근처 남자들의 기분나쁜 향수랑은 다른 것이었다.

산뜻한 향에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이 내려가는 듯 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걸음을 같이 하는 병철은 슬슬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폭력배 인가....'

병철은 이끌리듯 강제로 걷는 와중에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행여 술에 취해 술집에라도 가서 외상술을 마신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오래된 일이 아니더라도 그럴일은 없었다는 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아니한가?

"그렇게 불안해 할것 없어."

싱긋 웃던 웃음은 사라진 채 였다.

어느새 놀이터의 벤치앞에 서있는 자신을 알 수 있었다.

중년은 벤치에 양팔을 펼치듯 걸치고 털썩 주저앉아서는 고개짓으로 병철을 부르는 것이었다.

"앉아."

얼굴엔 좀 전 그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병철은 벤치에 비추어지는 가로등 불빛 때문에 몰려든 벌레들이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에 잔뜩 몰려 있는

것을 싫어도 볼 수 있었다.

"제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건가요?"

병철은 앉는 대신 물음으로 답했다.

"볼일?"

"........."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묻는 표정은 짜증이 날 정도였다.

무얼하자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왔으며 지금 이게 무얼 하자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갈려는 찰나였다.

"볼일이 있긴 하지 자네의 10년에...."

"예?"

중년은 펼쳐둔 팔을 모아 깍지를 끼며, 병철을 올려다 보았다.

"120억이 많다고 생각하나?"

"........"

병철은 한동안 중년의 시선에 응하고 있었다.

"왜 하필 120억 인가요?"

"왜긴. 자네가 아까 마음속으로 그리던 숫자니깐."

고개를 갸우뚱 옆으로 기울이며 물어오는 중년.

병철은 이 노인네가 어떻게 내 생각을 알고 있으냐 하는 것이 더 알고 싶은 것이었다.

'내가 편의점 앞에 있는 것을 본건가?'

둘 사이는 한 동안 말이 오가질 않았다.

"아까 제 10년이라고 하셨죠?"

"그렇지."

"제가 과거에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과거?"

"예..혹시 제가 기억 하지 못하는 그런...."

병철은 자신도 모르는 기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시질 않았다.

"음...."

중년은 깍지 낀 그대로 한숨을 크게 뱉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자네 과거에는 관심이 없어. 앞으로 살게 될 자네의 10년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또 한 번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중년이었다.

"자네에겐 지금 당장 120억이 필요한가?"

"예?"

"그정도면 되겠느냔 말이지."

"........."

어찌되었든 120억은 상당한 액수이다.

평생이라는 단어를 넣고 계산을 해봐도 그런 숫자는 쉽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어렵게

암산 따위를 시도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자네가 마음속에 그려둔 숫자가 120억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상관 없어.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숫자를 늘려줄 수 있지."

"혹시 제게 준다는 말씀이신가요?"

"빙고!"

".........."

"이제 좀 이야기가 될 것 같지?"

싱긋 웃어보이는 중년.

인상만으로는 남자인 병철도 호감이 가는 남자였다.

적의나 기타 다른 의도를 전혀 숨기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시원한 웃음이었다.

주름이 저렇게도 멋드러지게 미소를 그려내는구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상대에 대한 경계가 사라지자 병철의 머릿속에는 120억 이라는 숫자가 아주 깊게 되새겨 지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도대체 왜? 또는 어떻게? 라는 끝없는 물음도 병철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저랑 장난치시는 겁니까?"

"뭐?"

그때까지 익살맞던 중년의 얼굴이 그대로 일그러지며,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떤 연고가 있어서 제게 그런 거금을 주시겠다는 건가요? 지금 제가 당신이라면 황당하지 않을까요?

그냥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일 따위의 농담은 아니란 것은 본인이 더 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

"훗...무슨 드라마도 아니고...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오래된 재벌 친구다 라는 따위 농담은 아예

하지도 말아주시죠."

병철은 잠시나마 진지하게 받아드렸던 자신이 웃겨서 코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는 그대로 중년에게서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봐!"

등뒤로 들리는 중년의 목소리따윈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았다.

괜히 입맛만 씁쓸해지는 기분나쁜 허탈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미친놈...."

나즈막히 그 소리가 새어나오자 그나마 씁쓸하던 입맛이 가셔가는 것 같았다.

그러자 괜히 담배가 생각나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와 라이타를 찾기 시작했다.

곧바로 바지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들고 한대 입에 물었지만, 라이타는 도대체 어디있는지 바로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어? 어디있지...'

온몸을 뒤져봐도 라이터는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걷는 시선을 잠깐 들어 앞을 보니 이미 빌라 현관앞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제와 라이터를 찾아 담배를 핀다 해도 집안에선 담배를 피지 않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고 있는지라

입구앞에 서서 피울 생각을 하니 괜히 욕구가 줄어 드는 것 같았다.

'젠장...'

병철은 담배에 대한 미련을 접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갈려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 때 였다.

"이것 찾나?"

익숙한 목소리.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중년이라는 것은 눈 앞 입구 가로등에 서있는 그를 보며 확신 할 수 있었다.

손에는 병철의 연두색 플라스틱 라이터를 흔들어 보이고 있는게 아닌가...

'언제..?'

방금 앞을 본 터였다.

그런데 어느새에 그 자리에 가서 서 있는 걸까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금방 나올만 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중년의 목소리.

"나는 말야 두 번 묻거나 하는 걸 싫어해."

".........."

"마지막으로 묻지. 제안을 들어볼텐가 그냥 담배나 한 대 피고 집으로 들어갈텐가?"

이미 담배는 물건너 갔다

병철은 그의 제안을 듣지 않는다면 왠지 후회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중이었다.







어제 편의점에 갔다가 로또 전광판 보니 생각나서 그냥 휘갈겨 봤네요.

그닥 재미는 없을 거예요.

실화는 소재 부족으로 잠정 중단이요....

벌여놓은 글들 마무리 해야 하는데..

요즘은 참 게을러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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