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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사라진 당직부관

title: 금붕어1현모양초2024.07.24 16:15조회 수 131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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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눈팅만 하다가 요즘 게시판이 흥하지 않아서 제 얘기를 써봅니다.

지금부터 쓸 얘기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일어난 실화입니다.



저는 파주 근처에서 포병 생활을 했습니다.

때는 제가 상병이었던 어느 여름의 밤이었습니다.

날도 덥고 며칠 전에 비가 와서 포상(포를 넣어두는 인공 둔덕)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죠.

밤이 되면 풀벌래와 개구리 소리로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후임과 근무를 서고 있었죠.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야간에는 중대에 '당직사관'과 '당직부사관'이 있고, 대대 상황실에는 '당직사령'과 '당직부관'이 있지요.

우리 포대가 초병근무를 했던 탄약고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대대 상황실을 지나서 가게 됩니다.

근무 교대를 위해 올라가던 도중, 상황실에서 나오는 당직부관을 만났습니다.

저와는 그리 친하진 않았던, 그냥 몇 번 안면이 있던 하사였습니다.

기본적인 절차인 수화를 하고...



당직부관 : 근무 교대 가는 거냐?

본인 : 네, 어디 가십니까?

당직부관 : 아, 당직사령 지시로 대대 순찰 나간다.


이때부터 조금 불안한 마음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본인 : 혼자서 가십니까?

당직부관 : 그냥 바람도 쐬고, 애들 바빠서 혼자 나간다. 근무자들 기다리겠다, 어서 올라가 봐.

본인 : 충성, 수고하십시오.


그리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불안한 기분을 떨쳐내고 근무교대를 했습니다.

다음 근무자와 교대도 무사히 마치고 포대로 내려와서 총을 무기고에 넣고, 뽀글이나 하나 먹으려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다 먹고, 내무실 들어가면 더울 거 같아서 바람 쐬려고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날 유난히 더워서 잠자긴 글렀다고 생각했었죠. 그냥 이대로 밤을 셀 생각이었습니다.

근무자가 그 후로 한 번 더 바뀌었었죠.

제 다음 근무자가 내려와서 총을 넣고 들어간 그때, 대대 상황실에서 연락이 내려왔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당직부사관이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받다가 조금씩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더니 자고 있던 당직사관을 깨우면서 말하더군요.


당직부사관 : 전포대장님(당시 당직사관의 본래 직책), 일어나셔야 합니다.

당직사관 : 왜....?

당직부사관 : 당직부관이 행방불명이랍니다. 방금 대대에서 당직부관이 여기 안 왔냐고 연락왔었습니다.

당직사관 : 응? 뭔 소리야?


밖에 있던 저는 당직부관이 사라졌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5분대기조가 출동하고 각 포대에서 중간 짬 정도 되는 병력들이 나와 대대를 수색했습니다.

2인1조로 ㄱ자 플래쉬를 들고 대대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저와 짝이 된 고참은 대대 본부와 우리 포대가 이어진 곳을 수색하고 있었지요.

그 근처에 취사반이 있는데, 거길 지나가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으...으으으...으...으....


마치 사람과 고양이의 중간 정도 되는 신음소리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본인 : 박 상병님, 이상한 소리 안들리십니까?

박상병 : 무슨 소리?

본인 : 잘 들어보십시오. 으..으...이런 소리 안들리십니까?


제 말에 박상병님도 귀를 기울이다가 그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묘한 그 소리 때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게다가 그 근처에는 풀벌레 소리도, 그렇게 시끄럽던 개구리 소리도 전혀 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직 그 불길한 신음소리 뿐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넒은 풀밭 공터에서 작게, 하지만 기분나쁜 그 소리를 우리는 조심스럽게 따라갔습니다.

그 소리는 취사반 뒷쪽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취사반에 가까이 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공포물을 상당히 싫어하는 박상병님은 그냥 가자고 저를 말렸지만, 저는 그냥 참고 취사반으로 향했습니다.

취사반은 산이었던 한 부분을 깎아서 터를 만들고,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깎인 부분과 건물은 상당히 좁게 붙어있었고, 거기에 배수로를 뚫어놓았죠.

그 신음소리는 바로 그 배수로에서 들렸습니다.

옆에서 박상병님은 가자고 저를 자꾸만 잡아 끌었습니다.

완전히 어두운 취사반 뒤 배수로에 플래쉬를 비춰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몸이 꼬깃꼬깃 접혀진 채로 배수로에 박혀 있는 당직부관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두 눈은 완전히 뒤집혀서 허옇게 드러나 있었고, 입에서는 신음소리와 함께 거품을 물고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당직부관한테 플래쉬를 던질 뻔 했습니다.

비명도 안나올 정도로 놀랐고, 박상병님은 아예 주저앉더군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저 배수로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리고 몸도 진짜 문자 그대로 '접혀' 있었습니다.

저와 박상병님은 바로 대대 상황실로 올라가 보고했습니다.

당직부관이 취사반 뒤에 파놓은 배수로에 박혀 있다고.......말이죠.

수색하던 모든 인원이 삽질로 취사반 뒤에 있는 흙벽을 파내서 당직부관을 꺼냈습니다.

그때까지도 당직부관은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곧 군의관의 명령으로 의무병들이 의무실로 옮겼고, 저희들은 해산했습니다.



그 후로 한달간 그 하사는 간부숙소에서 안정을 취했지만 부대 생활 적응이 쉽지 않았고, 결국 다른 대대로 전출을 갔습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수로 건장한 성인 남성을 그 좁디 좁은 배수로에 넣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당직부관이 무엇을 봤는지,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건 본인이 말하지 않았기에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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