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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뻐지기 위해서...

title: 풍산개루돌프가슴뽕은2024.08.09 17:52조회 수 52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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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1일

이제 다음주면 고등학교에 진학이다.
난 설레는 마음을 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또 친구한명없이 쓸쓸한 졸업식을
맞이하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언니가 내게 자기가 잘 아는 점쟁이가 있다면서
그 점쟁이를 찾아 가보라고 하였다.

점쟁이는 생각보다 젊었고 그녀는 대번에 나의 고민을
알아채고는 내게 거울을 건네주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여기에 도움을 청해봐."

그리고 난 그걸 감사히 받아들었다.

그때 점쟁이가 내게 뭐라고 말했는데

"그걸 사용하는데에는 아주 심사숙고의 결정이 필요할거야.
만약 가벼히 사용하다가는 다시는 되돌아 올수 없는 실수를
선택하고 말테니 잘 생각하고 사용해."

란 말이였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난 그 거울을 책상서랍 깊숙히 넣어두고 잊어버렸다.







1998년 3월 5일

드디어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제 암울했던 중학시절따인 잊어버리자.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 아직은 떨리지만
그래도 용기를 갖고 한명한명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보자.
내가 진실되게 행동하면 아이들도 곧 알아주겠지...


1998년 3월 6일

오늘로써 고등학교 생활 이틀째인데도 아직도 내 주변엔
친구가 한명도 없다. 벌써 저쪽에는 여자애들 무리가 모여서
뭔가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난 그곳에 가서 낄수가 없다.
다가갈 용기가 안난다...

하지만 이러면 안돼!
달라지기로 했잖아.

용기를 내서 다가가볼까...?



1998년 3월 7일

어제 용기를 내서 다가가간 보람이 있었는지
어제 그 수다를 떨던 여자애들중 한명이 날 옥상으로
불러냈다. 혹시 내게 무슨 비밀이야기라도 하려는 걸까?
남자친구 이야기? 호감가는 이성? 생각만 해도 기대된다.
난 성심성의껏 답변해줄 요량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옥상에는 그 여자아이가 날 목빠지게 기다렸다는듯이
표정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내가 "안녕? 근데 무슨일로..."라고 말하려는 찰나.
갑자기 내 뒤에서 발로 문을 쾅 차고 다수의 여자애들이
몰려들어왔다. 그리곤 내 머리를 붙잡고는 땅에 쳐박은
뒤에 질질 끌었다.

볼이 바닥과 마찰되어져서 살이 깍이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여자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재밌다고 웃고 떠들기 바빴다.

난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날 불러냈던 여자아이는
패거리들 틈에서 날 내려다 보며 웃고 있었다.

난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지만 그 여자아이는 이내
표정을 바꾸더니 발로 내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야! 이 못생긴 뚱보년아! 내가 너같은 거랑 상대해줄거 같아?"


그렇게 한시간동안 맞은 후에 난 겨우 풀려났다.
교복이 엉망이 되었고 온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난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린뒤에 한바탕 크게
울었다. 그리고 옥상을 내려왔다.







1998년 5월 1일

이젠 난 반에서 명실공히 왕따였다.
여자아이들은 물론 이젠 남자애들 까지도 날 깔보고 욕했다.
심지어 내가 화장실에 갈라치면 뒤따라 오더니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마자 내 치마를 들어올리거나 물을 끼엊었다.

점심시간에는 내 도시락에 운동장에서 가져온 모래흙을 뿌려 먹지도
못하게 해놓는건 일상다반사이며 수업시간에는 괜히 날 쿡쿡 뒤에서
찌르는 남자애들도 있었다.



1998년 5월 3일


이젠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난 수업시간도중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왜 날 그렇게 괴롭히는 거야!"

반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며 날 쳐다보았고 수업을 하고 있던 선생님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셨다. 그때 난 뒤늦게서야 실수한걸 알아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고 선생님은 나중에 날 따로 교무실로
불르셨다. 몇마디를 나눈후 난 교실로 돌아왔고 내 책상위에는 꽃다발과
함께

[넌 영원한 돼지야. 못생긴것아] 란 편지지가 놓여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귀가를 한 상태였다.

교실의 한구석에서 난 울었다. 그리고 그때 문뜩 떠오른 한마디가 있었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여기에 도움을 청해봐"

난 그길로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서둘러 책상서랍을 뒤졌고 책상서랍 깊숙한 곳에서 그 거울을
꺼내들었다. 점쟁이에게 받아온 그 거울을...

거울을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러나 역시 그냥 평범한 거울이였다.
난 실망한 기색으로 그 거울을 그냥 침대위에 던져놓고는 화장실을 갔다.

다녀온뒤 다시 한번 거울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달랐다. 거울속 내 모습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거울속 내모습이 아주아주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괴기해 난 순간 모르고 바닥에 거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 끔찍한 모습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서두러 잠을 청했다.




1998년 5월 4일

간밤에 악몽이라도 꿀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푹 잘자고 일어난 나는
시간을 보니 생각보다 많이 늦어져서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학교를 가는 길.... 평소같았으면 등교하는 길에서도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히죽거리면서 가는 학생들이 대다수일텐데 오늘은 그런 아이
들이 없었다. 아니 다들 날 쳐다보며 남자애들은 입을 벌리고 "와~" 라는
모습을 보였고 여자애들도 몇몇은 나를 쳐다보면서 시선을 놓을줄 몰랐다.

난 이상한 생각에 서둘러 학교를 갔고 교실에 들어서자 반 아이들 모두가
내게 다가오며 큰소리로 말했다.


"어서와~ 얼마나 기다렸는데"
"네가 오길 얼마나 기다렸다고. 우리 매점가서 뭐좀 사먹자!"
"야! 오늘 방과후에 노래방 가기 어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영문을 몰라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내 양팔을 잡고는 매점으로 끌고가 버려서 말할 타이밍 조차
잡지 못했다. 매점에 간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다른 애들이 내것을 사가지고 와서 내게 먹으라고 주었고 난
그걸 먹었다.

그 아이들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날 놀리고 때렸던 우리반 여자애들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대했다.
그리고 평소라면 기분나쁜 벌레취급을 하며 근처에 다가오려 하지도 않았던
애들이 오늘은 옆에 찰싹 붙어 떨어질줄을 몰랐다.

그때 매점 앞을 지나가는 남학생중 한명이 우리쪽을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내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말했다.

"저거봐. 널 쳐다본거야."
"저 선배 정말 잘생기지 않았니?"
"넌 이쁘니까 저 선배와 사겨도 잘 어울릴꺼야."


뭐? 내가 이뻐?


난 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더니 여자애들이 하나같이
"넌 이뻐." 라는 거였다.

그리고 난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았다.


거울속에 난 없었다.
대신 아주 이쁜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거울속의 난 항상 축 쳐져있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서 이쁘게 입고리가 올라가 있었다.

눈매는 커졌으며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웠다. 살도 빠져서 매우 날씬했다.


난 계속해서 내 얼굴인데도 다시 만져보고 또 만져보았다.
거울속의 난 내가 아니였지만 나였다. 지금은 이 모습이 나였던 것이다.



1998년 8월 3일

이제는 명설공히 우리반에서 가장 이쁘고 잘나가는 여학생이자 공부도
톱클래스에 들게 된 나는 학교의 자랑거리이자 주변남학교에서는 선망의
여학생이 되기도 하였다.

반 여자애들은 나를 추종하였고 남학생들도 나의 추종자 들이였다.

과거, 그렇게 날 놀려댔던 아이들이 이제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옆에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였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실컷 노래를 부르고 난 후에 집에 돌아온 나는
책상서랍속 다이어리를 꺼내다가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집어든 나는 한동안 거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거울속에는 이쁜 내모습이 있었다. 지금의 내모습이.


그때 점쟁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걸 사용하는데에는 아주 심사숙고의 결정이 필요할거야.
만약 가벼히 사용하다가는 다시는 되돌아 올수 없는 실수를
선택하고 말테니 잘 생각하고 사용해."

도대체 뭘 조심하라는 걸까. 나는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이 거울을 보고 난 뒤로 난 계속 이쁜 모습으로 지냈고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학업에도 열중할수 있었고 성격도 몰라보게
밟아졌다. 그런데 뭐가 나쁘다는 거지? 뭘 조심하란거야.


이제 난 유명인이다. 학교에선 가장 잘나가는 여학생이자 선생님들
한테도 인정받는 수재에 이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사회생활에서도 잘 해나갈것이다.

"이제 이런 거울은...."


필요없지 않을...까?



난 어두운 밤에 집을 나섰고 집 근처의 하수도에 거울을 보자기에
싸서 버렸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밤에...

이제 아무도 예전의 날 알지 못하겠지.
증거도 없으니. 이제 난 평생 행복하게 살 면 돼.






행복하게....
























"....라며 소녀는 그렇게 그 후에도 쭈욱 학교에서 인기인으로 잘 지냈다고 하더군."

긴 생머리...칠흙같은 빛을 띈 머리색을 지닌 장신의 한 여학생이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자 주변의 다른 학생들은 모두 넋이 나간듯이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탄식이 터져나오면서 주위가 시끌씨끌해졌다.


"와~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그래. 내가 바로 그 점쟁이였지."

"하지만 넌 학생이잖아?"

"아, 그땐 점쟁이였어. 부모님 대신 말이지"

"그런데 그 조심하란 건 뭐였어?"


다른 학생들 모두 그 조심하라는 거에 대해 궁금해 하는 눈치를 보이자 그 긴 생머리의
여학생은 훗 하고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 거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추악함을 가두는 일종의 보관함 같은거야.
그러니까 외모가 추악하거나 마음이 추악한 사람이 그 거울을 보게되면 자신의 마이너스
감정들과 외모들이 그 거울에 담겨지고 반대로 좋은 감정과 아름다움이 대신 생기는거지.

하지만 그 거울은 잘 다루지 않으면은 자신에게 큰 피해를 줘. 거울은 어디까지나 보관함
이지 영원할순 없거든. 거울에 자신의 추악함을 담은 그 순간 거울은 자신의 분신이 되는
거야. 그래서 절대로 소중히 다뤄야 하지. 거울을 잃어 버리거나 부수게 되면은...."


다들 침을 삼키며 그 다음말을 기다리고 잇었다.


"어떻게 되...는데..?"


"그건 직접 보면 알게 될 거야."


하며 그 여학생은 손가락을 모여있는 학생들의 사이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모두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하여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그 손가락을 가리킨 곳에는 단정한 컷트머리에 한눈에 봐도 이쁘고 늘씬한 몸매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여학생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유미야..."

"소히..네가 말한 그 여학생이..."

"유미였어?"


"그래. 그리고 이제 그 거울의 반동의 여파가 곧 드러날거야."



"반동의 여파라니...!! 그 거울은 내가...하수구에 버렸어! 이제 난 평생 이 모습으로...!"

"미안한데. 내가 아까 뭐라그랬지? 잃어버리거나 부숴지면은...?"


"부...부숴지면 어떻게 되는데?"


"그 거울은 부숴지면 거울을 사용한 사용자도 똑같이 되게 되어있어. 이른바 공동운명체지.
그리고 너의 그 거울은 몇일전에 도로 한구석에서 산산조각이 나 있더군."


"아....아...."


"그게 네 운명이야."


"아니야!!!!!!!!!!!"






꺄아아아아악!!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마치 못볼걸 본듯 질겁을 하며
도망갔다. 아니야 란 마지막 외마디 단말마를 끝으로 유미란 그 여학생은 온몸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 부서져 내리고 말았던 것이였다.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소히라는 여학생은 가만히 눈을 감고 말하였다.


"그러게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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