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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귀신보는 여자 - 길

샤샤샤2024.09.01 08:57조회 수 7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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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엔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아니면,

내가 그것들을 몰고 다니는 것 일수도...





“ 귀신에 홀린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

그 치가 떨리는 공포를..................느껴본 적이 있니? “











기독교이신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아주 잠깐 교회에 다녔던 적이 있었다.

남들처럼 신앙적 믿음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말예배뿐 아니라 새벽예배와 철야예배까지 빠지지 않고 나갔던걸 생각하면

아마 그 당시 내 나름대로는 꽤 열성적 이였던 것 같다.


사박사박.....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새벽녘...

늦잠을 자다 교회에서 보내준 차를 놓쳐버렸던 나는 이른 새벽 사박사박 내려앉은 눈 위로

어지러운 내 발자국들을 남기며 혼자 교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슴푸레한 새벽 하늘과 땅들이, 마치 원래 둘은 태초부터 하나였다는 듯 같은 색상을 뽐내다가

이내 내 입 속을 맴돌다 하얗게 서려 나오는 입김과 함께 얼어버릴 만큼의 차가운 추위를 만들어

내 살결을 칼로 베어낼 듯 위협하고 있었다.

그 추위에 짐짓 놀란 내 몸이 한껏 웅크려 들었다가 또다시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상쾌한 공기에

온몸을 쭉 펴내기를 여러 번 반복하니 점차 몸에 활기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성경책과 찬송가를 넣은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답답해 보일 만큼 두꺼운 점퍼에

둘둘 말아 올린 목도리에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는 교회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큰 빌딩이 즐비한 도로 가의 안전한 길을 두고서 외지지만 가까웠던 지름길을 선택한 내 앞에

드디어 양 갈래의 그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의 왼쪽은 교회로 빠르게 질러가는 지름길 이였고

이 길의 오른쪽은 그리 높진 않지만 경사가 꽤 심한 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자 어느 순간부터

황폐하게 버려진 작은 등산로가 있던 곳이었다.

난 서슴없이 왼쪽 길로 몸을 돌려 교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박사박 뽀드득 뽀드득.......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오로지 내 발자국만이 외로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 어! 이상하다...... 왜 산길이 나오지?





이상하게 한참을 걷던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저 멀리 빨간빛을 반짝이며 날 반기고 있을

교회의 환한 십자가 표시가 아니라 거친 산길로 올라가는 등산로의 초입이었다.





- 분명..왼쪽 길로 온 거 같은데.... 휴.....길을 잘못 들었나...?





분명 왼쪽 길로 들어섰다 생각했던 나는 느닷없이 나타난 산길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돌려 지금껏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

그리고 다시, 양 갈래 길 앞....


역시 왼쪽으로 들어섰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오른쪽 길에서 빠져 나오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 아...잠이 덜 깼나 봐....이 멍청이!!





정신을 차리려 여러 차례 고갯짓을 한 후 큰 숨을 쉬어 내쉬고는

당연한 듯 나는 내가 되짚어왔던 오른쪽 길을 벗어나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박사박....




조용한 새벽 공기 사이로 내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져나갔다..

그리고,





- 하....이게 뭐지...왜 또 산길이야....?





분명 되짚어왔던 길의 반대쪽으로 들어섰는데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또다시 등산로의 초입이었다.

다 떨어져나간 나무판자위로 새겨진 등산로라는 세 글자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내 두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 휴.... 이게 도대체 뭐야....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잠시 그곳에 멍하니 있다가 다시금 발길을 돌렸다.


또다시 양 갈래 길 앞..


난 이번엔 매우 신중해야 했다. 숟가락을 어떤 손으로 들더라? 연필은 어느 손으로 잡지?

오른손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봤다.

그리고 뇌의 명령에 따라 반응한 오른쪽 손을 가만히 펴보았다.

이 손의 반대쪽 손 방향..... 그래 그곳이 왼쪽 이였다.

나는 몸을 틀어 내 발자국이 어지러이 그려져 있는 그 길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길 끝에서 내가 또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여전히 휑하고 어두운 바로 그 산길이었다.

상황이 이쯤까지 오자 어느새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그리고 뼈 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온 몸을 엄습해왔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산길을 향해 걷고 또 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 반대쪽 길을 걸어도... 또 다시 돌아와 그 길의 반대쪽 길을 걸어도....

마치 양쪽 길이 그 산길에서 만나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산길을 향해 있었다.

두려움에 쉴새 없이 흘러대던 눈물이 추위에 얼어버려 양 볼에 얼얼한 통증을 유발했다.

어느새 나는 가방에서 성경 책을 꺼내 가슴팍에 안고는 주기도문을 하염없이 외우며 걷기 시작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에 임하옵시며....

아..다음이 뭐지? 뜻이 하늘에서? 아니 일용한 양식이던가?






공포심에 매일을 하루같이 외워대던 주기도문까지 잊은 나는,

잠시 걷던 것을 멈추고 주기도문의 다음 구절을 생각해내려 안간힘을 썼다.

마치 주기도문을 외우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아 이 순간 주기도문을 잊어버린

내 자신에게 너무 분하고 화가 났다.

소리 없이 그러나 하염없이 흘러대던 눈물이 순간 펑 하고 터져 올라왔다.






- 으와왕.....엄마.....흑 흑흑......






그렇게 눈물이 터져 나오자 꼭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리기 시작했다.

다닥다닥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차디찬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 근데....


나 이 상황에 왜 자꾸 걷고 있는 거지?


아니, 처음 한 두 번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집에 돌아갔어도 됐잖아....


이미 새벽 예배 시간도 훨씬 지났을 텐데....난 왜 자꾸 걷고 있는 거지? ‘








그랬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만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는 내 두 다리......

분명 주기도문을 생각해내기 위해 난 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었는데....

내가 의식도 하지 못한 사이에 난 또다시 걷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저 멀리....

아까부터 날 부르던 그 여자에게로......






================================================================================= ♡


안녕하세요 쥬쥬짱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가 20대에 막 들어선 겨울날 겪었던 이야기 입니다.

당시 할머니의 영향으로 열심히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요..

새벽 기도를 가다가 저렇게 귀신에게 홀려 버렸네요..

발끝까지 내려오던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애처로운 듯 저를 바라보던 그 애절한 눈빛과는 다르게 다 썩어빠진 까만 이들 들어내며 웃어대던

그 여자의 입만은.... 정말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길로만 미친 듯이 나 있던 발자국들......

아마, 그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전 꼼짝없이 그 귀신에게 홀려 얼어 죽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그 곳을 헤맨 지 3~4시간 만에 간신히 교회에 도착했고..

눈썹에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얼어붙어있던 몸을 녹이고는 난생처음 안수기도란 것을 받아보았네요!

그 후, 두 번 다시 새벽기도를 나간 적이 없으며...

아마도 그렇게 점점 교회와도 멀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에 애정과 관심을 주시고 더불어 용기와 추천까지 주셔서 많이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또 물어보실 까봐.. 미리 말씀 드리는데요!!

쥬쥬짱의 모든 글은 소설이 아닌 제가 직접 겪고 있는 실화입니다...!!

자꾸 소설이라고 쪽지 보내시는 당신!!


혹시.....





“ 귀신에 홀린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

그 치가 떨리는 공포를..................느껴본 적이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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