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꿈이 나를 부른다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4.11.24 22:49조회 수 1142추천 수 1댓글 1

    • 글자 크기


같은 장소를 계속 꿈에서 마주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한 번 꾼 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악몽이건 평범한 꿈이건, 별 상관 없는 꿈이라도 언제나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대개 옛날에 살던 집이나 친구, 혹은 친척의 집 같은 곳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기억에 없는 곳임에도, 자주 꿈 속에 나타나는 곳도 있다.

학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친구 S가 나에게 해 준 이야기다.



그는 어릴적부터 꿈만 꾸면 늘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한다.

약간 서양 같은 느낌의 평범한 단독주택으로, 2층짜리 집이었다.

언제부터 그 집이 나오는 꿈을 꿨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그 집 꿈을 꾸면 [아, 또 여기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S에게는 무척 사이가 좋은 K라는 친구가 있었다.

집도 근처고, 부모님끼리도 사이가 좋았기에 서로 집을 왔다갔다 하며 매일 붙어다녔다.

좋아하는 만화도, 게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도 같았다.



성적도 비슷했고, 키나 몸무게도 고만고만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평소처럼 둘이 놀고 있는데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 꿈을 꾸면 언제나 똑같은 집이 꿈에 나와.]



그런데 그 말을 들은 K가, 자신 역시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종이를 꺼내 꿈에 나온 집의 배치도를 그려서 보여줬더니, K는 자신도 그 집이 꿈에 나온다도 대답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무래도 둘은 꿈에서도 같은 집을 보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둘은 기묘한 호기심에 사로잡혀, 서로 꾼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집은 생각보다 꽤 넓어서, 4, 5인 가족이 살 법한 크기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1층 귀퉁이 방만큼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린 치기에서였는지, 둘 중 누가 먼저 그 방에 들어가는지를 경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부터 악몽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식칼을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를 피해 도망다니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귀신에게 쫓긴다거나 하는 꿈 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1층 귀퉁이방까지 다가갈 여력이 없다.

거기에 S와 K의 사이도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완전히 똑같은 꿈을 꾼다는 것에 신나, [우리 전생에는 형제였던 거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점차 꿈에 관해서는 서로 말을 피하게 되었다.



S의 말로는, [서로 너무 닮았다보니 솔직히 나도 좀 기분이 나쁘더라.] 는 것이었다.

[얼굴이 닮은 건 아니지만, 나랑 K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 같은 게 있었어.]

그건 K도 마찬가지였는지, 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전화로는 자주 통화도 하고, 오다가다 마주칠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동아리나 진로에 있어서는, 서로가 다른 선택을 하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서로 다른 생활 환경 때문에 둘 사이는 꽤 소원해졌다고 한다.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K에게서 오랜만에 연하장이 와 있었다.

연하장에는 K가 키우던 개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아, 쵸코 아직 살아 있구나.]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그리워졌다.

연하장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글이 한 줄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K의 필적으로 작게 글씨가 써져있었다.

[그 방이 나를 불렀어. 내가 먼저 갈게.]

그 말을 보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S 역시, 며칠 전 그 방이 자신을 부르는 꿈을 꿨던 것이었다.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주기로 그 집에 관한 꿈은 꾸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날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을 걷고 있는데, 웬지 모르게 [아, 지금이라면 그 방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S는 결국 그 방에 가지 못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전화가 와서 잠에서 깼던 것이다.

겨울방학이 지나 학교가 개학하고, 다시 S가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K가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었다.

자취하던 아파트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었다.



혹시 K의 행방에 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에, S는 모른다고 밖에는 답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이야기를 해 봐야 누구 하나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그로부터 반 년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K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가 조금 멀어졌다고는 해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해 온 친구의 실종에, S는 외로워서 도저히 기운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추월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한 마음 역시 있었다.

[다시 그 방이 나를 부르는 때가 온다면, 이번에는 꼭 나도 거기로 가 볼거야. 거기엔 K 녀석이 날 기다리고 있겠지...]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228 단편 수상한 오피스텔2 아리가리똥 1179 3
1227 2CH 사망 사고 현장1 スペシャリスト 1337 3
1226 실화 학생 나 좀 도와줄래?3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443 3
1225 실화 퇴근길에 탔던 택시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806 3
1224 기묘한 혈경대2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726 3
1223 실화 저도 밤놀에 처음쓰는 얼마전에 예비군에서 겪은이야기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398 3
1222 실화 어우령 고개 MT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222 3
1221 2CH 새벽에 잠 안올때 읽으세요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3063 3
1220 실화 김해 삼방천 귀신1 앙기모찌주는나무 1289 3
1219 사건/사고 상가 살인 사건 괴담,,1 title: 메딕셱스피어 2586 3
1218 미스테리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관한 미스테리한 일화,,1 title: 메딕셱스피어 1582 3
1217 실화 유령이 자신의 죽음을 진술한 이야기1 title: 메딕셱스피어 1549 3
1216 실화 악마에게 빙의 당한 여인3 금강촹퐈 2170 3
1215 기묘한 영국 노포크 공작을 괴롭힌 공포..1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1196 3
1214 실화 무병 앓고 있는 주말알바녀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3932 3
1213 실화 안녕하세요. 저는 부동산쪽에 일하는사람입니다.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2956 3
1212 실화 귀신을 믿지 않는 내가 사람이 죽어도 뭐가 있구나 하고 느낀 사건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2092 3
1211 단편 인터넷에서 봤던 무선운 이야기3 히히호호 2304 3
1210 실화 홍천 흉가글쓴 사람인데 무속인한테 귓말옴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4597 3
1209 2CH 잊을 수 없는 대화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2446 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