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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군대 그리고 고양이.

title: 연예인1오바쟁이2014.12.02 07:07조회 수 1170추천 수 2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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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군대라고 하면 어린친구들이나 여자들은 얼룩무늬 패턴 옷에 검녹색으로 위압감을 넘어 혐오스럽게 위장한 얼굴의 사내들이 


활엽수 잎을 헬멧에 꽂고 잔기스가 곳곳에 있는 칙칙한 총과 함께 오지에서 훈련하는 이미지를 상상하곤 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려는 곳은 2년간 복무했던 곳으로 언론은 물론 그곳의 명칭을 얘기하면 모두 '아 거기'라고 반응 할거라 단언하고 



 

(참고) 


단정하고 깔끔, 훤칠한 사내들이 얼룩덜룩한 전투복이 아닌 깔끔한 '제복형' 근무복을 입고 의전행사등을 진행했던 곳이다. 





때는 200x년 8월. 


군대에는 '5분대기조'라는 긴급조치 조가 편성이 되어 항시 대기한다. 


줄여서 '오대기'라고도 하는데 이들의 임무와 의미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영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 예를들어 탈영, 침입, 총기발사상황 등이 발생했을때 5분 안에 출동을 해야 하기때문에 


평소, 주말을 막론하고 항시 무장을 한 상태로 생활을 한다. 


이야기 흐름을 봐서 알겠지만 5분대기조에 편성된 4일이 되는 날이었다. 







아스팔트가 뻘겋게 달궈져 지나가던 개미도 익어버릴 듯한 날씨에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밥을 먹기란 그야말로 고역이다. 


분명 임금님 수라를 차려줘도 군인 특유의 날티나는 어투로 '♥까♥♥'을 외치며 밥상을 엎어버리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지원추격조였던 나는 몇술 뜨다만 식판을 그대로 잔반통에 부어버린 후 부사수 김일병과 함께 


서울한복판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에 대한 의문점을 품으며 '군디스'에 불을 당겼다. 





"고병장님 쫌있으면 휴가지 말임다?" 


"휴가 안가고 그냥 빨리 전역하고 싶다..." 


"아 솔직히 기다리시지 말임다?" 


"안기다려 안기다려" 


"그럼 휴가 저 주시면 안되겠슴까? 다음 휴가때 여자친구랑 팬션 가기로 했지말임다" 


"그 말 들으니까 내가 휴가를 알차게 써야 할 이유가 생긴거 같아" 





영양가 없는 20대 초반의 병사들의 대화를 끝낸 후 내무실에 들어가 침상위에 뻗으며 '아으 ♥같다'를 외치는 찰나 


엄청난 굉음이 가슴을 울렸다. 






파------앙!! 







"야 나와!!" 





본능적으로 내무실 문을 박차고 상황실로 향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이잉 


"야 빨리뛰어!!" 


"오대기! 오대기!!" 


"장비챙겨 이 ♥♥아!!" 


"뛰어 뛰어 뛰어!!" 


뒤늦게 터진 사이렌이 긴장감을 조성했고 막사 복도는 오분대기조 요원들의 찢어지는 고함소리와 


덜그럭 거리는 장비소리, 그리고 둔탁한 군홧발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상황실에 들어가 탄을 배급받고 미니버스에 탑승했다. 2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난 상황이다. 





미니버스에선 조장이 무전기와 시계를 연신 번갈아 보다 임무 브리핑을 시작했다. 


"야 ♥♥ 잘들어 영내 폭발사건이야 근무자 전달로는 사고같으니까 쫄진 말고. 야 박남욱!" 


"이..이병! 박! 남! 욱!!" 


"너무 긴장하지마 그러다 2차 사고 발생하니까" 


"예...예!! 알겠습니다!!" 



박남욱.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에서 만화를 전공한 녀석이다. 아마 자대배치를 받은 뒤 온갖 잡일을 하고 


저녁엔 선임들의 가슴 큰 여자, 골반 큰 여자, 혓바닥 내민 여자따위나 그리다가 


처음으로 투입된 오분대기조인데 재수없게도 투입되자마자 출동을 했으니 


온갖 만감이 교차되고 있다는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야 남욱아 아직까진 잘 모르는 거니까 너무 얼지마" 


"예!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하는 녀석 눈가와 콧잔등은 벌써 식은땀들이 뒤엉켜 흘러 내리고 있었다. 









끼익 ㅡ 


"하차!!" 


"하차!!" 






'뭐야 저게' 


폐쇄된 간부식당의 창문의 유리는 전부 박살나 땅에 조각으로 변해있었으며 


검은색의 연기가 깨진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대장님!!" 





조장을 부르는 입구엔 보수작업을 갔던 '최성중' 상병이 실신해 있었고 등 뒤는 폭발이 일어나며 기압과 파편등으로 만신창이었다. 


"야! 최성중! 최성중!!" 


소대장은 툭툭 치는 것이 아닌 따귀를 때려도 응답이 없는 최상병의 맥박을 짚은 뒤 안도하는 표정으로 두리번 거렸다. 


"백정호, 박남욱 여기서 경계하고, 나머지 방독면 착용해!" 


일병과 이병을 뒤로 두고 남은 오대기조는 연기가 자욱한 폐간부식당쪽으로 총구를 돌려 진입했다. 


 

(참고) 


푸후우웁 푸쉬이이이이이--- 

푸후우웁 푸쉬이이이이이--- 

푸후우웁 푸쉬이이이이이--- 




기계적인 방독면 호흡소리를 반주로 자욱한 연기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진입했다. 


테러인지 아니면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선 2차폭발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머릿속은 온갖 파노라마가 스쳐갔다. 


'아 ♥♥ 이번에 휴가나가서 유나 만나기로 했는데 ♥♥ 가슴큰 유나....뒤지면 어떻게 하지? 아 ♥♥ 뭐야 이거 존나 무서워' 





"윽 뭐야 ♥♥ 이거!!" 


소대장의 공포 반, 놀라움 반 섞인 외마디에 모두 그쪽을 보았다. 


처참하고 참혹했다. 역겨웠다. 


형태를 알아 볼 수 있는 거라곤 단화가 신겨진 한쪽 발, 그리고 몇개의 손가락과 '덩어리'로 전락해버린 상반신이었다. 


화생방 훈련 다음으로 방독면이 고마워 지는 순간이었다. 


방독면이 아니었다면 저 ♥같은 고깃덩어리들의 향기를 그대로 다 맡았을 것이다. 


그리곤 평생을 냄새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이다. 빨리 이 빌어먹을 곳을 나가고 싶다. 


수색 후 위험요소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남은 잔불씨를 진압했다. 


얼마나 안썼는지 모르는 수돗꼭지에서 핏물과 분간이 안되는 씨뻘건 녹물을 받아 들이 부었다. 


"야 덩어리 안 쓸려내려가게 잘 부어" 






덩어리가 아니다. 저건 분명 양우섭이다. 내 동기 양우섭이다. 저번주만 해도 같이 px에서 군것질한 양우섭이다. 


♥♥ 저 ♥같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 양우섭이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1남 1녀중 장남인 양우섭이란 말이다. 




녹물로 불씨를 끄면서 땀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니 쏟아져 나왔다. 


"이새끼 또 맥심보면서 딸치네. 정신차려 이새끼야 으이구...." 


심심하면 우리 내무실로 놀러와 시비를 걸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스쳐갔다. 


눈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참고) 




잠시 후 헌병대들의 도착과 오대기의 철수가 있었다. 


복귀를 위해 미니버스에 올라 창밖을 보니 실신해있던 '최성중'상병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조사관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분명 여기까지만 해도 끔직한 상황이지만 더 끔찍한 것은 사망한 양우섭의 현장보존때문에 


우섭이의 시체근처에서 다른 병사들이 근무를 서야했으며 


더 잔인한 것은 사망한 병사 시체의 당시 현장을 '부모' 내지 가족이 와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그 뒤 기무대에서 수사관들이 내려와 이것저것 조사를 하는 바람에 부대가 뒤집혔고 


불행중 다행인지 언론에는 공개가 되지 않았으며 난 그때쯤 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4박5일간 짧은 휴가였지만 5일동안 모텔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우섭이가 불쌍했다. 그냥 한 없이 불쌍했다. 





부대에 복귀하여 들은 얘기는 


실신해있던 최성중상병과 사망한 양우섭병장은 폐간부식당을 다른용도의 건물로 바꿀거라는 계획에 맞춰 


사전점검 및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폐쇄된 식당에서 살고있던 고양이, 소위 말하는 짬타이거를 만났다고 한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던 최성중 상병은 간혹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며 친밀도를 쌓아갔고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둘은 매일같이 만나 간식을 나눠먹으며 놀았다고 한다. 


사고 당일 보수작업 도중 잠깐 휴식을 취하려고 최상병과 양병장은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 순간 


그 고양이가 달려와 뭐에 씌인듯 괴성을 지르며 무섭게 최상병을 마구 할퀴었다고 한다. 


평소 잘 챙겨주었던 고양이에게 배신감이 든 최상병또한 큰 분노에 휩싸여 고양이를 학대할 목적으로 쫓아갔는데 


잠시 후 굉음과 더불어 등 뒤를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하면서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최상병이 고양이를 잡으려 나간 순간 양우섭병장이 신경안쓰듯 담배를 피웠고 


그때 폐간부식당 조리실 찜통과 하수도 등 남아있던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생긴 


메탄가스가 담배불씨때문에 폭발이 일어나며 남아있던 비상용LPG가스통들과 같이 연쇄 폭발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몇년이 지난 지금 가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 사람 인생이라는게 한순간이라는 말이 와닿기도 한다. 


앞에 등장한 5분대기조 고병장이 베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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