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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지하철 그녀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4.12.04 23:40조회 수 1134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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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만나서 놀다가 밤늦게 집에 오던 날이었습니다.
11시 가까이라 그런지 전철 안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그 상태로 가위에 눌리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도 자다가 가위에 잘 눌렸던 터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보려고 하는데, 주위가 보였습니다..

분명히 잠들기 전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혼자 그 칸안에 남겨져있단 생각이 들자 겁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맞은편으로 열리는 문에 어떤 한 여자가 기대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그녀의 옷차림이었습니다.

새빨간. 너무나도 선명한 붉은 색의 투피스에, 그와 맞춘듯한 빨간 하이힐.
그리고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에 이 모든 것과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 
비현실적인 모습에 소름끼쳤습니다.

마네킹처럼 문 앞에 서있던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저를 향해 고개를 틀었습니다.  

다시 한 번 숨이 멎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눈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마치 얼굴과 따로 노는 듯이 움직이는 썩어 문드러진 입술이 나를 향해 웃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한참 히죽히죽 웃더니 내게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내가 보이지?"
"내가 보이지?"
"내가 보이지?"

마치 다른 사람이 한마디씩 하는 말투와 목소리에 겁이 났습니다.
빨리 가위에서 깨야한다는 생각에 발가락을 움직여보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왼쪽 발의 네 번째 발가락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하이힐의 뾰족한 끝으로 제 발가락을 짓눌렀던 것입니다.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주변엔 다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갑자기 비명을 지른 저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스레 민망해져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가위에서 깨어난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전철에서 내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발가락을 살펴보았다. 발가락은 멀쩡했습니다. 

다음날. 잠을 자고 바니 전철에서의 일은 잊어버렸습니다.
그 날은 모처럼 쉬는 날이라 어머니를 도와 집안 청소를 했습니다.
청소를 대강 끝내고 정리하는데 갑자기 부엌의 전실에서 어머니가 다급하게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빨리 이리 좀 와보렴!"
"왜요?"
"빨리!!!"

저는 급히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다가 거실에 세워놓은 화이트보드 다리를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심하게 채였는지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발을 보니 왼쪽 발의 네 번째 발가락의 발톱이 반쯤 들려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고통스더워하는 소리에 어머니가 제 쪽으로 오셨다.

으으. 조심하지 않고!
어.엄마가 다급하게 부르기에 무슨일인가 하고 가다가 그랬지!

그러자 어머니께선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상하다. 엄만 너 안 불렀는데?
아니. 저기 부엌 전실에서 나 불렀잖아요.
무슨 소리하는 거니? 엄만 베란다에서 화분정리 하고 있었는데.

나는 멍한 기분으로 내 발가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문득 발가락에 흐르는 붉은 피를 보자, 어젯밤 전철 안에서 보았던 그녀가 생각이 났습니다.

오싹한 소름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 여자가 짓눌렀던 발가락. 
그 발가락이 다쳤습니다.
 

그녀가 밟은 발가락을 다친 건 우연일까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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