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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것은 작고 검은 색을 띄었다

title: 유벤댕댕핸썸걸2016.09.06 09:24조회 수 56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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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난 아들 새미 몸에 두드러기와 발진이 생겼다.

리사는 난데없는 사고에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 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고 병원에 아이를 데려갔다.
그 의사는 머리카락 대신 수염이 자라는 모양인지 머리는 까졌는데 수염은 덥수룩했다.
면도 한지 꽤 된거같은 의사의 얼굴과 더불어 바쁘고 쉴 틈 없는 병원생활에 의해서인지 총기를 잃은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신용을 잃게 한다.

의사는 알러지 반응이긴 한데 어린아이들은 뭣모르고 아무거나 만져대니까 그럴 수 있다고, 잘 관리해주라는 말만 했다.

바르는 연고만 사다가 발라주는데, 그녀의 집은 끔찍이도 이뻐하는 아들이 있는 탓에 매우 청결했기에 새삼스럽게 나타난 알러지 반응이 의아하기만 했다.


"새미. 언제부터 가렵기 시작했니?"


다섯 살 아들에게 명확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집안 곳곳을 뒤지며 원인을 찾다 지친 리사에게는 흘러가는 말이라도 물어보고 싶었던 일이다.
어쨌든 아들 새미는 어리지만 이제는 말을 할 수 있긴 하다.
가끔 상상친구 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뺀다면 나름대로 알아듣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리트를 만지면 막 가려워."


리사는 처음 듣는 이름에 솔깃해서 새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새미의 동네 친구들 이름이었는데, 리트라는 이름은 그녀의 기억 속에 전혀 없었다.


"리트가 누구니?"


"리트는 밤마다 찾아와. 내 침대에 들어와서 같이 놀다 가."


아연실색한 리사는 아연실색해서 새미의 작고 작은 어깨를 붙들고서 재차 물었다.
대체 밤에 누가 아들 방에 찾아온단 말인가. 불현듯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이 주체가 안된다.


"그게 누군데!? 어떻게 생겼니!?"


"리트는 내가 이름 지었어. 걔는 고양이야 엄마. 근데 새까매."


일단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조금 안심한 리사는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고양이라니. 어디 길짐승 따위가 들어 올 틈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걔는 되게 작고 가늘어서 그렇게 불러."


아무래도 작다(Little)는 단어에서 애칭을 찾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새끼고양이인가. 그렇다면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었다.
고양이라는 짐승은 때론 밤의 추위를 ♥♥기 위해 가정집에 무턱대고 들어오기도 한다.
하물며 새끼고양이야 오죽 하겠는가. 거기다 고양이 털 알러지는 굉장히 흔한 증상♥♥ 때문에 모든 퍼즐이 맞춰진 듯 해답이 보였다.

리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새미를 보고 있자니 리트라는 고양이에게 적잖이 애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영유아들에게서 나타나는 알러지 반응은 자칫 잘못하면 아토피 피부염 등의 심한 만성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라 아무래도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저녁때가 되자 리사는 새미의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방문에 종 하나를 달았다.
방문이 열리면 종소리가 울리게 되는 구조로, 창문은 걸어 잠그더라도 방문은 걸어잠그면 새미를 감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취한 조치였다.
이로써 그 문제의 고양이가 벽을 뚫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새미는 안전할 것이었다.

혹시 몰라 리사는 새미의 창가 바깥에 따뜻한 우유와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통조림 하나를 까서 그릇에 담아 놓았다.



날이 밝자마자 리사가 한 일은 새미를 데리고 병원으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새미의 알러지는 더욱 심해졌고, 이제는 수포가 올라오고 고름이 베어 나오는 등 심한 증상을 보였다.
그 건성건성하게 진료를 보는 것 같았던 기운 없는 의사도 이번에는 눈이 크게 뜨여 아이를 급히 진료하기 시작했다.

리사는 전날 밤 새미가 자신에게 했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고, 의사는 간호사를 시켜 어떤 의약키트 하나를 가져오게 했다.
60개 정도의 작은 약병이 담겨 있는 키트는 알러지 검사 키트였고, 그것들을 시험하기 위해 새미는 약간의 피를 뽑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새미가 울긴 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조사♥♥에 리사는 엄마로써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런데 고양이 알러지는 없네요?"


미간이 찌푸려지는 리사. 왠지 급속도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문제가 또 있다는 말인가.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보시면 고양이 알러지에서는 아예 무반응으로 나오거든요? 새미의 경우 알러지 반응이 집먼지, 쥐, 바퀴벌레, 진드기, 말벌, 곰팡이류가 전부 입니다.
그 외에는 없어요."


듣기만 해도 소름돋는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이것들 중 하나가 자신의 아들에게 닿았다는게 가장 유력한 가설인 것이다.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분하고 걱정되고 미안한 온갖 감정들이 리사에게 몰아쳐 눈시울이 붉어진다.
새미는 지금도 자신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가려워 몸을 벅벅 긁어대었고, 가끔 수포가 터지면 노란 고름이 주륵 하고 흘러내린다.
그 고름조차 간지러운 모양인지 수포가 터지기라도 하면 닦아달라고 성화다.
알콜솜으로 깨끗이 닦아주어야 그나마 편한 표정을 짓는다.


원인을 밝혀내기 전 까지 새미를 집에 둘 수 없었던 리사는 당장에 입원수속을 밟고, 보호자로 그녀의 친구 케이트를 불렀다.
남편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세상에 없는 사람을 부를 수는 없으니까. 케이트는 평소에도 새미와 잘 지냈고, 새미도 케이트를 좋아라 했으니 문제 없을 터였다.
리사는 황급히 집에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는 길에 새미의 창가 아래에 놓아 두었던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을 확인 했다.

누가 먹었는지는 몰라도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리사는 온 방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들어올 구멍을 찾았지만 전혀 찾지 못했다.
이불을 들쳐봐도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고, 어디든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문과 문지방 사이의 작은 틈인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작은 틈도 아까 들은 생물들이라면 다 통과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나 곰팡이도 알러지 결과에 있었기에, 리사는 서둘러 문틈막이(Doorstrip)를 사다 문 틈을 틀어막았고 곰팡이 제거제를 사다가 카펫이나 벽지 등 의심이 될 법 한 곳에 전부 뿌렸다.


오랜만에 아들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식사 준비만으로 저녁을 마친 리사는 케이트에게 전화해 새미의 안부를 물었고,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잘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리사는 새미의 방에 들어섰다.

새미가 무엇을 보고 고양이라고 한 것인지, 그것 또한 상상친구 렉스 같은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새미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집을 간단히 옮길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미의 방에서 잠을 청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새미가 자란 후 까지를 염려해 큰 사이즈의 침대를 가져다 놓았기에 리사도 무리없이 누울 수 있었다.

새미의 방에 눕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천장에 수놓아진 야광 스티커들이었다.
야광 별이나 공룡, 자동차, 우주선 등등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형형색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이의 눈높이는 이런 것이었나 하는 감성적인 생각에 젖어든다.



얼마를 잤을까. 뭔가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



침대 아래에서 들려온다.

등을 타고 머리까지 소름이 서늘하게 돋아난다.
대체 자고있던 사이 무엇이 들어온 것인지 아무것도 안보였지만 침대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진짜였다.
리사는 감히 불을 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뭐가 침대 아래 있을 줄 알고 다리를 함부로 바닥에 내려놓는단 말인가. 단지 옆에 비상용으로 놓아 두었던 손전등의 위치만을 확인한 리사는 숨을 죽여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무언가 긁어대는 소리가 멎자, 잠시 뒤 침대 아래에서 무언가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리사는 그것이 눈치라도 챌까 싶어 조심스럽게 이불 안에서 손을 꺼내어 손전등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이불을 스치는 그녀의 팔에서 스르륵 하는 마찰음이 났고, 그것은 리사를 돌아보았다.


검고 작은 몸뚱아리에 두 개의 선명한 안광이 리사를 향했다.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손전등을 집어 든 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는 리사.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 검은 물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카아아아아악!!!"


그것이 낸 울음소리에 리사는 황급히 스위치를 눌러 손전등의 불을 켜고 그것을 비추었다.


그것은 작고 검은 색을 띄었다.

검은 고양이.

리사는 비명을 지르며 베개를 고양이에게 집어던지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것은 명백히 말하면 하얀 털과 회색 털이 함께 있는 줄무늬 고양이였다.

단지 고양이의 피를 가득 빨아 검게 부풀어오른 진드기들이 수백 수천마리가 전신을 뒤덮고 있는 것 뿐이었다.

손전등으로 고양이를 비추자 꿈틀대던 수 많은 진드기들.


득실득실한 흡혈충 수천마리를 몸에 덮은 채 움직이는 고양이는 끔찍함 그 자체였다.


리사는 돌아볼 생각도 못 한 채, 경찰서에 들어가 사정을 이야기하며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리사는 경찰의 추천에 의해 동물 보호국에 연락하여 침대 밑을 살펴보게 했는데 그 곳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큰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이 이어진 곳을 살펴 보니 그녀의 집 밑바닥 틈새에 그 진드기 투성이의 고양이가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호국에서는 고양이를 회수해 보호조치를 위하여 데려갔으며 리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새미에게 찾아갔다.

그녀가 본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은, 그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오른 혐오스런 진드기들을 제거하고 제거하다가 끝내는 다 제거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밀폐 케이스에 넣어져 이동되던 것이었다.
고양이의 맨 살이 드러난 부위에서는 그대로 피고름이 줄줄 떨어졌다.
그 빈자리를 다른 진드기들이 설설 기어올라 차지한다.
고양이는 저항할 힘도 없는 모양인지 추욱 늘어져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을 애써 잊으려 하며 새미의 앞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사. 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그런 혐오스러운 물체가 매일 밤 닿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자신에게 굉장한 자책감이 들었다.



병원의 식사가 입에 맞는 모양인지 새미는 씩씩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리사는 식사가 끝난 새미에게 보호조치에 들어간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좋은 곳에 갈테니 행복을 빌어주자고 했다.
어쨌든 새미에게는 좋은 친구라는 기억이 자리잡고 있었을 테니까.

새미는 사진을 보고 말했다.




"이거 리트 아니야 엄마. 리트는 더 크고 다리도 많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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