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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병원 화장실

title: 유벤댕댕핸썸걸2016.09.06 09:25조회 수 51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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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31일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날이었고, 다음날이면 14살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발육이 남달랐기 때문일까요.

저는 사춘기가 일찍 와서 그 무렵 하루가 멀다하고 어머니와 다투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날도 뭐가 문제였는지 어머니와 싸우게 되었죠.

어머니도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셨는지 [그럴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라고 소리를 빽 지르셨습니다.

평소였다면 저도 그쯤 해서 잘못했다고 빌고, 몇대 맞고 끝났을 텐데...

그날따라 저도 미쳤는지, 돈 한푼 없이 얇은 옷만 걸치고 집에서 뛰쳐나와버렸죠.

막상 가출은 했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돈도 한푼 없고, 그렇다고 친구네 집에서 얻어잘 수도 없고...

더군다나 어릴적부터 몽유병 증세가 있었기에, 저는 잠자리에 무척 민감하던 터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닿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시는데,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일도 도와드리고 그랬거든요.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자주 가서 일하시던 병원 화장실이 딱이겠더라고요.

시골이라 병원 화장실은 꽤 작았습니다.

변기가 있는 칸도 4개뿐이고, 그 옆에는 상자만 쌓여있는 공간이 있었죠.

외진 곳에 있는 병원이라 사람도 거의 안 다니고, 상자 쌓여 있는 곳에서 시간 좀 때워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무릎 꿇고 빌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요.

밤 10시까지는 터미널에서 TV를 보다가, 터미널이 문을 닫자 10시 반쯤 병원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시골이라 밤에는 환자도 없어서 병원도 거의 불을 끄고 대기실에는 간호사만 있더라고요.

그 무렵 이미 키가 178cm 이나 된 덕에, 초등학생이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혹시 자다가 누가 노크하면 어쩌나 싶어 다른 변기 칸들은 살짝 문을 열어두고 돌아왔죠.

잠을 자려는데 새삼 그러고 있는게 처량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서러워서 엉엉 울다 콧물 닦고 자고, 추워서 다시 깨고...

하도 추워서 잠이 왔다가도 추워서 깨는 게 몇번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새벽 서너시쯤 됐을까요.

잠을 자다 추워서 깼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조용한 새벽에, 복도에서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괜스레 소름이 돋더랍니다.

추워서 그런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시간이 되도록 화장실에 왔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옆 변기칸들은 모두 비어 있고, 가장 안쪽 상자가 쌓인 칸에 제가 숨어 있던거죠.

슬쩍 상자위로 올라가 다른 칸들을 보니 아까 들어오면서 제가 살짝 열어둔 대로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곧이어 발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똑똑똑...]

첫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어? 뭐지? 왜 문이 열려있는데 노크를 하는거지?"

[똑똑똑...]

두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세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갑자기 털이 쭈뼛 서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옆칸 앞에서 [터벅... 터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좌변기 밑 틈으로 발이 보일거라는 생각에 침 한번 삼키고 시선을 돌려봤는데...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사람이면 당연히 발이 보여야 하는데, 소리는 들리는데 발이 안 보였던 겁니다.

[똑똑똑...]

네번째 변기 칸을 두드립니다.

저는 무서워서 추운 줄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자 위에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사람 머리가 보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요.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와 집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울고불고 빌어야했지만, 도저히 거기는 못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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