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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필립 웨스틀리의 일기 by 폴 컴튼

title: 유벤댕댕핸썸걸2016.09.06 09:33조회 수 74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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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인 필립 웨스틀리가 실종 된지 10년이 지났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그토록 기이하게,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수많은 가설들이 제시되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깨진 거울 하나만을 남겨두고 사라진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러나 그가 남겨놓은 일기를 통하여, 나는 그 어떤 추측이나 상상보다도 놀라운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선은 필립 웨스털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부유했지만 잔인하고, 이기적인 남자였다. 그가 모았던 재물도 그런 잔혹함과 이기심 덕분이었다. 또한 수많은 기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기벽 중의 하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거울들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는 매정한 느낌의, 그러나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여자들처럼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뽐내곤 했다. 이런 기이한 행동은 그의 방 한편을 전부 뒤덮고 있는 거대한 거울에서 기인하였으며, 바로 그 거울이 필립의 실종과 연관이 있는 물건이라 하겠다. 이제 필립 웨스털리의 일기장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어보자.

 

 

8월 3일. 오후: 빌링스가 빚을 갚을 기한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런 호의를 베풀어줄 이유가 없었다. 나의 뜻을 전하자, 그는 위협적인 태도로 나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매정하며, 언젠가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될 거란다. 나는 그의 면전 앞에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희미한 불안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나는 저녁 식사를 위해 옷을 차려 입으러 방으로 들어갔고, 거울을 보면서 타이를 매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와 같은 수순으로 타이를 매기 시작했는데, 거울에 내가 하는 행동이 비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나 자신의 모습은 거울에 반사되고 있었지만, 아무리 몸을 움직여도 거울에 비친 모습은 그대로였다.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거울을 만져보았지만 그저 매끄러운 표면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곤 정말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 타이를 매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헛것을 본 것일까?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질병 때문에 눈과 마음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말도 안 된다! 나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모습은 나와 약간 차이점이 있었다. 우선, 그것에게는 뭉툭하게 자란 수염이 있었다. 오늘은 분명히 이발소에 갔다 왔었고, 바로 손으로 턱을 문질러 확인해보았다. 그저 매끄러운 피부만 만져질 뿐이었다. 또한 거울 속 남자의 입술 위에는 울퉁불퉁한, 누런 송곳니 두 개가 튀어나와 있었지만, 내 치아는 잘 관리되어 있어서 가지런하고 새하얗다.

 

 

혐오와 공포의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으며, 나는 차이점을 더 찾아보았다. 몇 가지가 더 있었다. 그의 손과 발은 비정상적으로 컸으며, 옷은 낡고 헐렁한데다 오물 범벅이었다.

 

 

나는 두려워서 그곳에 서있을 수 없었다. 아무렇게나 타이를 매고 나서 저녁식사 자리로 서둘러 내려갔다.

 

 

8월 4일. 아침: 힘없고 피곤한 느낌을 느끼며 일어났다. 거울 속의 친구는 아직도 내 곁에 있다. 평소라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거울에 반사되어야 하지만, 이번 아침은 달랐다. 거울 속의 남자도 나처럼 밤 동안에 휴식을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나보다는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은 잠이 오지 않아 계속 이리저리 뒤척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안녕,"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움직이자 그도 움직였다. 거울로 가까이 다가가니 그도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멈춰 서서 그를 조사했다. 그와 나의 공통점은 아주 적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미소를 짓자, 그는 입가의 음흉한 떨림으로 대답했다. 그와 악수를 하려는 듯 손을 뻗어 보았지만, 그는 불을 피하듯이 뒤로 물러섰다. 나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그의 앞에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는 마치 동물적인 감각으로 나의 공포를 느끼는 듯 보였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그" 또는 "그것"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내 모습이 비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정체에 대해 감히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항상 "영혼" 같은 것을 믿지 않았지만, 그 거울을 들여다보면...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밤: 이제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의 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그 놈은 나를 병적인 매력으로 붙잡아두기 시작했다. 더 이상 거울과 떨어져 있을 수가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내는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창백해 보인다고 하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 긴 휴식을 말이다. 아내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싶다! 누구에게라도!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 홀로 싸우고 기다려야만 한다.

 

 

8월 5일: 우리의 관계는 거의 변화가 없다. 그는 여전히 냉담하다.

 

 

오늘은 아내가 내 방으로 들어와서 몸은 좀 어떤지 물었다. 그녀는 거울이 바로 들여다보이는 장소에 서있었고, 자연스럽게 머리손질을 했다.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 그 자리에 서있다. 빌어먹을 놈! 그는 여전히 그곳에 서서 승리감에 도취된 듯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한가지 언급할만한 것이 있다. 아내는 거울 속에 그것이 있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나도 그녀의 모습이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내 하인인 피터와 아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나를 막지 않았다면 그대로 거울을 청소하려고 했을 것이다. 신중해야만 한다. 자세히 살펴본다면 놈이 있다는 것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절대 알아선 안 된다!

 

 

8월 6일. 3일이다. 지옥 같은 3일! 그 저주받은 것을 발견한지 3일이 되었다. 놈이 얼마나 나를 괴롭게 만드는지! 이젠 나를 놀리기까지 한다. 남을 흉내 내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면, 그는 몸을 흔들며 웃음을 터뜨린다. 웃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볼 수는 있다. 그게 더 두렵다.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다!

 

 

8월 7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가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이 거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느껴진다.

 

 

내 방에 있는 문을 잠갔다. 아나는 문 밖에 음식이 담긴 쟁반을 놓아둔다. 가끔 그 음식을 먹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놔둔다. 아내는 방으로 들여보내달라고 빌고 있지만, 난 그저 물러나라고 말을 할 뿐이다. 그녀에게 말을 하기 두렵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두렵다. "헛것"이 보이는 사람에게 어떤 짓을 할지는 명백하다. 안 된다.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떠날 수도 없다. 이유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나갈 수 없다.

 

 

8월 8일. 그가 나를 놀린다고 했던 것은 이틀 전이다. 오늘은(생각만해도 떨린다) 그가 나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았더니 그가 누더기를 벗어버리고 내 정장 중에 하나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옷장으로 달려갔더니, 내 옷이 있던 자리에 그의 누더기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그는 웃으며, 나의 손과 발을 가리켰다. 내 손발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어터져있었다. 이런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 감히 추측할 수 없다. 오늘은 더 이상 글을 쓰기 힘들다.

 

 

8월 9일. 변화가 완성되었다. 그는 이제 나보다 더 나처럼 보인다. 변화와 함께 놈은 더욱 잔혹해 졌다. 그는 나의 못생긴 외모를 조롱했다. 마침내 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방에서 도망쳤던 것이다. 한참을 찾다가 마침내 거울을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까이 들여다보던 나는 거의 주저 앉을 뻔했다. 그랬다. 놈이 나의 모습을 가져갔다. 신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젠 내가 그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떨며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비웃음이 가득한 지옥으로.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신만이 아실 것이다!

 

 

8월 10일. 그 악마가 거울에 나타난지 7일이 지났다.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신에게 기도한다. 그럴 것이다!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거울 속에 있는 그 놈도 알고 있다. 그의 눈에서 불안감이 보인다. 빌어먹을 자식! 이제 승리의 비웃음은 내가 지을 차례다. 마지막으로 이 펜을 내려놓으면, 거울 속으로 뛰어들어갈 것이다. 놈은 그 거울 속에서만 존재하니까.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이제 펜을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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