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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룸살롱의 세 남자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12.11 08:18조회 수 2188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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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늦은 밤, 말쑥한 차림의 세남자가 강남 한복 

판을 가로지르며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이 시간때면 예의 그러하듯 

술에 취해 비틀대는 남녀들이 여기, 저기에서 엉켜있었고 그들 사이에는 

스무살 안팎의 속칭 '삐끼'들이 손님들의 팔을 잡아 끌며 호객행위를 하 

고 있었다. 


"이거... 어디를 가서 축하 파티를 하나?" 


진한이가 정장 차림의 형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곁에서 연신 뻐끔, 뻐끔 

담배만 피던 상규가 희미하게 웃으며 되받아 말했다. 


"아무데나 가지 뭐... 오늘은 내가 쏠테니... 돈 걱정은 말고... 형민아 

어디 갈래? 모처럼 셋이 모였는데 근사한데 가야 하지 않아?" 


형민이 또한 상규의 말을 듣고 빙긋이 웃으며 얘기했다. 


"돈 잘 버는 최사장님이 한턱 낸다니... 아주 끝내 주는데 가야 하겠는 

걸? 훗... 그런 곳은 네가 더 잘 알테니... 안내해라." 

"하. 하. 하. 하긴... 꽁생원인 네가 그런데를 알겠냐만... 그러면.. 

어디... 새로운데 가볼까? 흠, 이쪽 골목으로 들어가 보자. 이 근처가 

괜찮은 룸살롱들이 많이 있으니..." 


상규의 말에 진한이가 입을 크게 벌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야... 내 평생, 오늘... 룸살롱이라는 데를 처음 가보겠는 걸? 맨날 

고기집이나 다니던 내가 말이야." 

"하. 하. 하." 


셋은 상규의 안내대로 한적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막상 

골목에 들어가니 눈에 보이는 간판이라고는 드문드문 음식점 간판 뿐이 

었다. 저으기 실망한 진한이가 상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여기... 가... 괜찮은 룸살롱이 있다고? 내가 보기에는 전혀..." 


진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리를 무쓰로 떡칠을 하고 오른쪽 귓볼 

에 커다란 귀걸이를 한 앳된 남자 한명이 어둠 속에서 '톡' 튀어 나오더 

니 셋에게 불쑥 말했다. 


"아가씨들 있어요... 술값 싸고 끝내 줘요." 


************************ 


자그마한 룸살롱 방안에 자리를 잡은 셋은 조금전 상규가 호기스럽게 

주문한 술과 안주를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룸살롱이란 데가... 이렇게 생긴 거구나..." 


들어올 때부터 마냥 신기해 두리번 거리던 진한이가 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민이도 몇번 방안을 둘러 보다가 상규에게 물었다. 


"이런... 곳... 꽤 비쌀텐데... 상규 너, 너무 무리 하는 거 아냐?" 

"하. 하. 하. 짜식... 괜찮다. 검사 양반한테 잘 보여야 나도 나중에 

도움을 받지. 형민아, 연수까지 끝나니 어떠냐? 이제 발령만 남았잖아?" 

"훗, 그래. 기분 째진다. 됐냐? 하. 하. 하." 


진한은 둘의 대화에 허망히 웃음만 띠며 바라보다가 상규에게 바싹 다 

가가 물었다. 


"야, 아까... '삐끼' 말로는 끝내주는 아가씨들이 있다고 했는데... 왜 

안오냐?" 

"어이구, 순진하긴... 느긋히 기다려봐. 다, 때가 되면 들어온다고." 


잠시후 룸의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쟁반에 아슬아슬하게 술과 안주를 

받쳐든 웨이터 뒤로 아가씨 셋과 마담이 따라 들어왔다. 마흔은 되보이 

는 마담이 능숙한 솜씨로 아가씨들에게 자리를 정해주고 상규에게 공손 

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사장님, 부족하신거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해 주시고요. 우리집... 자주 

이용해 주세요..." 


상규는 어정쩡하게 셋 사이로 끼어 들어와 자리에 앉으려는 아가씨들을 

잠시 멈추게 하고 마담에게 말했다. 


"소개를 시켜줘야지... 아가씨들을..." 

"아, 그렇죠. 자, 이쪽부터... 윤미, 혜경, 정아고요..." 

"됐어. 이제 그만 나가 봐요." 


상규의 다소 거친 말투에 마담은 얼굴을 해쭉하더니 인사를 꾸벅하고 

웨이터와 함께 룸을 나섰다. 자그마한 룸안의 여섯명 사이에는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때 혜경이가 형민 옆에 바싹 당겨 앉으며 팔짱을 끼고 

는 애교섞인 콧소리로 말했다. 


"우와~ 오빠, 멋지다... 풋... 이 양복만... 헤헤헤~" 

"훗..." 


형민은 무심결에 팔짱을 풀며 혜경을 바라보고 웃었다. 윤미는 아무말 

없이 상규옆에 앉았고 정아 또한 계속 싱글거리는 진한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상규는 각자의 자리가 정해지자 양주를 각자의 잔에 골고루 따르고는 자 

신의 잔을 높이 들며 외쳤다. 


"자, 형민이의 앞날을 위해 건배!" 


세 아가씨는 다소 궁금한 듯 형민의 얼굴을 힐끔보며 상규의 선창에 따 

라 잔을 들었다. 


********************** 


한시간쯤 지나고 룸안의 남녀 여섯은 어지간히 취해가고 있었다. 특히 

그 자리의 주인공격인 형민이가 몹시 취해 비틀대고 있었고 상규 옆에 

앉은 윤미는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상규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상규오빠, 그러니까 저 분이 검사라는 말씀이세요?" 

"그럼, 그럼. 내 고등학교 동창인데... 영광스럽게도 이번에 사시에 합격 

하고... 연수까지 끝냈으니..." 

"그렇구나... 대단한 분이시네요?" 

"하. 하. 하. 그렇지... 저놈... 학교 다닐 때 공부밖에 안한 독종이거든?" 


상규가 말을 하며 술을 홀짝이자 윤미는 교태로운 몸짓으로 과일 한개를 

포로 짚어 상규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상규는 한입 베어 물고는 '우 

걱, 우걱' 씹으며 비틀거리는 형민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야... 내 하나 물어 볼께 있는데... 범죄를 저질렀을때... 

공소시효라는게 있다며? 그러니까... 법적으로 자연히 죄가 없어지는..." 


한창 정아의 가슴팍을 헤집고 있던 진한이가 뜬금 없는 상규의 말에 주 

춤하더니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너 혹시 사기 같은 거 친 거 있냐? 하긴 요 

새 사업한다는 놈 치고 도둑놈 아닌 놈이 없다더니... 쯧쯧쯧..." 


진한의 농담에 형민이가 헤벌쭉 웃으며 상규에게 물었다. 


"있지. 정확히 말해 죄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법적으로 벌을 줄 수 없다는 기간... 아무튼... 그건 

왜?" 

"그냥... 저... 갑자기 궁금해서..." 


상규가 말끝을 흐리자 진한이가 다그치듯 짓궂게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짜식아, 다 불어라. 임마... 검사님이 앞에 앉아 잇는데... 거짓말 할거 

야? 헤헤헤. 하긴.. 저놈 고등학교 졸업후에 한 3년간 잠적했었잖아? 그때 

뭔일 저질렀나보다. 하하하" 


상규가 진한에게 눈을 흘기자 형민이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뭔데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거라면..." 

"아냐, 아무것도..." 


혜경이가 형민에게 술을 따라 주며 참견했다. 


"윤미야, 네 오빠 너무 싱겁다. 술이 적어 그러나...? 사람들, 잔뜩 궁금 

하게 해 놓고는 제대로 말도 안 하잖아? 호호호." 


정아 또한 진한의 어깨를 포옹하며 재미있다는 듯 속삭였다. 


"저 오빠.. 혹시 조폭 아니예요? 덩치도 크고... 말투도 그렇고. 헤. 헤. 

헤." 

"쟤? 저래뵈도 땅 가진 것만 10만평이라고... 장난 아냐. 외제차도 두, 세 

대에..." 


진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윤미는 잔뜩 미소를 머금고 상규에게 안기 

며 투정했다. 


"상규 오빠. 쟤네들.. 말... 신경 쓰지 말고. 저랑 놀아요. 제가 재미있게 

해줄테니.." 

"아이고 기집애, 또 그 끼 발동하네. 하여간 저 년은 돈많은 남자라면 그 

저..." 


혜경이가 뾰로통 해져서 말을 내뱉자 윤미는 혀를 쏘옥 내밀고는 상규에게 

술을 권했다. 


"어.. 어.. 그만... 나 조금 더 먹으면 술 취한단 말이야. 훗.. 어허, 

이런..." 


윤미가 상규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자 혜경이와 정아도 뒤질세라 형민과 

진한에게 술을 권했다. 기분 좋은 술자리가 30분쯤 더 지나자 이번에는 

진한이가 몸을 비비 꼬며 혀 꼬부라진 말로 얘기했다. 


"상규야, 아... 아까... 공소시효.. 그거 뭔 소리야? 얘기해줘. 사실... 

나, 그게 궁금했어. 도대체 잠적한 3년 동안 어디서 뭘 했으며... 그 뒤로 

어떻게 돈을 그리 많이 벌었는지." 


상규는 진한의 말을 한 귀로 흘리듯 형민에게 술을 다시 권했다. 


"괜히 한 소리야. 신경 쓰지 말라고."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점점 궁금해져. 얘기해봐. 응? 아니면 내가 내일 당장 경찰들을 풀 

어서... 하. 하. 하." 


형민이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슬슬 취기가 오르던 상규의 볼이 일순 빨갛게 

되며 눈을 매섭게 떴다. 상규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잠시 움찔했고 그들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묵묵히 담배를 꺼내 피워 물던 상규가 연거 

퍼 술을 들이키더니 괴로운 듯 말을 잇기 시작했다. 


"후~ 고등학교 졸업한 후... 얘기니... 벌써 10년도 넘은 건데... 뭐, 

이제는 말해도 상관 없겠지. 더구나 너희들은 둘도 없는 내 친구들이고... 

또 나도 더이상 혼자서 간직하기에는... 괴롭기도 하고. 훗, 너희들도 

알지? 나 다음달이면 이쁘고 착한 아가씨랑 결혼하는 거..." 

"알지... 그거야." 


진한이가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상규 곁에 앉아 있던 윤미가 한마디 내뱉 

었다. 


"어머, 알고보니 새신랑 될 사람아냐? 나, 이러다가 남의 신혼집에 싸움 

일으키는 거 아냐? 호. 호. 호." 


상규가 멀건 눈빛으로 윤미를 바라보자 윤미는 샐쭉하며 입을 다물었다. 

상규가 말을 이었다. 


"흠... 그래서... 정말 앞으로는 새로운 각오로 살아갈 생각으로 너희들 

에게 지난 날을 얘기하는 건데..." 


형민은 어지러운 정신을 수습하고 상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얘기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상규는 다시한번 술을 들이키더니 괴로운 듯 한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까짓거... 혹시 너네들 10여년 전에 강연 은행 지점 도난 사건 

알아? 그왜 있잖아. 그 당시 그곳을 지키던 경비원은 실종되고 현금으로 

5억원이 털렸던..." 


진한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형민은 잠시 생각하다 되물었 

다. 


"아... 혹시... 그 사건... 결국에는 사라진 경비원이 돈을 훔쳤다고 결 

론났지? 그 사건 책임을 지고... 그 은행 지점장이랑 사원 몇명이 사표를 

썼고... 맞지?" 

"응, 맞아 바로 그 사건 말이야. 몇달 동안 오리무중이던 사건이 결국 그 

날밤 그곳을 지키던 경비원이 다른 사람들과 짜고 일을 벌였다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됐지. 들리는 얘기로는 같은 일당이던 한명이 붙잡혔다고도 

했는데..." 


형민은 의아한 눈초리로 상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 돈... 저 가 훔쳤나보지... 뭐... 하하하..." 


진한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한의 말에 다들 따라 

웃는데 유독 심각한 표정을 짓던 상규가 심드렁히 대답했다. 


"맞아. 내가 훔쳤어..." 

"뭐... 뭐라고?" 


룸안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갑자기 조용해졌다. 특히 진한 옆에서 갖 

은 아양을 떨던 정아는 몸까지 움찔했다. 


"무... 슨 소리야? 그게?" 


형민이 상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자 상규는 술에 취해 벌개진 

두 눈을 똑바로 들며 중얼거리듯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면 나 혼자 그런건 아냐. 나는 그때 그 은행 

앞에 있는 조그마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 겸 일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 

데 어느날 그 은행 지점장하고 은행원 둘이서 술을 마시러 왔었어. 


나는 그 테이블 서빙을 맡았었는데... 간혹 들리는 말이 그 은행을 털 계 

획인 것 같더라고. 나는 어떻게 할까 한참을 망설였지... 돈이 한참 궁하 

던 나는, 당시만 해도 어떻게 돈을 왕창 벌수 없을까 궁리 중이었으니까 

말이야. 결국 그들 틈에 끼어 들어서 무작정 애걸했지.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그 계획에 가담시켜 달라고... 


처음에 그들은 화들짝 놀라더구만... 당연하겠지. 자신들의 비밀스런 계 

획을 나처럼 어린애가 듣고 말았으니. 하지만 그들도 외부 사람이 필요 

했던 참이었는지... 마침내 허락을 하더라고. 훗, 내가 그때 맡았던 일이 

말야..." 


상규를 제외한 열개의 눈동자가 상규의 얼굴에 와 닿았다. 잠시 시간을 

두던 상규가 다시한번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몇년이야?" 


일순 그들 사이에는 작은 한숨과 놀라움 그리고 두려움의 정적이 감돌 

았다. 형민은 약간 얼굴을 찌푸리다가 말했다. 


"우리가 고등학교 갓 졸업한 후라면... 이미 공소시효는 지났어." 


형민은 말을 마치자 마자 술잔을 들었고 상규는 알 수 없는 야릇한 미 

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역시... 훗.. 그러면 부담없이 다 얘기해도 되겠군. 내가... 그때 내가 

맡았던 일은 바로... 그들이 밤에 은행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곳의 경비 

원을 꼬셔서 밖으로 끌어낸 다음..." 

"다음?" 

"다음에요?" 


진한의 물음에 연달아 혜경과 윤미의 물음이 이어졌다. 


"뻔하지 뭐... 경비원을 건물 밖으로 유인해서... 미리 준비한 칼로 쑤셔 

버렸지. 나도...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 아마 돈 때문에 눈이 뒤집혔겠 

지. 그 경비원... 설흔살 정도 되보였는데... 처음 목줄기를 찌를 때 정말 

끔찍하게도 피가 많이 튀더군... 


그런데도 말야... 우습게도... 그 경비원이 목에 칼이 꽂힌 채로도 말을 

하는 거 있지? 눈을 크게 부릅뜨고 허황한 말을 찌껄이는데... 찌른 나보 

다 그가 더 무섭더라고...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골목이었으니 더 

했지. 


나는 더듬 거리다가 다시 칼을 빼서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마구 쑤셨어. 

가슴을 두어번 더 찌른 것 같았는데... 경비원의 폐속에서 공기가 '쉭, 쉭' 

새는 소리가 나며... 그가 발버둥을 치며 죽는데... 훗... 그가 끝으로 남 

긴 말이 뭐였는줄 알아? 아직도 생각이나... '난 이렇게 죽으면 안돼... 

너무 억울해... 억울해... 흑흑흑...' 바로 이 말이었어... 


정말 처절하더라고... 나는 한참동안, 땅바닥에 쓰러져 목과 가슴에서 핏 

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그를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랐지. 그러나 머리속에 

는 곧 있으면 내게 들어 올 현찰 다발을 그리며 정신없이 토막을 내고는.. 

비닐 주머니로 잘 싸서... 


같이 일을 벌인 그들과 함께 은행에서 멀리 떨어진 강물 속에 던져 버 

렸지. 물론 돌덩어리를 함께 묶어서 말이야. 물론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아직까지도 경비원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 그래서..." 


상규는 자신의 얘기에 자신이 다시 흥분한 듯 그 뒤로도 뜻모를 몇마디 

를 중얼거리며 술을 계속 들이켰다. 앞에 있는 형민은 말없이 담배를 꺼 

냈고 진한은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다. 


더욱이 룸살롱의 세 아가씨는 상규의 울그락, 불그락하는 홍조 띤 얼굴 

이 무서웠는지 얼음처럼 꼿꼿이 앉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윽고 형민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 걸 물어봤구나. 그 다음 얘기는 대충 알만 하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짠 지점장과 은행원들은 무사히 법망을 빠져 나갔고 너는 그 

댓가로 몫돈을 쥐어서... 그 돈을 밑천으로... 휴~ 어쨌든... 그 정도 시 

일이 지난 사건이니... 법적으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는 없겠고... 

차라리... 후~ 안 들었으면 좋았을 얘기를... 흠..." 


그때 느닷없이 상규가 큰 소리로 웃더니 잔을 높이 들었다. 


"하. 하. 하. 네 말이 맞아. 나는 그들의 도움으로 돈을 벌 수 있었지. 

한 ♥♥간 그들과 함께 은행을 턴 돈으로 땅장사와 돈놀이를 했거든? 그들 

은 지금 외국에서 편히 살고 있고... 나 또한 이렇게 풍족하게 돈을 쓰면 

서... 그나저나 검사인 형민이의 말을 듣고 나니 힘이 솟는 걸? 


자, 자, 내가 방금 한 그 얘기는 그저 재미거리라 여기고 다 함께 한잔 

하자고. 아가씨들 기운내. 그 얘기는 내가 철 없을 때 저지른 옛일이라 

고. 현재의 나, 최상규는 착하게 살아가고 있단 말이야. 더구나 다음달이 

면 예쁜 마누라도 생기는 데 말이야. 어서... 들자고..." 


호탕하게 웃는 상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한이가 쭈볏, 쭈볏 잔을 들 

었지만 혜경을 비롯한 두아가씨는 여전히 두려운 눈길로 상규를 쳐다 

보았다. 상규가 그 눈치를 챘는지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세 아가씨의 품 

속에 찔러주며 외쳤다. 


"자, 자. 팁이다. 아마 열흘은 일해야 벌 돈일걸? 아무튼 내 얘기는 못들 

은 걸로 하고 오늘밤은 술이나 실컷 먹자고... 어서..." 


돈의 효력이 났는지 세 아가씨는 금방 생긋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여섯 

은 술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술을 비웠다. 형민이가 술잔을 내려 놓고 

'뚱'하고 앉아 있자 혜경이가 코맹맹이 소리로 아양을 떨며 안주를 집어 

그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이... 오빠 기분 풀어.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재미있게 놀자고..." 

"응? 아... 응..." 


상규 옆에 있던 윤미도 포크로 과일을 찍어 상규의 입에 대고 말했다. 


"오... 빠. 아~ 해요. 내가 넣어 줄테니." 

"하. 하. 하. 그래, 음... 아~" 


상규가 무심코 입을 커다랗게 벌리자 윤미의 눈가에는 눈물이 언뜻 고 

이더니 일순 불같이 타올랐다. 동시에 윤미는 포크를 양손으로 꽉 움 

켜 쥐더니 상규의 벌려진 입속을 향해 과일이 꽂힌 포를 있는 힘껏 

밀어 넣었다. 


"억~~~ 카악~~~~~ 윽...." 


포크가 상규의 목구멍에 '푹'하고 박히는 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상규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 

와 앞자리에 앉아있던 진한의 옷에 흩뿌려지듯 튀겼다. 


"아니... 이게 뭐야?" 

"너, 미쳤니?" 

"무... 슨 일이야..." 

"아~~으.... 욱~~ 커억......" 

"윤미야... 너..." 


윤미는 상규 목에 박힌 포크를 힘껏 뽑더니 상규의 두눈을 향해 다시 

내리 꽂았다. 이번에는 상규의 오른쪽 눈알이 '투욱' 하고 터지며 뺨을 

타고 시뻘건 핏줄기가 흘러 내렸다. 윤미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마지 

막으로 상규의 가슴을 향해 포크를 찍어 누르며 울부짖었다. 


"이... 개야... 네가 여지껏 말한 강연은행... 그 사건의 경비원이 

바로 내가 8살때 돌아가신 내 아버지란 말이야. 넌... 내가... 그후로 

어떻게 지냈는 줄 알아? 졸지에 은행강도로 몰린 아버지, 더욱이 생사조 

차 모르게 된 아버지때문에 우리집은 풍지박산이 났어.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미쳐버려 삼년 후 돌아 가셨고... 

혼자 남은 나는 고아원을 전전하다 나이 15살 때부터 술집을 옮겨가며 몸 

을 팔아 살아 왔다고... 여지껏... 난 우리아버지가 과연 그런 일을 저질 

렀나... 반신반의 하며 살았지. 


때론 원망하며 때론 보고싶어 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바로 

네 놈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니... 흑흑흑... 불쌍한 아버지... " 


룸 바닥에는 상규가 헤비적거리며 죽어가고 있었고 나머지 넷은 졸지에 

일어난 사태에 망연한 눈망울로 윤미와 상규를 번갈아 쳐다 볼 뿐이었다. 

윤미는 야윈 볼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형민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외쳤다. 


"검사님... 이제 저를 벌해 주세요. 저는... 이제 아무런 한도 없답니다. 

아버지의 진실도 알았고... 또 원수도 갚았으니... 아무런, 아무런 소망도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 불쌍한 우리 부모님... 흑흑흑...." 


윤미의 절규가 룸안을 휘몰아치는 가운데 상규의 죽어가는 거친 숨소리 

만이 간혹 들릴뿐이었다. 


출처 - 공포이야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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