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기묘한

굿

title: 밧대리Dorothy2016.11.01 06:39조회 수 882추천 수 1댓글 0

  • 1
    • 글자 크기


어렸을 때 굿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희 외갓집 옆에는 방앗간이 있었는데, 그 집에는 아들이 셋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 방앗간집과 외갓집은 친하게 지냈던데다, 돌아가신 분 역시 어머니와 같은 동네에서 자라 안면이 있었던 때문인지, 외갓집 식구들은 그 집안의 사고를 안타까워하시며 도와드렸죠.

저나 동생은 그저 놀러가면 떡을 바리바리 싸주시기에 그저 좋아할 뿐이었지만요.

여러 사람들이 빈소리나마 아들들이 장성해서 큰 걱정은 없겠다고 위로했지만, 돌아가신 분이 가업을 잇겠다고 하던 일을 그만 두고 내려오셨던 효성 깊은 분이라 방앗간집 할머니나 주위 분들의 상심은 매우 컸습니다.


그런데 그 집 상을 치르고 얼마 뒤, 부모님이 또 외갓집으로 가게 되셨습니다.

저와 동생은 어렸기 때문에 같이 따라갔죠.

아버지께서 일을 마치고 오신 후에 출발했기 때문에, 외갓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이미 굿판이 한창이었습니다.

외갓집의 큰형이나 누나들도 있었고, 동생들도 멀리서 구경하기에 저도 거기 끼어서 구경하기 시작했죠.

그 곳에서 굿을 보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보통 굿을 하다보면 혼 건지기라며 쟁반에 받아 놓은 물에서 머리카락을 건지는 것을 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매개로 하여 접신을 한다고 하구요.

그런데 무당이 계속 실패하면서 머리카락을 건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는 수근대기 시작했죠.

[무당이 영험하지 않은게야.]

[계속 안 건져지는데 어쩐대요?]


그 무당분도 이를 악물고 머리카락을 건져내려 하는 듯 했지만, 결국 머리카락은 건져지지 않았습니다.

무당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 무당분이 부른 다른 무당분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을 허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간은 어느새 한밤 중이 다 되었고, 마을 사람 중 몇몇은 집으로 돌아가고 자리에 남은 것은 친지와 이웃, 친구분들 정도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아이들은 어서 들어가 자라고 쫓겨났구요.


그런데 잠을 청한지 한참이 지날 무렵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웅성거리고 수근대는 소리가 점점 커졌죠.

그리고 [가란 말이여, 이놈아! 여기 니가 있으믄 안되는거여!] 라는 방앗간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난생 처음 듣는 할머니의 앙칼진 목소리였습니다.

저와 동생은 방 안에 있었지만, 너무 무서웠던 탓에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말았죠.

다음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외갓집에 모였던 식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째서인지 어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어두웠습니다.

저는 차를 타고 돌아오다 아버지께 무슨 일이 있었냐고 여쭤봤지만, 눈물이 빠지도록 혼만 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명절이 되어서야 외삼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굿을 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 마을 어르신 몇 분이 약주를 드시고 방앗간을 지나가시다 죽은 방앗간집 아들이 셔터가 닫힌 방앗간 앞에 앉아 있는 걸 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계속 돌자, 이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굿을 차려 주셨던 것입니다.

제가 봤던 굿이 바로 그 굿이었던거죠.


그리고 그 날 다른 무당이 와서 한참을 헤메다 갑자기 병풍 뒤를 가르키며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외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들 병풍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와중에 몇몇 분이 병풍 뒤 방앗간 구석에 울면서 서 있는 죽은 방앗간집 아들을 봤다는 겁니다.

역시 그 모습을 보셨던 방앗간집 할머니는 대성통곡을 하면서 이젠 저승길로 가라며 아들에게 소리치셨던 겁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저도 듣지를 못해서 지금도 잘 모릅니다.

다행히 굿을 한 이후로는 그 분의 혼령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앗간집은 그 후로도 계속 할머니께서 하시다가 지금은 돌아가신 그 분의 동생이 물려 받았다고 하는데, 이사를 가서 명절 때가 아니면 자주 찾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방앗간 한 구석에는 항상 물이 담겨 있는 접시가 놓여 있더군요...


  • 1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734 기묘한 타카코늪 그린란드2 아리가리똥 764 0
733 기묘한 타이타닉호에 대한 신비한 증언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1380 1
732 기묘한 타 커뮤니티에서 난리난 사진 한장8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827 1
731 기묘한 킬링필드의 해골무덤1 미미미미치 1165 0
730 기묘한 키가 8미터는 되어보이는 괴생물체 도심에서 발견....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373 3
729 기묘한 큐브+메이즈러너 같은 꿈 꿨음7 도네이션 479 2
728 기묘한 쿠네쿠네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792 2
727 기묘한 쿠네쿠네5 title: 메르시운영자 983 3
726 기묘한 콩팥 밀거래 수괴 '닥터 호러'가 체포됐다 헨리 1002 0
725 기묘한 콩나물 팔던 여인의 죽음 title: 다이아10개나는굿이다 1254 0
724 기묘한 코카콜라 조지아의 앙증맞은 서프라이즈 선물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905 0
723 기묘한 컨저링 속 인형 실화 ㄷㄷ4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124 3
722 기묘한 컨저링 속 인형 실화3 금강촹퐈 1133 3
721 기묘한 카라 "강지영" 손을 잡는 귀신의 손5 앙기모찌주는나무 6275 2
720 기묘한 침대 밑의 귀신2 애니웨이 1033 0
719 기묘한 측간 부인 이야기1 title: 메딕셱스피어 947 1
718 기묘한 측간 부인 이야기 title: 팝콘팽귄이리듐 1176 0
717 기묘한 춤추는 장희빈 묘 귀신1 title: 하트햄찌녀 6143 1
716 기묘한 추성훈은 귀신을 봤다고 함5 title: 메딕제임스오디 757 1
715 기묘한 최종보스 2페이즈.gif1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795 1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41다음
첨부 (1)
곱등3_-1.jpg
46.0KB / Download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