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백년 가까이 된 작은 목욕탕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2016.11.30 21:41조회 수 880댓글 0

    • 글자 크기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



우리 집 근처에는 백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작은 목욕탕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가게라고는 해도 시대의 흐름 때문인지,



손님들이 그리 많이 찾아오는 곳은 아니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 목욕탕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같이 그 목욕탕에 다니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셨던 것 같다.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지만,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목욕탕에 갔었으니..



 





어느 주말 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



옷을 벗고 힘차게 욕실 문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다.



언제나 파리나 날리고 있던 목욕탕이, 어찌 된 일인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욕탕 안에도 사람투성이고, 씻는 곳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내 뒤를 따라 온 아버지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래서는 못 들어가겠네. 좀 기다릴까?]



아버지는 맥주를,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고 탈의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목욕 전에 아이스크림을 먹다니,



평소와는 완전 차례가 반대라 나는 어쩐지 즐거웠다.



한동안 기다렸지만 나오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가 가서 지금은 어떤지 좀 보라고 해, 나는 다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또 놀랐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혼잡하던 목욕탕이었는데, 지금 보니 손님은 2, 3명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던데다 나온 사람도 없었는데..



 





아버지도 깜짝 놀란 듯 했지만,



원래 사람이 사소한 건 신경쓰지 않는 분이라 아무 일 없었던 듯 평소처럼 목욕이나 했다.



 





목욕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카운터 옆에 붙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럴수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닫는다는 것이었다.



고작 1주일 가량 남았는데..



 





문득 깨달았다.



아직 어린 나이였는데도, 왠지 아까 그렇게 손님이 많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게가 문 닫는 게 아쉬워서,



먼 옛날부터 이 목욕탕을 찾았던 단골 손님들이 마지막으로 죄다 놀러왔던 거겠지.



 





아버지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지,



[할아버지도 분명 계셨을텐데 말이야. 아들이랑 손자가 같이 왔는데 인사라도 해주지 참.] 이라며 중얼거리셨다.



나와 아버지는 그대로 아무 말 않고 손잡고 집에 돌아왔다.



 





목욕탕이 문 닫는 날,



다시 한 번 아버지와 목욕을 하러 갔지만, 그날은 평소처럼 한산할 뿐이었다.



 





목욕탕이 가득 찬 걸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출처 : VK's Epitaph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72 실화 회사 후배의 꿈이야기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1322 0
171 실화 회사.. 사무실 귀신썰 ㄷㄷ2 닥터전자레인지 159 3
170 실화 회사.. 사무실 귀신썰 ㄷㄷ2 패륜난도토레스 285 1
169 단편 회사동료가 죽었습니다2 여고생너무해ᕙ(•̀‸•́‶)ᕗ 2892 4
168 실화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2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734 4
167 실화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218 0
166 실화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895 1
165 실화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2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4422 2
164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1~3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085 1
163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1화 (이제는 일상생활이 되어버린 귀신들)4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2446 1
162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2화3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7974 1
161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3화2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5562 1
160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4-5 (完)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999 1
159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4화2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4562 1
158 실화 회사에서 사용할 창고장소를 찾다가 5화 (완결)3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 5163 2
157 실화 회상편 믿거나 말거나 진실&거짓3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2180 1
156 단편 회생병원1 여고생 1391 0
155 2CH 횡단보도의 모녀 아리가리똥 1104 0
154 실화 후기..3 YYng 975 1
153 기타 후덜덜 무서운 마다가스카르 식인나무 1 미숫테리 4951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