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씌어버린 여자 - 2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1.10 10:48조회 수 47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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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홋카이도 여행 이후 3개월.


나는 지금, 도내 역전 광장 벤치에 앉아있다.


여름 더위도 꺾이고, 거리에는 겨울 기♥♥저 감도는 가을 바람 부는 날이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거리의 색이 변하듯, 지난 3개월간 내 인생도 크게 바뀌었다.


그날, 나와 함께 홋카이도를 여행했던 오토바이는 이제 없다.


트럭과 정면충돌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대파됐다.




나는 그 사고로 인해 왼팔과 왼다리, 왼쪽 쇄골과 늑골까지 4곳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전치 5개월짜리 부상이었다.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다섯달간 일도 못하는 인간을 필요없다며, 회사에서는 서류 한장으로 나를 잘라버렸다.




결국 오토바이도 잃고 일자리도 잃은 내게 남은 건 얼마 안 되는 저금과 너덜너덜한 몸뚱이 뿐이었다.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회복은 했지만, 왼팔은 묘하게 회복이 늦었다.


다리와 늑골, 쇄골은 거의 멀쩡해졌는데, 왼팔만큼은 접혀서 펴지지가 않았다.




의사도 불가사의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나는 왜 사고를 일으킨 것인지, 전혀 기억이 없다.




의사는 사고의 쇼크로 인한 일시적 기억장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완전히 사회에서 동떨어진 몸이었다.




설령 부상이 낫는다 하더라도, 내게는 돌아갈 직장이 없다.


나는 완전히 살아갈 자신을 잃은 터였다.


이대로 나는 사회 부적응자로서, 마른 나뭇잎처럼 헛되이 죽어가는걸까.




그런 생각들만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내가 지금 역전 광장에 앉아있는 이유는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 이 역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갑자기 인파 속에 발이 묶여, 그대로 넘어졌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슬쩍 시선을 주고, 곧 나를 지나쳐 간다.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딱히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없었으니.




밉다는 마음도, 원망스러운 기분도 없다.


단지 스스로가 비참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약해진다는건 고독하고 비참한 감정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매일 같이 울고만 싶은 나날이었다.


역전 광장 벤치에 앉아, 나는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며, 나는 과거의 일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무렵으로 돌아가고 싶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한 젊은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젊은 남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하늘로 연기를 뿜었다.


[형씨, 위험해 보이네.]


젊은 남자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입 다물고 계속 인파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딱히 이상한 놈은 아니야. 지금 형씨를 보면 도움이 필요해보여서.]


[도움? 도움 따윈 필요없어. 몸만 좋아지만 나도 혼자 살 수 있다고.]




젊은 남자는 한숨을 쉬듯 연기를 뿜어냈다.


[그 몸은 더 이상 낫지 않아. 설령 좋아진다 하더라도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고.]


나는 조용히 사람들 오가는 것만 바라보았다.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일주일 후에 다시 여기로 와. 그럼 우리가 형씨의 힘이 되어 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젊은 남자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저런 놈한테 저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형편없는 꼴이 된건가.


그날 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누나가 종종 돌봐주러 올 때를 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고독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잠에 빠졌다, 갑자기 깨어난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것도 사람 한 명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구멍이.


난데없이 나타난 천장의 구멍에 놀라, 나는 몸을 일으키려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얽매인 것처럼 몸은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패닉에 빠졌다.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질 못한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발버둥치던 내 귀에,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천장 구멍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온몸에 경계신호가 흐르기 시작한다.




기분 나쁜 기색이 천장 구멍 안에서 가득 흘러넘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것은 꿈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필사적으로 빌었다.


눈을 뜬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홋카이도에서 봤던 미치광이 여자가 천장 구멍 안에 있었다.


내 심장은 터질듯 뛰었다.


미치광이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았다.




움직일 수 없는 나는, 그저 벌벌 떨 뿐.


미치광이 여자의 입이 우물우물 기묘하게 움직인다.


마치 껌을 씹는 듯한 움직임 뒤, 여자의 입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 떨어져 내렸다.




그 피가 방울져 내 얼굴에 달라붙는다.


여자의 입에서 나온 피는 사람 피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시체의 피.




내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 들었다.


나는 절규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알아차려 줘.




누군가 도와줘.


내 얼굴을 가득 메울 정도로, 계속해서 여자는 피를 토해냈다.


나는 외쳤다.




마음 속으로부터 외쳤다.


도움을 구해 미친듯 외쳤다.


그러자 여자는 구멍에서 몸을 질질 끌고 나와, 그대로 천장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내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었다.


떨어진 여자는 천장에 매달리듯 목을 걸고 있었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여자의 입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온다.


차가운 피가 여자의 흰 원피스를 붉게 물들인다.


갑작스레 여자의 목을 매단 로프가 끊어진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의 줄이 끊기듯, 여자는 힘없이 내 배 위로 떨어졌다.


내 공포는 정점으로 달하고 있었다.


질질 끌듯, 여자의 얼굴이 내 귓전에 다가온다.




[이제 너는 내 거야...]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내 몸을 만지작거린다.


나는 공포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용서해 줘, 살려줘.]


간절히 바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여자는 내 입에 들이대듯 불쾌한 키스를 해온다.




나는 울면서 흐려진 소리로 절규했다.


그 순간, 여자는 사라졌다.


나는 대량의 오물을 입에서 토했다.




아침, 눈을 뜬 내 주변은 내가 토한 토사물투성이였다.


거울을 들고 얼굴을 본다.


여자의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침대 주변에도 여자의 피는 없었다.


천장도 멀쩡했다.


그저 내 토사물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




나는 짐을 정리하고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낮에는 역 구내에서 쉬고, 밤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버텼다.


나는 이제 혼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사람이 있는 곳에 머물고 싶었다.


그런 생활이 일주일 가량 이어졌다.


내 심신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좀체 낫질 않는 몸.


익숙해질 수 없는 생활 환경.


내 안에서 수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숙자와 다름 없다.


그 이유라곤 그 미치광이 여자가 내게 씌었기 때문이라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유였다.


정신이상자라고 불려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이제 정말 끝인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내 마음이 반쯤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일 뿐이었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젊은 남자와 만났던 역전 광장 벤치에 앉아있었다.


마지막 의지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아무 생각 없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름 더위도 꺾이고, 거리에는 겨울 기♥♥저 감도는 가을 바람 부는 날이었다.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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