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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15년 전, 그 일 이야기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2015.01.09 13:29조회 수 888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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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저는 중3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고교 입학을 앞두고 원서를 쓰고 분주했던 2학기 겨울이었어요

 당시 IMF의 후속 여파로 아빠는 실직하셨고 엄마가 직장에 다니며 간신히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용돈이라도 벌어보고자 전단지 알바를 시작했죠

 총각인 친구 셋이 의기투합해 차린 족발보쌈집이었는데 주로 야식 전문인 집이었죠

 지금 와 생각해보면 셋 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고 행색이나 말투 등이 약간 껄렁한 느낌이지만 털털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가게가 시장에 있었는데 아파트 단지까지 걸어가면 10분 정도였거든요

 오토바이 타면 금방 가니까 종종 태워다 주고 그랬습니다

 당연한거지만 헬맷도 씌워줬구요 속력을 좀 내서 무섭긴 했지만 나름 안전하게 잘 몰았어요



 알바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는 좀 무서운 꿈을 꿨습니다

 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오셨는데 제가 계속 어딘가로 가려고 하자 가지 말라며 제 옷자락을 붙잡고 안 놓아주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에게 좀 놔달라고 그래도 절대 놓지 않으셨고요

 어찌나 힘이 세던지 뿌리칠 수도 없어서 바닥을 벅벅 기다가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너무 기분이 묘했어요



 그러고 일을 하러 갔는데 뜻밖에도 가게에 미경이가 와 있었습니다

 미경이는 저와 같은 반 아이였습니다

 키도 작고 엄청 마르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아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미경이가 어둡다며 싫어했고 왕따가 되기에 제가 한두번 말도 걸어주고 같이 집에도 몇 번 가고 그랬습니다

 그때 제가 알바 간다고 말했더니 어디서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가게로 찾아온겁니다

 자기도 저랑 같이 알바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지 말랄것도 없고 해서 그래라 했어요



 전단지를 챙겨들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나서면서 태워다준다고 오토바이에 타라고 하더군요

 평소처럼 타면 되는건데, 그런데,

 이상한겁니다. 그날따라 진짜 예감이 좋지 않았어요

 절대 타면 안 될것 같고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거든요

 제가 안 탄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왜 안 타냐고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길래

 가는 길에 문방구에 들러서 뭘 사야한다고 하니까

 그럼 문방구 앞에 세워줄께 타,라고 또 그러는겁니다

 그때 속으론 그냥 탈까? 왜 이러지? 하는데 이상하게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결국 그냥 걸어가겠다고 하니까 사장님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래? 싫음 마라~ 이러더니

 미경이를 뒤에 태우고 헬맷 씌워서 출발했어요

 저는 걸어서 아파트 단지까지 갔고요



 왜 그런 기분이 든건지 저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한참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고

 혹시 할아버지가 꿈에 나와서 그런가?라고 생각을 해봐도

 역시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미경이도 무사히 일 잘 끝내고 잘 헤어졌고요



 그후에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두세달 정도 더 일을 하다 그만두게 됐습니다

 미경이는 몸이 약해서인지 한달 정도 하더니 못하겠다고 저보다 먼저 그만뒀고요

 그때가 중3 2학기 중인지라 다들 고입 준비로 정신없을 때였고

 언뜻 미경이에게 고교 어디로 갈거냐고 물었더니 집 근처의 상고로 갈거라고 했어요

 저랑은 다른 학교라 가서 잘 적응하길 바란다 말했고

 겨울방학이 됐고, 고교에 입학 확정이 되었고, 졸업을 했고 고교에 입학을 해 미경이를 그렇게 잊고 살았죠



 1년 정도가 흘러서 고1 겨울방학 때 중학교 동창애들을 만났는데

 그애들 중 하나가 저더러 너 미경이랑 친하지 않았었냐고 묻기에

 친한건 아녔고 잠깐 알바 같이 했던 정도라고 했더니


 
 미경이가 죽었답니다
 


 너무 놀라서 왜냐고 물으니 이미 죽은지 좀 됐다고

 고교 입학하기 며칠 전에 갑자기 폐렴 증세를 보여서 입원했는데

 뚜렷하지 않은 합병증이 추정되어 사망했다고요



 너무 놀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날 심란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또 할아버지께서 나오셨어요

 별 표정 없이 말씀하시길

 '니가 대신 갈 뻔 했어'
 
 그 후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제 옷자락을 붙잡고 그런건 없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저 말씀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요

 제가 대신 갈 뻔 했다고...



 저는 그 날 오토바이를 탔다면 제가 현재 이 세상에 없을거라고 나름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미경이에겐 어쩐지 미안하고 그래서 납골당에 한번 찾아가 인사하고 왔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미경이 이모님은 어차피 오래 못 살 아이였다고 덤덤하게 말씀하셨지만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죄책감이 조금씩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론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길고 지루한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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