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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1시 11분의 전화 (Part. 1)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3.31 10:21조회 수 47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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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향수님께서 잠밤기에 올려진 괴담을 소재로 쓰신 것입니다.

향수님의 허락 하에 잠밤기에 연재합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이제 제발 그만해요. 끊어요."
"…."

신경질적으로 종료 버튼을 누른 후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1분. 또다.

매일 밤 11시 11분이 되는 순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다.
처음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수화기 너머에서 말없이 울기만 하더니, 몇 달 전부터는 아예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딱히 할 말이 없다면 끊으면 될 테지만, 어째서인지 이쪽에서 먼저 끊지 않으면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계속 수화기를 들고 있을 태세였다.

이런 전화 따위는 신경만 쓰지 않으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지가 않았다.
처음엔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누구냐고 몇 번, 몇 십번을 물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전화를 거는 여자-울음소리로 미루어 봤을 때 여자인 것 같았다-는 울음소리 이외의 그 어떤 대답도 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상대편에게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먼저 끊겠습니다, 라고.

얼핏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이 사건으로부터, 일련의 비극이 시작될 지를 내가 어찌 알았으랴. 이후에도 낯선 여자의 전화는 매일 밤 걸려 왔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만 굳게 믿고 있었던 나는, 전화가 걸려온 지 한 달쯤이 지나자 문득 두려워졌다.

만일 이게 잘못 걸려 온 전화가 아니라면, 만일 이 전화를 받아야 할 사람이 처음부터 나였다면…. 그리고 만일 나의 생각이 맞다면, 여자의 정체는 뚜렷했다.
스토커.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이 구체적인 단어로 집약되자 새삼 소름이 끼쳤다.

그렇지만 스토커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이었다.
게다가 설령 사실이라 해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이나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해 보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들에 말에 의하면, 매일 전화를 거는 여자가 확실히 스토커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므로 함부로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의외로 그녀가 나의 지인일 지도 모른다며 먼저 전화를 걸어보라고 충고까지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건 미친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런 하찮은 일로 바쁜 사람 방해하지 마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내말을 제대로 들어 보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내 입장을 이해할 리 없었다.
아니, 전화가 오는 것만으로도 두려운데, 어떻게 먼저 전화를 걸어 보라는 것인가?

성인 남자가 고작 여자 하나를 두려워해서 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토킹이라는 건 직접 당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더없이 끔찍한 범죄인 건 사실이다.
나는 진심으로 두려웠다.
게다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계속 울기만 하는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누구인지, 나는 정말 짐작도 가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농담 삼아 예전 여자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나에게 연애는 그 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듣고 그녀는 말했다.

"그럼 자길 전부터 짝사랑한 여자일지도 모르지. 전화 오는 시간이 11시 11분이라고 했지? 그럼 자긴 그거 알아? 11시 11분에 시계를 보면, 누군가가 자기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래."

…말도 안 된다, 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하마터면 그녀에게 화를 낼 뻔 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에게 오후 11시 11분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쾌활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심지어는 6월의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의 잔털이 다 설 지경이었다.

그것은 나 자신으로서도 받아들♥♥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엔 더욱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성인 남자가 오후 11시 11분에 있는 장소는 셀 수 없이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대중교통 안이나 직장 혹은 술자리에서 전화가 울릴 때마다 나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사람들 앞에서 전화를 받고 나면 나는 순식간에 침울해졌고, 덕분에 직장 동료 중에는 나를 기피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물론 전화를 받지 않은 적도 많다.
하지만, 1분간 끈질기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혹은 진동-는 전화를 받는 것 이상으로 나를 미치게 만들 뿐이었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겠지만, 내 전화기의 진동으로 인해 방해를 받은 사람들의 시선은 참을 수가 없었다.
다음엔 받자마자 끊어 버리거나, 수신보류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을 뿐이었다.
여자는 11시 11분만 되면 착실히 전화를 걸었으며, 전화가 끊긴 후에도 아직 11시 12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다시 걸기까지 했다-11시 11분이 지날 때까지. 착신거부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다.
몇 번인가 여자의 번호를 스토커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고 착신거부를 한 적이 있는데, 이틀 후면 어김없이 다른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에 신경을 쓰는 것이 오히려 시간낭비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아예 휴대폰을 꺼 놓거나 무음모드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휴대폰을 꺼 놨다가, 혹은 무음을 설정해 뒀다가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했던 적도 있었고, 별 내용도 없는 문자 하나에도 목숨을 거는 여자친구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화가 오는 시간에만 무음을 설정하는 건 더 바보짓이었다.
그렇게 하면 애초에 의식하지 않으려던 목적 자체에 어긋나므로…. 

최후의 수단은 역시 번호를 바꾸는 것이었지만, 기껏 여자친구와 중간 자리를 맞춘 번호를 바꾸기는 싫었다.
사실 몇 번 큰맘 먹고 통신사를 찾기도 했지만, 찾아갈 때마다 같은 가운데 네 자리를 가진 번호가 없었다.
여자친구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녀가 내심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며 너무나 즐거워하던 그녀의 미소에 어떻게 감히 찬물을 끼얹는단 말인가. 게다가, 아무리 두렵다고 해도 애인인 그녀에게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결국, 그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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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1분의 전화 (by 한량이) 11월 13일 금요일 (by 오바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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