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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동물 학대가 맞는가 동물 학대가 아닌가?

굴요긔2017.04.13 17:46조회 수 53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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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아~! 우리 나비는 어떡해 그럼! 흐어엉~! "
 
" ... "
 
소녀는 다친 고양이를 안고서 울었지만,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독한 소리를 해야만 했다.
 
" 치료비가 얼마인지 못 들었어?! 지금 집세도 못 내고 있는 상황에, 그런 돈이 어딨니?! "
" 흐어엉~! 엄마아~! 우리 나비 죽는 거 싫어! 흐어엉~! "
 
[ 냐~앙... ]
 
힘없이 우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여인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그녀라고 왜 고양이를 치료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녀의 가정 형편에 그럴 돈은 없었다. 
이젠 주변에 손 벌릴 만한 곳도 없었고, 그 이유가 고양이 치료비란 말을 꺼낼 수는 더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픈 고양이를 외면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냐-아... ]
 
.
.
.
 
" 엄마! 엄마! TV! 얼른 TV 좀 봐! "
 
" ? "
 
고양이 일로 기운이 없던 딸의 갑작스러운 호들갑에, 어머니는 설거지를 멈추고 TV 앞으로 향했다.
 
[ 애완동물 보험 서비스! 댁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 치료비를 저희 '삼성'에서 전액 지원하겠습니다! 횟수 제한 없이 평생! ]
 
" 엄마! 엄마 저거만 있으면 우리 나비도 치료할 수 있잖아! 응? 엄마 빨리 전화 걸어! "
" 아니.. 좀 있어 봐. "
 
어머니는 미심쩍은 얼굴로 눈 사이를 좁혔다. 저런 보험들은 가입비만 받아먹고 제대로 적용도 안 되는 일이 허사 하니까. 
한데, 다음 순간 어머니의 눈은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 가입비 없습니다! 유지비 없습니다! 아무런 돈이 들지 않는 애완동물 보험! 지금 당장 전화 상담하세요! ]
 
" 뭐,뭐어? 무료라고?? "
" 아 엄마아! 빨리! 빨리 전화 걸어어! 우리 나비 수술해야지~! "
" 어..어어.. "
 
여전히 어머니의 얼굴은 미심쩍었지만, 어느새 핸드폰을 찾아들고 있었다.
 
.
.
.
 
" 수술이 아주 잘 됐습니다. 아직 어리니 금방 회복할 겁니다. "
" 감사합니다! "
 
어머니는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에게 몇 번이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뭐라도 바리바리 싸서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술비에서 약값까지 전액 무료라니! 
하지만 그녀가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 대상은 따로 있었다. 삼성 애완동물 보험! 
정말로 '삼성'은 모든 비용을 일체 처리해주었다. 심사를 따지지도 않고, 가입하자마자 곧바로 말이다.
 
" 나비야~ 흐윽! 힘들었지~! 흐으윽! "
 
어린 딸은 휴식 중인 나비 곁에 붙어서 울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눈물이 날 정도로 깊이 안도했다. 
딸에게도, 자신에게도, 나비에게도, 모두에게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다만 한가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한 가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 삼성~! ]
 
" ... "
 
나비의 낯선 울음소리 말이다.
 
.
.
.
 
애완동물 보험의 가입조건은 단 하나였다. 
애완동물의 울음소리가 영원히 '삼성'으로 변하는 시술을 받는 것!
보험에 가입한 고양이와 개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삼성'이라는 소리만 내었다. 배가 고파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낯선 이를 경계할 때도. '컹컹컹!'이 아닌 '삼성삼성삼성!' 하고 짖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골때리는 마케팅을 생각해낸 직원의 기획은 이랬다.
 
- - - - -
바닥으로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비책입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는 100%에 가깝습니다. 그런 애완동물을 무상치료해주는 기업을 누가 고마워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애완동물은 항상 사람과 함께 합니다. 매일 매일 삼성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뇌리에 주입될 것이고, 그 어떤 유사광고들보다 효율적인 최면 효과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건강해진 애완동물을 볼 때마다 삼성을 떠올릴 테고, 웬만하면 삼성 제품으로 손이 가게 될 겁니다. 
'같은 값이면 우리 애기 제품 사야지! 앞으로도 보험 혜택 계속 보려면 삼성이 잘 돼야지!' 
 
이제부터 사람들의 애완동물은 저희 삼성의, '살아있는 광고'가 되는 겁니다!
- - - - -
 
예상외로 덜컥 통과되어버린 그 기획은, 화제성과 광고효과 부분에서는 만점이었다.
다만, 기업 이미지 개선 부분에서는 난관에 부딪혔다.
 
" 어떤 똘아이가 이딴 생각을 한 거야?! 고양이가 '삼성'하고 운다고?! 소름 끼쳐서 진짜! 법적으로 제재해야 돼 이건! "
" 동물 학대 입니다 동물 학대! 애완동물을 멋대로 개조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인간이 무슨 신입니까?! "
 
울음소리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만큼 컸고, 생명 윤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강하게 일어났다.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시위까지 일어났다.
물론, 옹호 여론도 컸다.
 
" 우리 나비의 목숨을 구해준 게 삼성이라고요! 삼성이 없었으면 우리 나비는 벌써 죽었을 거라고요! "
" 사실상, 삼성의 애완동물 보험은 자선사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어느 기업이 큰돈 들여가며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
 
결국, 이 화제는 백분토론까지 이어졌다.
 
[ 오늘은 최근 삼성 사태로 불거진 생명 윤리에 관해서 토론해 보겠습니다. '삼성의 애완동물 광고를 금지해야 하는가?' 찬성 쪽 의견에 두석규 교수님, 반대 쪽 의견에 김남우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십니까. "
 
[ 오늘 토론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이 방송 이후 대국민 투표가 예약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그 결과에 따라 삼성의 애완동물 광고 행위가 금지 될지 안 될지 정해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의 말씀이 참 중요하게 됐습니다. 그럼, 먼저 김남우 교수님? ]
 
김남우의 주장은 이랬다.
 
" 금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당한 값을 치른 정당한 광고입니다. 그리고 광고가 붙더라도, 삼성이 하는 일이 좋은 일인 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도 있습니다. 생색내기용 기부라도, 안 하는 사람들보다 백배 천배 낫다고. "
 
두석규의 생각은 달랐다.
 
" 이건 생명 윤리의 문제입니다! 동물이 본래 가진 울음소리를 인간의 힘으로 강제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인간이 신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
" 그것이 동물에게는 큰 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삼성 보험은 정기적으로 건강 관리까지 해준다더군요. 애완동물이 오래 살수록 광고 효과가 좋으니까 말입니다. "
 
김남우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두석규의 톤이 조금 높아졌다.
 
" 이미 목소리를 빼앗은 것만으로도 해를 입힌 겁니다! 애완동물에게도 존엄성이란 게 있습니다! "
 
" 존엄성? 인간이 언제부터 애완동물에게 존엄성을 지켰다고! '티컵 강아지'는요? '강아지 공장'은요? 닥스훈트의 짧은 다리는 누가 만들었답니까?? 따지고 보면, '중성화 수술'부터가 유전자를 퍼트릴 기회를 없애는 건데! 고작 울음소리 바꾸는 게 그것들보다 더 존엄성을 해친답니까? "
" ... "
 
김남우의 주장에 두석규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 교수님은, 기업을 광고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명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무섭지도 않으십니까? 경제 논리만 있다면 뭐든지 허용이 되는 것입니까?? "
" ... "
 
김남우도 할 말을 잃고 눈살을 찌푸렸다가, 대답했다.
 
" 뭐든지 허용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목소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체는 '우는 것' 조차도 못 합니다. "
" ... "
 
딱딱하게 굳은 두석규는, 미지의 공포를 느끼는 듯 가라앉은 톤으로 말했다.
 
" 예, 시작은 이 정도겠지요. 그럼 다음에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어디까지 갑니까? 저는 두렵습니다.. 이런 인류가 그려낼 미래가 두렵습니다. "
" ... "
" ... "
 
[ ...여기서 오늘의 토론을 마칩니다. 방송 이후로 투표가 있을 예정이오니, 국민 여러분들은 소중한 한 표를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회자의 클로징 멘트가 흘렀다.
 
 
[ 과연 우리 애완동물들은 미래에, 어떤 울음소리를 내게 될까요? ]
 
.
.
.
.
.
.
 
미세먼지 없이 날씨 좋은 한강 변의 한낮.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치와와의 목줄을 잡고 산책을 하던 아가씨가, 건너편에서 닥스훈트의 목줄을 잡고 오는 친구를 발견했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는 둘.
 
두 강아지도 반갑게 펄쩍펄쩍 뛰며 서로 짖었다.
 
 
[ 삼성! 삼성삼성! 삼성! ]
[ 삼서엉~! 삼서~엉! ]
 
 
강아지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두 아가씨는 말했다.
 
 
" 어머~ 세상에! 너 벌써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정말 잘 됐다! 삼성. 이렇게 건강한 모습 보니까 너무 좋다! 큰 수술이었지? 안 힘들었어? 삼성. "
 
" 괜찮아 삼성. 돌아다닐만해 삼성. 수술도 삼성. 힘들었지만 삼성. 참을만 삼성. 했어 삼성. 수술비도 삼성. 공짜니까 삼성. 좋았고 삼성. "
 
" 아이구! 너 수술비가 정말 많이 비쌌나 보다! 내가 했던 쌍꺼풀 수술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구나...? 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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