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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The egg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4.14 15:18조회 수 58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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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였어.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너한테는 치명적이었지.

 

 

너는 그렇게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어.

 

 

현장에 도착한 응급 의료반은 널 살려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서운해 할 필요는 없어.

 

 

네 몸은 순식간에 완전히 산산조각났으니까.

 

 

고통없는 죽음이 차라리 잘 된거야. 날 믿어도 돼.

 

 

그리고 넌 지금 나를 만났지.

 

 

 

 

"어떻게… 어떻게 된 거죠?"

 

 

 

 

네가 물었어.

 

 

 

 

"여기가 어디죠?"

 

 

"넌 죽었다."

 

 

 

 

내가 말했어. 거짓은 없었지.

 

 

 

 

"트럭이 달려오다가… 미끄러져서…"

 

 

"그거야."

 

 

 

 

내가 말했어.

 

 

 

 

"나는… 죽은 겁니까?"

 

 

"그래. 하지만 별로 기분 나빠 하지는 말라고. 다들 죽으니까."

 

 

 

 

넌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지. 너와 나 뿐.

 

 

 

 

"이 장소는 뭐죠?"

 

 

 

 

네가 물었어.

 

 

 

 

"이게 사후 세계인가요?"

 

 

"그런 셈이지."

 

 

"당신은 신입니까?"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 사람을 말하는거라면, 그래. 내가 신이다."

 

 

"아아…내 아이들. 내 아내."

 

 

 

 

네가 중얼거렸어.

 

 

 

 

"그들은 어떻게 됐죠? 괜찮을까요?"

 

 

"아, 좋은 자세야. 그게 내가 보고 싶던 모습이야."

 

 

 

 

내가 말했어.

 

 

 

 

"자신이 죽었는데도 우선 가족을 떠올리는군. 좋은 일이야."

 

 

 

 

넌 멍한 눈으로 날 바라봤어.

 

 

너한테는, 내가 신처럼 보이지 않겠지.

 

 

난 그냥 보통 사람처럼, 너와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아, 걱정 마."

 

 

 

 

내가 말했어.

 

 

 

 

"네 가족들은 괜찮을 거야.

 

 

네 아이들은 널 완벽한 아버지로 기억할거야. 너한테 반항할 만큼 자라지는 않았으니까.

 

 

음, 너의 아내는 남들 앞에서는 울겠지만, 내심 안도할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네 결혼 생활이 좋진 않았잖아.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네가 죽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죄책감을 느껴.

 

 

아마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거야."

 

 

 

 

"신은... 당신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있나 보군요...

 

 

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죠? 내가 천국이나 지옥을 간다거나 하나요?"

 

 

 

 

"둘 다 아냐."

 

 

 

 

내가 말했어.

 

 

 

 

"너는 환생할거야."

 

 

"아..."

 

 

 

 

네가 감탄한 듯 말했지.

 

 

 

 

"사후세계에 대한 예측은 힌두교가 맞았군요."

 

 

"모든 종교가 나름대로 맞는 구석이 있지"

 

 

 

 

내가 말했어.

 

 

 

 

"그냥 다들 기억을 제대로 못했을 뿐이야. 우리 좀 걷지."

 

 

 

 

넌 내 말에 의아해하는 듯 했지만, 곧 내 뒤를 따라왔고

 

 

우리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을 걸었어.

 

 

 

 

"어디로 가는 거죠?"

 

 

"아무 데도 아냐, 그냥 걸으면서 이야기하자고."

 

 

"그래요... 그런데 환생이란 정확히 뭐죠?"

 

 

 

 

네가 물었어.

 

 

 

 

"다시 태어나면 난 그냥 백지 상태인 거죠, 맞죠?

 

 

이번 삶에서의 내 경험이나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겠죠."

 

 

 

 

"꼭 그렇지만은 않아"

 

 

 

 

내가 말했어.

 

 

 

 

"넌 지난 모든 삶에서의 지식이나 경험을 갖고 있어. 그냥 기억을 잘 못할 뿐이야."

 

 

 

 

난 발걸음을 멈추고 너를 바라보며 말했지.

 

 

 

 

"네 영혼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고 거대해.

 

 

인간의 기억력과 마음은 네 영혼의 조그만 부분을 담을 수 있는 그릇에 불과하지.

 

 

꼭 필요한 만큼밖에 담지 못하는거야. 용량이 작은거지.

 

 

선지자나 성인이라고 불리우는 인생은 용량이 남들보다 조금 큰 거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넌 사는동안 너의 일부를 그릇에 담은 채로 보내는거야.

 

 

하지만 다시 나올 때면, 원래의 거대한 영혼으로 돌아오겠지.

 

 

넌 지난 34년 동안 인간이었고 지금 방금 죽었어.

 

 

그래서 아직은 네 영혼의 본질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아마 여기에 좀 더 오래 있다 보면 넌 모든 걸 기억하기 시작하겠지.

 

 

하지만 어차피 곧 다시 환생해야하는데, 그래봤자 별 의미가 없긴 해."

 

 

 

 

"그럼 저는 얼마나 환생해 온 거죠?"

 

 

 

 

"아, 많지. 엄청 많아. 수 많은 다른 삶을 살았어."

 

 

 

 

내가 말했어.

 

 

 

 

"그리고 이번에는 기원 전 540년의 중국 소작농 여자아이로 태어날 거야."

 

 

 

 

"잠깐, 뭐라고요?"

 

 

 

 

넌 당황했지.

 

 

 

 

"날 과거로 보낸다고요?"

 

 

 

 

"그래.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야.

 

 

시간이라는 개념, 그건 너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거지.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 곳에 시간이라는게 의미가 있어보이나?"

 

 

 

 

"그래도... 내가 과거로 환생한다면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겁니까? "

 

 

 

 

네가 고민하며 말했어

 

 

 

 

"아 그래!"

 

 

 

 

내가 대답했지.

 

 

 

 

"그럼. 그게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거야.

 

 

같은 시대의 사람은 물론이고, 시간대가 다른 사람들끼리도 말이지."

 

 

 

 

"복잡하군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 달라요.

 

 

대체 이런 환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나는 너에게 자상한 말투로 말했어.

 

 

 

 

"이 모든 삶의 의미. 내가 이 세계를 만든 이유. 환생의 의미.

 

 

그건 바로 성장을 위해서야."

 

 

 

 

"성장... 저 처럼 모든 인류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기를 바라시는건가요?"

 

 

 

 

"아니. 너 말이야. 바로 너의 성장."

 

 

 

 

 

 

너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지.

 

 

 

 

 

 

"나는 이 모든 우주를 널 위해 만들었어. 한 번의 삶을 살 때마다 너는 자라고 성숙해지지.

 

 

점점 더 크고 위대한 지성을 갖춘 영혼이 되는 거야."

 

 

 

 

너는 여전히 멍청해보이는 얼굴을 한 채 말을 꺼냈지.

 

 

 

 

"그건 무슨 말이죠? 제가 특별한 존재라는 말인가요?

 

 

다른 사람들과 제가 다른 점이 있는건가요?'

 

 

 

 

"다른 사람들? 그런건 없어."

 

 

 

 

내가 말했어.

 

 

 

 

 

 

"이 세계에는 너 뿐이야."

 

 

 

 

 

 

너는 나를 멍하니 쳐다봤어.

 

 

 

 

 

 

"하지만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그건 전부 너야. 너의 다른 삶들이지."

 

 

 

 

"잠깐. 무슨 말이죠? 내가 모든 사람이라고요?"

 

 

 

 

"이제서야 이해했군."

 

 

 

 

 

 

나는 축하의 의미로 박수를 쳐주었지.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모든 인간이예요?"

 

 

"아니면 앞으로 살아갈 사람이던지. 그래."

 

 

"내가 에이브라함 링컨이라고요?"

 

 

"그리고 너를 쏴죽인 존 윌크스 부스이기도 하지."

 

 

"내가 히틀러에요?"

 

 

 

 

넌 몸을 떨며 말했어.

 

 

 

 

"그래, 그리고 네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이기도 하지."

 

 

 

 

"내가 예수인건가요?"

 

 

"그리고 그의 열 두 제자들이지."

 

 

 

 

너는 침묵했어.

 

 

 

 

 

 

"네 모든 생에 있어서, 네가 누군가를 해칠 때마다..."

 

 

내가 말했어.

 

 

"넌 너 자신을 해치고 있는거야. 마찬가지로 네가 하는 모든 선행은, 너 자신에게 돌아가지.

 

누군가가 느끼는 모든 행복하고 슬픈 순간들은 네 경험이었거나, 앞으로 네 경험이 되겠지."

 

 

 

 

"대체 왜죠?"

 

 

 

 

네가 내게 물었어.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내가 대답했어

 

 

 

 

"비유하자면, 넌 아직 태아상태 인거야. 자라는 중인거지.

 

 

이 모든 시간을 거쳐 언젠가... 언젠가 모든 인간의 삶을 살고 나면

 

 

너는 태어나기 충분하게 자라는 거야."

 

 

 

 

"그럼 이 세계는... 이건 그저..."

 

 

 

 

"그래, 일종의 알이지."

 

 

 

 

내가 대답했어.

 

 

 

 

"맙소사... 그렇다면 알에서 깨어나면, 그 다음은 뭐죠?'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을텐데?"

 

 

 

 

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너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어.

 

 

 

 

"그래, 이제 다음 생으로 갈 시간이야. 좋은 시간이 되기를."

 

 

 

 

그렇게 말하고,

 

 

나는 너를 떠나보냈어.

 

 

 

 

 

------------------------------------------------------------------------------------------------

 

'마션' 작가 앤디 위어의 짤막한 단편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양인이 이런식으로 윤회론에 대해 생각해봤다는게 굉장히 신선했네요.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서로 존대하는 또 다른 번역도 있던데, 

 

저는 본문에 나온 번역이 좀 더 본문 느낌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요거로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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