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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여섯 단어 소설

굴요긔2017.04.14 15:23조회 수 58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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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 크~! "
 
무명작가 김남우는 헤밍웨이에게 감탄했다. 이렇게 짧은 글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다니? 
자신도 할 수 있을까? 그는 헤밍웨이의 일화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내기를 제안해준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된다. ]
 
" 으헉?! "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김남우!
어느새 들어온 것인지, 정장 차림의 사내가 김남우의 원룸 방 침대에 앉아 있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악마입니다. 보이시죠? 이 진실의 눈이? ]
 
" ! "
 
김남우는 사내의 눈과 마주한 순간, 자연스럽게 사내의 말이 진실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 왜,왜...? "
 
[ 헤밍웨이처럼 짧은 글짓기로 감정을 움직이기!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습니까? 저와 게임을 하죠. 당신이 이기면 10억 원을 드리죠. 제가 이기면, 1년에 한 번씩 제 제사를 지내주세요. ]
 
" 십억?! 아니, 제사?? "
 
김남우는 놀람과 의문이 섞인 얼굴로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 저도 인간이던 시절엔 당신처럼 소설가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진 게 없었던 저는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로 이렇게 죽어버렸고... 고아였던 지라, 제사를 지내줄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내기를 하죠. 10억인데, 남는 장사 아닙니까? ]
 
" ... "
 
김남우는 사내의 말이 모두 진실임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긴장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 그럼 저... 어떻게? "
 
김남우의 긍정적인 물음에, 빙긋 웃는 사내.
 
[ 간단합니다. 3판 2선승제로, 서로 짧은 글짓기 대결을 하는 겁니다. 물론, 헤밍웨이처럼 여섯 단어는 무리일지 몰라도, 최대한 짧게! ]
" 아아... "
[ 기준은 아시다시피 '슬픔'입니다. 누구의 글이 조금이라도 더 슬픈가로 승패를 평가하는 겁니다. 그 판단은 우리 둘이서 스스로 합니다. 어차피 지금 우리는 진실만을 말할 테니까요. ]
" ... "
 
김남우는 이상하게 사내의 눈빛을 피할 수가 없었고, 사내의 말을 여과 없이 깔끔하게 알아들었다.
 
" ...알겠습니다. 그 게임, 해봅시다. "
 
김남우는 공책과 펜을 들고 와 사내에게 건넸다.
 
" 우리가 서로 평가를 해야 하니, 미리 쓰고 동시에 개봉합시다. "
[ 알겠습니다. ]
 
침대의 사내는 받아든 공책에 거침없이 소설을 써 내렸다.
책상 앞에 앉은 김남우도 얼마간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다.
 
소설을 완성하고 다시 마주하는 두 사람. 먼저, 김남우가 자신의 소설이 써진 공책을 공개했다.
 
- - - - -
기다리세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고기를 갚겠습니다. 
- - - - -
 
[ 흠... ]
 
사내는 턱을 쓰다듬으며 김남우의 소설을 음미했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 좋군요. 제가 악마라 그런지 참 마음에 듭니다. ]
" ... "
[ 그럼 이번엔, 제 소설을.. ]
 
사내가 공책에 쓴 소설을 공개했다.
 
- - - - -
오늘자 신문광고. 
[ 딸아이를 찾습니다. 실종일 1963년. ]
- - - - - 
 
" ! "
 
김남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속으로 몇 번을 곱씹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첫번째 게임은 당신이 이겼습니다. "
 
사내는 빙긋 웃었다.
김남우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생각에 잠겼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소설을 써냈다.
사내는 이번에도 곧바로 소설을 써놓은 뒤였다.
 
[ 자, 그럼 이번엔 제 소설을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
 
- - - - -
잃어버린 치매노인.
목걸이의 전화번호, 없는 번호.
- - - - -
 
" 으음... "
 
김남우는 그의 소설을 곱씹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자신의 소설을 공개했다.
 
- - - - -
남편의 전화다. 
[ 미안하고 사랑해. ]
" 누구세요? "
[ ...119입니다. ] 
- - - - - 
 
[ 흠! ]
 
사내는 턱을 쓰다듬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훌륭하군요. 이번엔 당신의 소설이 이겼습니다. 마지막 소설로 승부를 봐야겠군요. ]
" ... "
 
책상으로 돌아간 김남우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침대의 사내는 이번에도 거침없이 소설을 써내려갔고, 그 행위가 김남우의 신경을 자극했다. 
제법 오랜 시간 펜을 들지 못하던 김남우는 문득,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다.
 
" ... "
 
펜을 집어 드는 김남우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지막 소설을 들고 마주한 두 사람.
김남우가 긴장된 얼굴로 자신의 소설을 공개했다.
 
- - - - -
분명히 진짜 나이키랬는데...
엄마가 바보라서 미안해.
- - - - -
 
[ 흠... ]
 
사내는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별다른 말없이 자신의 소설을 내놓았다.
 
- - - - -
왕따의 유서 :
[ 엄마. 집 열쇠 바꾸세요. ]
- - - - -
 
" 아... "
 
흔들리는 눈동자로 글귀에 집중하는 김남우. 한 번에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중하면 할수록-,
 
" 하... "
 
미간을 찌푸린 채로 눈을 감고 있던 김남우는,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 ...제사 날짜가 언젭니까? "
 
사내는 빙긋 웃으며 날짜를 말해주었다.
김남우는 아쉬운 얼굴로, 공책에 쓰인 소설들을 모아 보았다.
 
" 하...악마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
 
[ 간단합니다. ] 
 
" 예? "
 
의문으로 돌아보는 김남우에게, 사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제 소설은 모두 '실화'거든요. ]
 
" 아-아! "
 
[ 진짜 슬픔은 실화에서만 나오는 법이죠. ]
 
김남우는 허탈한 얼굴로 사내를 보았다.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실화를 짧은 단어로 줄인 것은 사내의 능력이었다.
 
" 후...제삿상에 음식은 뭘 올리면 됩니까? 제가 평생 제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
 
김남우의 형식적인 질문에, 사내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사내는 여섯 단어로 말했다.
 
[ 그냥 당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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