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흙더미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4.14 15:37조회 수 860댓글 0

  • 1
    • 글자 크기


그 날은 아침부터 더웠다.

자기 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소년의 귀에, 어머니의 질책이 들려왔다.

[얘, 게임만 하지 말고 정원 좀 정리하렴. 엄마랑 약속했잖니?]


 
소년은 생일에 가지고 싶은 게임을 사는 대신, 여름방학 때 매일 아침 정원의 잡초를 뽑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TV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인 시원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조금 짜증이 난 것 같은 표정의 소년이었지만, 단념한 것 같다.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대충 정리한 후 종종걸음 쳐서 아래 층으로 내려간다.

손바닥만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작은 정원이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인 소년에게 정원 정리는 중노동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에다 한여름의 타는듯한 더위가 내려쪼인다.


 
10분도 되지 않아 소년은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사방 1m도 정리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앓는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정원 한 구석의 은행나무로 다가간다.

푸르디 푸르게 잎이 우거진, 이 정원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있는 곳이다.


 
나무 밑에 앉아서 소년은 숨을 돌린다.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지만 그래도 햇빛을 그대로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살 것 같다고 느끼는 와중에, 소년은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조금 튀어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룩하게, 마치 무엇인가 묻혀 있는 것 같은 모양이다.

소년은 심심한 나머지 그 곳을 파 보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것] 이 땅 속에서 나타났다.


 
기묘하리만치 흰, 그렇지만 얼룩덜룩 보라색으로 변색된 가냘픈 팔.

그 손 끝의 약지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소년은 그 반지를 알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소년의 머릿 속은 완전히 어지러워진다.

그렇다면 아까 자신에게 정원을 정리하라고 시켰던 그 [목소리의 주인] 은 도대체...?

[엄마...]
 



 
중얼대려는 도중, 어느새 툇마루에서 나오고 있던 [어머니] 와 눈이 마주쳤다.

수직에 가깝게 위로 쭉 찢어진 눈, 귀 부근까지 크게 웃는 것처럼 찢어 갈라진 입.

이상한 얼굴의 [어머니] 였다.


 
그 날도 아침부터 더웠다.

소년은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오늘도 땀투성이가 되어 가며 풀 뽑기에 열심이다.

그 덕인지 정원은 이전보다 훨씬 산뜻해져서, 훨씬 보기 좋게 변해 있다.


 
은행나무는 오늘도 나무 그늘을 만들고, 소년이 바람을 쐬러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밑동에는, 수북하게 쌓인 흙더미가 둘 놓여 있다.
 
 
출저
 


  • 1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352 전설/설화 미래에 일어날 일들 1부(2200년-2250년).JPG2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977 3
1351 단편 저승사자를 만나다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912 3
1350 단편 가지 않은 길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805 3
1349 실화 아는 분이 겪은 실화51 지혜로운바보 975 3
1348 기묘한 기묘한이야기 title: 병아리커피우유 1231 3
1347 기묘한 곡성 세트장 귀신 양수리세트 정확한 정밀 정리2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374 3
1346 실화 공항동친구집 에피소드 2개3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225 3
1345 실화 개처럼 기어가던 그것의 정체는?2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154 3
1344 실화 김보성의 유령호텔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660 3
1343 단편 밤마다 학교에 하반신 또각또각3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777 3
1342 단편 그의 목적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028 3
1341 실화 친척이 무당인 사연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2347 3
1340 실화 귀신붙어서 굿한썰 -1-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2099 3
1339 실화 귀신붙어서 굿한썰 -2-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9728 3
1338 기묘한 19세기 런던에 출몰한 괴인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427 3
1337 실화 바나나 할머니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698 3
1336 미스테리 인류가 아직도 해석못하는 미스테리.14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2038 3
1335 2CH 허병장 이야기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558 3
1334 2CH 임대 별장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808 3
1333 기묘한 포켓몬 통신 진화의 불편한 진실2 title: 이뻥아이돌공작 971 3
첨부 (1)
826f4abee00af1b44104b2da99e4ab01.jpg
23.1KB / Download 7
1fd14cf24fe06723d95f72c1d7240822.jpg
23.1KB / Download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