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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자취방의 귀신 -2-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01.20 07:24조회 수 88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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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가 원하는대로 K의 자취방에서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K는 여전히 밤에 잠을 자는것을 무서워 했으며, 자면서도 악몽을 자주 꾸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밤마다 K의 컴퓨터 앞에 앉아 괴담이나 심령사진등을 펼쳐놓고 한손엔 카메라를 든 채 실제로 내가 오컬트적인 현상을 겪길 바랬다.

사실 오컬트적인 현상을 겪길 바란다고 했지만, 나는 오컬트를 믿는 편이 아니었다. 귀신이나 유령을 실제로 본 기억도 없으며, 남들 가위 눌릴때 자주 본다는 귀신-혹은 목소리-조차도 보거나 듣질 못했으니 말이다. 밤마다 카메라를 들고 무덤가를 서성여보기도 하고, 무언가 신기한 일이 내 주변에 일어나길 바랬지만, 결국 아무것도 일어나질 않았었다.

이런 생각때문이었을까. K군의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보질 못했고 아무것도 듣질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며 긴장이 풀어진 나에게 그것은 갑자기 찾아왔다.

K군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지 약 보름쯤 되었을까. 학교를 마치고 K군보다 먼저-K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동방쪽으로 향했다.-자취방에 돌아온 나는, 어느때처럼 씻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어놓은 채 옷을 벗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가 오후 3시무렵.

옷을 벗고 있던 나의 귓전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타박...타박...'

무언가, 방바닥을 경쾌하게 차는듯한 소리. 난 K군이 벌써 돌아온건가 싶어 현관문을 바라보았지만, 현관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돌린 순간, 그곳, 화장실 문 앞에 그것은 있었다.

정확히 발끝부터 발목까지, 왼발 오른발이, 두개의 발이 그렇게 타박타박, 화장실에서 걸어나와 현관으로 발걸음도 경쾌하게 걸어나가고 있었다.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령현상을 겪으면 어떻게 해야지, 라고 평상시 떠벌리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얼어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벽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움직이지 않는 눈알을, 고개를 억지로 돌려 벽을 바라보니, 친구가 붙여놓았던 포스터 속의 인물이, 나를 노려보며 그 포스터를 찢고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학교 동방쪽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으며, 발은 우습게도 짝짝이 신발을 신은채였다. 산발을 한 머리에 짝짝이 신발을 신고 미친듯이 달려가는 남자를 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결국, 나는 그 얘기를 K군에게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나도 그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졌지만 K를 위해 약 보름간을 더 함께 생활했으며, 그날 이후 무언가 이상 현상을 겪은것은 없었다. K도 이듬해 군대를 갈때까지 계속 그 방에 살았지만, 그 이후 새로운 심령 현상을 겪은것은 없었다.

단지, 학교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K군이 거주하던 그 자취방은 해마다 심령현상을 겪는 학생들이 한명씩 나오며, 그 방이 바로 K군이 살던 103호 그 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은 지금도 다른 자취방들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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