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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자취방의 귀신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01.20 07:24조회 수 1071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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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H대학 근처의 자취방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평범한 A과 학생으로, 과 특성상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고 그날도 역시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새벽 2시쯤 되었을까. 피곤한 눈을 달래기 위해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담배를 찾으려고 걸려있던 옷을 뒤지던 찰나, 진동모드로 되어있는 나의 전화기가 울리고 있는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확인해 보았다.


상대는 나와 같은 과를 다니는 K군.


그 친구녀석과 나는 과에서는 서로 안면을 트고 지내긴 했으나,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꽤나 의외의 전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당시 오컬트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어쩌면 알 수 없는 힘이 가져다 준 행복같은 불행의 전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어, 이시간엔 무슨 일이야?"

"미... 미안한데, 나 지금 너, 너네집에 가도 괜찮겠냐?"

"어 괜찮긴 한데, 무슨 일인데 그래?"

"아, 나 나 지금 너네 집 문앞에 있다. 들어가도 될까?"


그때는 정말로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문 앞에 있어? 그럼 왜 들어오질 않고?

떠오르는 의문들을 뒤로 한 채 나의 한칸짜리 자취방 문을 열고 나가보니, 문 옆에 K는 쭈그리고 앉아 덜덜 떨고 있었다. 이미 이성을 상실한듯, 내가 나오는 것도 알지 못한채 그저 쭈그리고 앉아 앞만을 응시하며 덜덜 떨고 있는 K를 나는 재빨리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찬장안에 아껴두었던 믹스커피 두봉을 꺼내 재빨리 타주고, 아직도 인사불성인 그녀석에게 자초지정을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그래? 뭔 문제 있어?"

"야, 나.... 나 봤어!"

"뭘?"

"귀..귀귀귀귀신!"


이 무슨 아닌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더냐. 갑자기 왠 귀신 타령인가.... 하지만 그녀석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뜻밖의 충격적인 얘기였다.



K는 어느때처럼 늦은밤까지 과제를 하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중노동 아닌 중노동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몇일째 계속되는 밤샘 작업이 고되었던 K는 결국 그날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을 청하게 되었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불을 끈 뒤 자리에 누웠을 때, 아직 암적응이 되지 않은 K의 눈앞에 무언가 흔들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까만 천장에 흔들거리는 무언가.


몇번 눈을 껌뻑이며 그게 뭔가 자세히 보기 위해 애쓰던 K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천장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자신의 코 앞까지 드리운채 천장벽에 붙어있던 왠 처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눈 코 입이 전부 퀭하게 파여진,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창백한 얼굴이 까만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던 그 귀신은, 고개가 인간으로썬 도무지 꺽여질 수 없는 각도로 목이 꺽여진채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보라빛 혓바닥....


그쯤 되었을 때 K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오르는 비명을 내지르며 K가 집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K의 자취방 앞 화단에 왠 사람 둘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었다. 밭을 열심히 갈고 있던 아줌마들 - 여기서 K는 단언코 그 아줌마들을 근방에서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 은, 갑자기 K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짓더니 자기들끼리 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는 참 잘익은것 같아요."

"그러게요, 따는 보람이 있을 것 같네."


이미 이성이 반쯤 날아간 상태에서, K는 열심히 달리며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그리고....



"....생각났던게 너밖에 없었다."


K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 뒤, 약 일주일간 K는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안했다. 결국, 나중에 내가 같이 그 집을 들어가서 약 한달간 살아줬다.


....그리고 나도 또다른 일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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