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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ch 괴담 ] 미용실의 머리카락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01.20 07:28조회 수 117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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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당시에는 그저 무섭기만 했던 체험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언가 묘하다 싶기도 한 일이었다.




미용사가 된 지 4년째, 신입의 기술 지도를 위해 출근한 날이었다.










그 날은 본래 휴일이 아니었지만, 점장이 갑작스레 고향에 다녀온다기에 하루만 임시 휴업하게 된 날이었다.




그 무렵 미용 기술을 경쟁하는 콘테스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던 터였다.




내가 근무하는 가게는 신입이건 베테랑이건 모두 강제적으로 그 콘테스트에 참가해야만 한다.










거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가게에서 상여금이 약간 나오기도 하기에, 다들 자진해서 휴일에도 출근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우 1, 2년차가 휴일에 연습하는 수준으로 입상할 대회도 아니고, 대개 베테랑들이 가볍게 우승을 차지하기에 1시간 정도 지나면 연차가 있는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남은 베테랑은 나 뿐이었다.




선배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신입들은 먼저 돌아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지만, 안 그래도 휴일인데 매번 불려 나오는 신입들이 불쌍했기에 나는 서둘러 후배들을 돌려보냈다.










마침 전날 확인하는 것을 잊었던 발주서 작성을 해야했기에, 신입들을 죄다 돌려보낸 뒤 가게 안을 쓱 둘러보며 부족한 것들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언제나 음악을 틀어두던 가게 안도 지금은 완전히 조용하다.




조명도 나 혼자 있을 뿐이니 필요한 한 가장 적은 밝기만 유지한다.










전기 요금도 아까워 에어콘도 꺼 버리니, 무거운 공기가 가게 안에 가득차 무겁게 퇴적되는 느낌이었다.




천장 가까이까지 닿는 대형 상품 선반을 올려다보며, 가게에서 파는 샴푸나 잡지 같은 것들을 체크해 나간다.




한동안 모자란 비품을 체크해 메모장에 적는 소리만이 난다.










하지만 그것이 끝나고 볼펜을 멈춘 순간, 스윽하고 발 밑에서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니, 흩어진 머리카락 다발을 밟고 있었다.




누가 청소하다 깜빡했나 싶어 다시 메모장에 시선을 돌렸지만, 곧바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리에 서 있은지 적어도 2, 3분은 지났을 뿐더러, 그 사이 단 한 번도 발을 떼지 않았는데...




그런데 어째서 소리가 난거지?




초조해져서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더니, 처음에는 적었던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서자,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따라온다.




두 걸음, 세 걸음 뒷걸음질쳐도 계속 따라온다.




그 뿐 아니라 머리카락을 모아 두는 쓰레기통에서 머리카락이 마구 넘쳐나더니,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들과 합류한다.










이런 일은 있을리 없다고, 이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 등을 돌려 출구로 뛰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카락에 뒤덮여 바깥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새까만 출입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바깥 모습이 보여야 할 유리창도 전부 머리카락 투성이였다.










아, 이젠 끝이구나 싶은 순간, 오른쪽 발목이 휙 낚아채지더니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내민 양 팔 덕에 얼굴이 바닥이 부딪히는 건 피했지만, 질질 끌려가는 오른쪽 다리가 너무 아파, 차라리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죽는구나 싶던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선반에서, 샴푸와 잡지가 마구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다리는 머리카락에 잡혀 가게 안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기에 그저 공황 상태일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지진이던 귀신이던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리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나,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겨우 끝날 무렵 살그머니 눈을 떴다.




눈 앞의 광경은 내 발목을 잡아 끌던 머리카락 이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만 아무 일도 없었다.










출입문이나 유리창은 모두 깨져나간 채였다.




화분은 죄다 쓰러져 있고, 선반의 상품들은 여기저기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 내가 서 있던 곳에는 선반이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만, 마치 나를 피하는 것처럼 유리조각 하나 없이 멀쩡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머리카락에 잡혀 있던 다리도 멀쩡했다.




나는 그 길로 도망쳐 집으로 갔다.










그게 3년 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날이다.




그 후 한동안은 주변의 참상에 압도당해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머리카락은 나를 도와준 게 아닐까 싶다.




죽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머리카락 덕분에 살아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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