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 2ch 괴담 ] 여기로 온다

title: 토낑도나짜응2015.01.22 09:34조회 수 941추천 수 1댓글 2

    • 글자 크기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창 밖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근처의 집을 엿보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잖아.










언제부터였을까?




이따금씩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망원경을 통해 강 건너편의 번화가를 바라 보곤 한다.




관음증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어느덧 이것은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퇴근길의 회사원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대학생들.




열대어처럼 울긋불긋하게 차려입은 여자들.










여기저기서 호객을 해대는 호객꾼에, 어째서인지 깊은 밤 혼자 어슬렁거리는 학생까지.




정말 별 거 없는 어지러운 광경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어쩌면 수족관 속의 물고기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방의 불을 켜 놓으면 내가 망원경을 들여다 보는 것이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관찰"을 할 때는 방의 불을 꺼놓는다.




어둠 속에서 베란다에 나가 혼자 술을 마시며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지금 나에게 이 취미를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날 역시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한가로이 베란다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꽤 늦어졌지만, 종종 사람들은 지나간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대는 대체로 사람들의 왕래가 줄어드는 심야 시간이다.










술에 취해 싸워대는 것은 몇 번씩이나 봤었다.




한 번은 어떤 남녀가 빌딩 틈 사이에서 섹스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멀리서 봐서 확실치는 않지만, 칼 같은 것을 손에 든 늙수그레한 노숙자가 같은 곳을 몇번이고 왕복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만취해서 벽에 기댄 채 정신을 잃은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




내가 처음 베란다에 나왔을 때부터 계속 거기 앉아 있었다.




솔직히 보고 있어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정신을 잃고 앉아 있을 뿐이니까.




초가을이니 방치해 둔다고 해도 얼어 죽지는 않을테니, 나는 맥주 한 캔만 더 마시고 들어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맥주를 들고 돌아오자, 주저 앉은 남자 주변에 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언뜻 보고서도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망원경을 들여다보자 나는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유치원에 다닐 법한 수준의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










모두 3명.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내 아이가 두 명이고 여자 아이가 한 명인 것 같았다.




아무리 심야라고는 해도 종종 이 시간대에 아이들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보호자도 없이 아이들만 3명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아이들이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마중 나왔나 생각도 해 봤지만,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반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광경에, 나는 계속 망원경을 들여다 보았다.




아이들은 남자를 둘러싸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사내 아이 한 명과 여자 아이가 남자에게 다가간다.










간호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짐을 옮기는 것 같이 대충 남자의 양팔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질질 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안이벙벙해진 내 시야에서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 틈으로 사라졌다.




두 명이라고 해도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어른을 그렇게 빠르게 끌고 갈 수 있을리 없다.










아니, 성인이라고 해도 힘들 것이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었지만, 망원경 너머로 꿈이 아니라는 듯 한 명 남은 사내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방금 전까지 남자가 앉아 있던 벽 앞에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다.










반쯤 무의식적으로 나는 손을 들어 맥주 캔을 입가에 가져가 한숨에 다 마셨다.




입 안에서 튀는 탄산의 감촉과 알코올의 맛.




코 끝에 느껴지는 독특한 향기.










목을 미끄러져 넘어가는 차가운 액체의 느낌.




모두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땀에 젖은 손으로 망원경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남아 있는 아이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댔다.




가로등 아래에는 어느새 또 세 명의 아이가 모여 있다.




그리고 세 명 모두 이 쪽을 보고 있다.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세 명 모두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일어 선다.




육안으로 보는 강 건너편 가로등 아래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에 빠져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댄다.




시야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그 쪽으로 망원경을 옮기자, 세 명의 아이가 어느새 강을 건너 와 있었다.










세 명 모두 내 아파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걷는 모습이 어쩐지 기묘하다.




마치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사람인 척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이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오싹할만큼 빠르다...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은 초조함에 나는 망원경을 내버려두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지갑만 들고 방에서 도망치려고 했을 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철컹.]




아파트 정문이 닫히는 소리다.




문 앞에서 돌처럼 굳어 버린 내 귀에, 계단을 올라오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와 마치 수많은 낙엽을 밟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조금씩 커져서, 마침내 내 방 앞에서 멈췄다.




...




초인종이 울린다...


    • 글자 크기
댓글 2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148 2CH 웃는 사람이 싫었어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012 1
2147 미스테리 '일본 총리관저 유령출몰설, 일 정부 공식 부인, 최자친구초장 1125 0
2146 전설/설화 [초과학]고대 이집트 기이한 생명체 부조,외계인? 1 최자친구초장 1574 0
2145 전설/설화 [초과학]공룡과 인간공존 새겨진 '이카스톤' 거인족 증거? 최자친구초장 1711 0
2144 미스테리 [초자연]식물과의 교감 미스터리 최자친구초장 857 0
2143 미스테리 [초자연]UFO접촉 종교화 된 라엘 사건 최자친구초장 926 0
2142 미스테리 [초자연]파티마 제3의 예언 실현되었나? 1 최자친구초장 1187 0
2141 미스테리 [미스터리]대 피라미드 건설목적, 발견된 미지의 물체 최자친구초장 1257 0
2140 미스테리 [전설]'불사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호프 최자친구초장 870 0
2139 기묘한 [초자연]예지자와 예언가들, 미래의 율 최자친구초장 1009 1
2138 미스테리 세계 10대 미스테리 불가사의 정리?! 최자친구초장 1999 0
2137 미스테리 [초자연]염사, 생체전기 현상인가, 미스터리 최자친구초장 968 0
2136 미스테리 초자연 현상의 메커니즘 최자친구초장 839 0
2135 미스테리 고대 공중정원이 존재 했을까? 미미미미치 1448 0
2134 기타 한국에서 미라가 발견 되었을까?2 미미미미치 1343 0
2133 기타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도 살까요? 3 미미미미치 2033 0
2132 기묘한 킬링필드의 해골무덤1 미미미미치 1165 0
2131 기묘한 죽음의 바다 고드름 브리니클 1 미미미미치 1754 1
2130 기묘한 핵전쟁이후 생존을 위한 프레퍼족1 미미미미치 1763 0
2129 기묘한 천재 아인슈타인의 두뇌 해부 미미미미치 1559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