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창밖의 도깨비불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5.02 13:33조회 수 745댓글 0

    • 글자 크기


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저는 다른 도시에 일이 생겨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가기 전, 문득 아버지가 병원에서 당직을 서시는 날이라는게 생각 났습니다.

 

 

 

간만에 커피나 한잔하면서 잠깐 말동무를 해드리려고, 아버지가 계시는 당직실로 향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운전하고 나서 더 피곤하더군요.

 

차를 끌고 아버지가 계시는 병원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밤이라 정문은 잠겨있어, 장례식장이 있는 후문에 차를 대고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들어갈 때 보니 누군가 상을 당한 모양이던데 장례식장 안은 쓸쓸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더군요.

 

저는 아버지와 간단하게 차를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드렸습니다.

 

 

 

슬슬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싶어 일어나자, 시간은 이미 11시 넘어서 있었습니다.

 

후문을 나서니 아직도 습한 공기가 폐를 채웠습니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더군요.

 

 

 

주차장으로 가, 차에 시동을 걸고 나오려고 하는데 차를 돌릴곳이 마땅치 않아 장례식장 옆쪽으로 나있는 공터까지 갔습니다.

 

자갈이 깔린 공터에 들어서니 새까만 운구차가 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공터 한가운데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차를 돌리려 운구차 주위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운전했습니다.

 

 

 

기분은 조금 음산했지만 별 신경 안쓰며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정리를 하고, 피곤한 마음에 얼른 눈을 붙였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깊은 새벽이었을까요.

 

 

 

제가 누운 자리에서 맞은편에 창문이 나 있는데,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아! 시퍼런 눈동자 두개!

 

도깨비불 같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두개의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겉이 다 헤진 거적떼기를 머리에 뒤덮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려했지만, 그림자, 아니, 심연에 가까운 어두움 때문에 거적떼기 밑으론 두개의 눈동자만이 보였죠.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다시 깨달으니 너무 괘씸한겁니다.

 

 

 

저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곤 저는 제 입에서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낮은 중저음으로 이렇게 호통을 쳐대었죠.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붙이는게냐! 네가 감히 나한테 붙으려고 하는게냐!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괘씸한 행동을 한단 말이냐! 얼른 너의 자리로 돌아가라!]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제 목소리와는 살짝 다른, 힘차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호통을 칠 줄은 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제가 호통을 치니 집은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고, 집안에는 시퍼렇지만 무언가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불빛이 일렁였습니다.

 

하늘에선 비오는 와중에 천둥이 몇번 치더니, 이윽고 그 형체는 사라졌습니다.

 

 

 

개운한 마음이 들어 창문을 짚은 제 팔을 보는데, 무언가 화를 내고 엄하던 분위기는 제 마음에서 사라지고, 아까 제 창문을 엿보고 있었던 그것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결 편한 마음에 잠자리에 다시 들었는데, 정작 눈을 감는 순간 저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모든 게 꿈이었던거죠.

 

 

 

하지만 그 꿈이 너무 현실 같고 생생했기에,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난 후,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고 왜 그것이 우리집에 붙어있나 생각해봤습니다.

 

 

 

전날 밤 운구차 주위를 차로 한바퀴 돌며 나온게 원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저는 측은한 마음에, 마음속으로 간단히 망자의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전날 밤 보았던 그 두개의 눈동자 너머로, 단지 두려움과 괘씸함이 아니라, 배고프고 쓸쓸하고 외로웠던 한 사람의 인생이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 글자 크기
인면어 (by 라면먹고갈래?) 청구야담-여자의 한 (by 티끌모아티끌)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1173 실화 비오는 거리 여고생너무해ᕙ(•̀‸•́‶)ᕗ 743 1
11172 2CH 머리맡에서 중얼거린 것은 아리가리똥 743 0
11171 사건/사고 예비군 훈련장 살인사건1 M13A1R 743 4
11170 실화 강원도 홍천 물귀신3 Envygo 743 1
11169 실화 16평으로 아파트1 도네이션 743 1
11168 실화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744 1
11167 실화 오싹한 이야기 (대구 계명대학교 괴담)3 익명_fda4e0 744 1
11166 실화 현관문2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744 2
11165 실화 군부대마다 있는 괴담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744 2
11164 실화 공포는 마음에서 나오는거 같습니다 여고생너무해ᕙ(•̀‸•́‶)ᕗ 744 0
11163 사건/사고 설녀 : 백발의 살인귀 4부1 title: 팝콘팽귄이리듐 744 2
11162 실화 수영하다 다이너마이트 발견해서.... 가위왕핑킹 744 0
11161 전설/설화 팽후와 감녕5 Envygo 744 2
11160 기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스포츠 TOP101 벨라 744 4
11159 실화 아파트 410호1 금강촹퐈 745 1
11158 실화 고등학교때 듣고 겪은 이야기들3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745 2
11157 단편 인면어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745 1
실화 창밖의 도깨비불 여고생너무해ᕙ(•̀‸•́‶)ᕗ 745 0
11155 전설/설화 청구야담-여자의 한2 title: 고양이3티끌모아티끌 745 1
11154 실화 버스2 Envygo 745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