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할머니의 49재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6.16 00:57조회 수 2829댓글 0

    • 글자 크기


10여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 무렵 이야기다.

 

6월 초였다.

 

홋카이도는 장마도 내리지 않는 곳이다.

 

 

 

우리 학교는 월말 문화제를 앞두고 이런저런 준비로 분주했다.

 

나는 축제를 정말 좋아하는 탓에, 반과 학년에서 모두 실행위원에 뽑혔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서류를 제출하고, 밤까지 늦게 남아 실행위원인 친구들과 학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작업을 하곤 했다.

 

 

 

그날도 밤 9시쯤이 되어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몇시에 돌아올건지 확인전화일 거라 생각하고 받았지만 아니었다.

 

같이 살고 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 날아들었다.

 

 

 

그것도 사고사였다.

 

그날따라 바람이 강했는데,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다 그만 바람에 휘말려 덤프트럭 뒷바퀴로 빨려들어가셨단다.

 

나중에 알았지만, 온몸 수십군데 뼈가 부러지고 안구가 파열된데다 뇌까지 다치셨다고 한다.

 

 

 

그렇게 큰 부상을 입고도 할머니는 즉사한 게 아니었다.

 

뇌사판정이 나와서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포기했단다.

 

사고사 뒤 장례를 치루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 나도 축제 준비하던 걸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느라 엄청 바빴다.

 

 

 

장례식 준비다 뭐다 해서 한 사흘 정도는 제대로 잠도 못 잤으니.

 

여러가지로 노도와 같은 나날이 지나갔다.

 

슬프다던가 이런저런 생각은 들었지만, 바로 앞으로 다가왔던 축제와 중간고사가 이어져, 한달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축제도 끝나고 잠시 지나자 할머니의 49재가 돌아왔다.

 

우리 집에는 꽤 많은 친척들이 찾아와 법회를 올리게 되었다.

 

스님이 불단에서 염불을 올린다.

 

 

 

나는 멍하니 상복을 입은 친척들의 등을 바라보다, 앞에 걸린 할머니의 영정으로 시선을 옮겼다.

 

문득 몇달 전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느날 아침, 식사를 하는데 할머니가 이상한 꿈을 꿨다는 말을 꺼냈던 적이 있다.

 

 

 

[친척들이 집에 잔뜩 와 있지 뭐니. 눈앞에는 L씨 부부가 서 있고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다들 왔던 걸까?]

 

나는 곧바로 주변을 돌아봤다.

 

할머니 말대로, 영정 바로 앞에 L씨 부부가 앉아 있었다.

 

 

 

딱 할머니 영정이 내려다보는 위치에.

 

어쩐지 나는 할머니가 자신의 49재를 미리 내다봤다는 걸 느꼈다.

 

안 좋은 예감이라고 해야할까, 할머니는 자신의 미래를 내다봤던 것이다.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952 미스테리 세계의 공포영상 2011 BEST 15 - 62 히토리 481 1
951 실화 후배와 동기들과 이야기1 도비는자유에오 481 1
950 실화 GOP에 서식하는 귀신들-263-1 초소-3 title: 잉여킹가지볶음 481 2
949 실화 중2때 일2 도비는자유에오 481 1
948 실화 꿈 운전1 도네이션 481 1
947 단편 내 이름1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 481 1
946 실화 심야괴담회 - 물위의 남자, 물귀신의 무서움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481 1
945 실화 초소 근무 도중 귀신 본 썰 (그림판 有, 약스압)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481 1
944 실화 인천 용현동 굴다리 다방 2층 집 귀신이야기 첫번째3 Envygo 481 1
943 실화 인천 용현동 굴다리 다방 2층 집 귀신이야기 두번째2 Envygo 481 1
942 실화 밤에보면 기절하는 허수아비2 title: 하트햄찌녀 481 1
941 실화 안산 2화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481 0
940 실화 사촌동생이 혼자 노는 소리1 도네이션 481 1
939 실화 이층침대+이야기추가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481 0
938 실화 고향 동생이랑 타지에서 같이 살게된 적에 겪은일1 도네이션 481 1
937 실화 허공에서1 title: 투츠키71일12깡 481 1
936 2CH 새까만 사내아이1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 481 2
935 미스테리 단편공포썰 7화3 title: 빗코holllhohl 481 1
934 실화 고백받는 꿈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481 1
933 실화 휴대폰을 잃어버렸던 이야기1 백상아리예술대상 481 1
첨부 (0)
로그인

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