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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깊은 밤의 서정곡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2.10 15:22조회 수 115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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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 앞에 다다라 차를 세웠으며,

 

그녀가 차에 내려가 집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하루를 마감하는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의 연인들은 그런 패턴을 거치듯, 그래서 의당 우리도 그래야 하듯이 하루의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만남을 마무리 하려 했다.

 

아니, 했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빌라 2층에 위치한 그녀의 집을 슬쩍 올려다 봤는데 창가에 누군가 서있듯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으며, 나는 별생각이 없이 "집에 어머니 벌써 오셨나 보다. 빨리 들어가" 라고 그녀를 재촉 했다.

 

"엄마가? 아직 밖에 계실텐데" 라고 의아해 하며 그녀는 가방을 챙겼고

 

대부분의 연인들이 응당 그러하 듯이

 

우리는 "잘자" 라는 말과 "조심해서 들어가" 라는 애정 담긴 대화와 굿나잇 키스로 그날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엄마 아직 안들어 왔는데?"

 

베토벤 바이올린 콘체르토 선율로 차안을 가득 채운채 집으로 향하고 있는 내게 전화를 걸어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어, 그럼 내가 착각 했나 보네" 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그녀 또한 "뭐야 자기 차에서 얘기나 조금 더 하다 왔어도 되는데" 라며 대수롭지 않게 응수 했다.

 

'그럼 창가에 서있던 사람은 누구였지?' 라는 생각이 설핏 들었다가

 

무언가 잘못 본 착각 이겠거니 그렇게 결론 내고 말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잘못된 패턴들을 인식하고 살아 가므로 그 날도 그저 그려려니, 그저 잘못된 기시감 이겠거니 생각 하고 말았다.

 

 

 

토요일 이었고,

 

그녀와의 데이트 까지, 필요한 하루의 일과는 모두 마감을 하였으므로 나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침대에 들었다.

 

그날은 그렇게 평온하게 마감될 터였다.

베토벤 바이올린 선율의 잔상을 음미하며 이제 깊은 잠만 청하면 될터이다.

잠이 들면 오늘의 주말은 소소하고 행복했던 또 하나의 일상의 추억만을 남긴채 마무리 될수 있는, 그런 평범한 날 이었다.

 

그런 날이었다.

 

 

 

 

 

"오빠, 오빠 제발 나좀………..나좀 살려줘 오빠…..아악!!!!"

 

슬그머니 선잠에 들어서려는 나를 깨운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선 그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뭐? 너 어딘데? 왜그래?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말했고, 손은 떨리기 시작 했으며, 피는 순식간에 거꾸로 역류 했다.

 

"오빠 나…집인데…….제발……..빨리 빨리 좀…….."

 

비명을 지르며 긴박하게 소리를 그녀의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리와 이 개 같은 년아, 킬킬…….너는 천년만년 살수 있을 줄  알았지? 킬킬"

 

분명 그녀의 어머니 목소리 였다.

 

순식간에 옷을 입고 키를 챙겨 든 나는 어느새 이촌동을 출발해 광화문 대로를 달리고 있었고.

 

신호를 보고 지켰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내 생에 그렇게 빠른 속도와 과격함으로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일은 그 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생각 한다.

 

그녀 집 앞에 차를 댄 나는 득달같이 2층에 위치한 그녀의 집으로 뛰쳐 올라갔고 있는 힘껏 현관문을 벌컥 열어 젖히자 잠겨 있지 않던 현관문은 쉽사리 열렸다.

 

 

집안에 고여있던 괴괴한 어둠의 덩어리들이 현관 문을 향해 쏟아져 내리듯 흘러 나왔다고 기억 한다.

 

그 느낌이 맞건 혹은, 오랜 시간에 바래진 기억 위에 덧 씌워진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건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날 그 문을 열어 제길 때 집안에서 쏟아져 나온 정체모를 괴괴함들은 정확히 기억 한다.

 

 

 

 

거실 한복판에 그녀의 어머니가 쓰러져 계셨다.

 

오른손에 길다랗고 회색으로 반짝이는 식칼이 들려 있었고 복장은 외출 복장 그대로 셨다.

 

그 옆 몇발짝 떨어진 구석에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머리는 귀신처럼 산발이 되어 있었고 손등과 목덜미께에 난 소소한 상처를 제외 하고는 그래도 다행히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쓰러져 있는 그녀 어머니 손에 있는 식칼을 들고 찬장 저 위 쉬이 손닿지 않는 곳에 올려 놓고 그녀의 어머니를 안아 올려 안방에 뉘여 드렸다.

 

'아! 젠장 신발도 벗지 않고 들어 왔군'  신발을 벗어 현관에 던져 놓고 그녀에게 다가가니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채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어떻게 된거야?"

 

웅크려 있던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녀를 배웅한 내가 출발하고 그녀는 집에 바로 들어 왔으며 옷을 갈아입고 나와 통화를 하자마자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평범 하게.

 

'언제 들어 왔냐?'와 '오늘은 별일 없었냐?' 등의 가족들이 나누는 흔한 일상의 대화를 하며 거실을 서성였는데 수다를 쏟아 내던 어머니가 물어본 말에 대답 없이 조용하길래 쳐다 봤더니 무릎을 꺾고 앉아 있는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단다.

 

"엄마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속이 아파?" 라고 물으며 그녀가 다가갈 때 고개를 드시는데,

마치 영화 속 악당들이 사악한 미소를 짓듯이 그렇게 기묘한 웃을 지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뭔지 모를 섬찟함에 '왜 그래?' '왜 그래?' 를 반복 하며 뒷걸음질 쳤고, 그녀의 어머니는 "어딜 가 이년아 나랑 같이 가야지 킬킬" 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와 구타를 시작 했다고 한다.

 

머리 끈을 잡히고 목을 졸린 상태에서 내게 가까스레 전화를 했고, 집안의 이곳 저곳을 술래잡기 하듯 도망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니 손에 식칼까지 들려 있었으며 겁에 질린 그녀에게 한발한발 다가가던 어느 순간

 

어머니는 갑자기 '픽' 쓰러졌다고 한다.

 

마치 전기 공급이 일시에 차단된 로보트가 힘없이 무너지듯 그녀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철퍼덕 기절하듯 쓰러진 상황 이었다.

 

 

 

 

그녀는 "우리 엄마 왜 이래, 나 이제 어떻해" 를 반복하며 울고 있었고 나 또한 이런 기묘한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없으니 황망하기 그지 없었다.

 

"큰삼촌이나 이모님네 전화 드려봤어?"

 

"응, 흑흑 삼촌은 통화가 안되고 이모는 새벽이어서 못 움직이니까 날 밝자 마자 바로 오신대"

 

폭격을 맞은 것 처럼 흩어져 있는 가재도구 들을 대충 정리를 하고 거실에 앉아 그녀를 계속 다독였다.

 

 

'괜찮아 별일 아닐거야, 걱정 하지마' 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이건 누가 보아도 '별일 아닌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그녀를 계속 한참 다독이며 안심을 시키며 시간은 흘러갔고 한참의 시간을 지나도록 거실에 앚아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를 뉘여놓은 안방에서

 

갑자기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이 났다.

 

 

 

우리는 동시에 몸이 굳은채 서로를 쳐다 봤는데 그때 안방에서 그녀의 어머니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추워…………………….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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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제가 겪은 이야기 이며 화자는 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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