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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3-6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4.09.21 20:53조회 수 1935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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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에 집중하는 대신 많은 동아리에 가입해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모자랄 정도로 동아리 활동에 매여 살았다.


 

YMCA, GMT, IOI, 흥사단, 방송부 등 많은 동아리 활동으로 말미암아 몸은 힘들었지만 어느 한 동아리 빠지지 않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중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동아리는 단연 방송부였고, 시간을 많이 투자한 만큼 많은 추억과 매질(?)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내 방송부 한 해 선배인 J의 이야기이다.





 

 

 

 

J가 방송부에서 맡은 직책은 DJ로 주로 하는 일은 엔지니어(말이 좋아 엔지니어지 그냥 막노동이다)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가끔 음악을 틀어야 할 때나 축전(축제는 일본식 표기라고 한다) 때 선곡하는 일을 겸하였다.


 

나는 J의 직속후배로 내가 딱히 선곡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아나운서를 할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카메라를 잘 다룰 줄도 몰랐으며


 

특기와 외모가 떨어지는 친구 중에서 가위바위보를 제일 잘했기 때문이었다(사실 DJ는 엔지니어만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J는 사정이 달랐다.


 

그는 자기 스스로 음악에 큰 재능이 있다고 믿었고, 또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어느 한 날은 자신이 전국 랩 경연대회에서 전국 우승을 차지했다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그걸 증명하는 증서나 트로피 등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염색(그것도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탈색)을 한 학생이었고,


 

유일하게 집이 학교 근처에 있으면서도 집보다 더 먼 곳에서 자취하는 학생이었으며,


 

또 유일하게 그 자취방을 작업실로 꾸며 놓아 자신의 앨범을 내는 래퍼였다(사실 J의 음악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학생은 자취하고 싶어했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기에 대리만족을 위해 J의 자취방에 자주 놀러 갔다.



 

그의 방은 창문과 출입구를 제외한 모든 벽이 방음처리 되어 있었고,


 

좁은 방이었지만 갖은 악기와 침대, TV, 컴퓨터, 녹음시설 등 학생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책상을 제외하고는 참 많은 것들이 있었다.


 

 

 

침대 발치에는 바로 화장실이 있었으며 침대 맞은편에는 악기들이 있었고 악기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출입구가 있는 단순한 구조의 방이었다.


 

단순한 구조에 단순한 배치였지만 난 뭔가 모를 어색함을 느꼈고, 그 어색함은 J의 집을 찾을수록 더 깊어지기만 했다.


 

처음에 J의 집 악기나 가구의 배치가 무엇이 이상한지 잘 몰랐으나


 

침대 맞은편 정면에 있는 키보드 앞에 서는 순간 그 어색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방이 1-2-3-4-1(숫자는 각 모서리에 대응한다)을 차례로 이은 직사각형의 구조라면


 

1-2 쪽 벽에는 악기들이


 

2-3 쪽은 출입문과 화장실이


 

3-4 벽에는 침대


 

4-1 쪽은 창과 베란다가 있었다.



 

1-----------------------------------------2

ㅣ                             악기                                      문

ㅣ                                                                        ㅣ

ㅣ                                                                        ㅣ

ㅣ                             침대                                화장실

4-----------------------------------------3


 

 

키보드는 1-2 벽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키보드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악기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쌓아놓다시피 있었으나


 

오른쪽에는 키보드에서 볼 때 출입문이 안 보일 정도의 악기만 있을 뿐 거의 악기가 없었다.


 

 

 

키보드 왼쪽의 악기들을 오른쪽으로 조금만 옮겨 놓으면 방에 빛도 잘 들고


 

통풍도 훨씬 잘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했으나 자신의 취향이다 싶어서 그냥 놔두었다.





 

 

 

 

2000년 비 오던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정확하게 할 일은 없었지만 방송부는 방학 때에도 학교에 나와 기계점검, 행사 때 쓸 영상촬영, 음악녹음 등의 작업을 했고,


 

난 J와 함께 축전 때 쓸 음악 녹음을 위해 J의 작업실로 갔다.


 

 

 

 

그날 따라 비가 와서 그런지 J의 작업실은 매우 눅눅했고,


 

에어컨도 잘 없던 시절이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J가 선배♥♥에 그의 말에 따라 묵묵히 녹음을 시작했다.


 

가랑비처럼 내리던 비가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졌고, 더워서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비가 꽤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들어와 창을 닫고 싶었지만 키보드 왼쪽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악기들 때문에 창으로 가기가 여긴 힘든 것이 아니었고


 

난 참다못해 J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사랑의 구타 가혹행위를 했을 J이지만


 

J는 그날 따라 묵묵히 작업에만 열중했으며 내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보고도 그냥 작업이나 계속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작업량이 많아서인지 날이 저물 때까지 목표치의 절반을 조금 넘긴 정도만 했을 뿐 아직 많은 양이 남아 있었다.


 

바로 다음 주가 보충수업기간이라 될 수 있으면 이번 주 안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아직 보충수업까지는 5일여 남아 있었고 그 사이에 작업을 완성하면 될 일이어서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J에게 말했지만

 


J는 자신이 내일부터 랩 경연대회에 나가야 되니 오늘 내로 작업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작업을 계속하다가 밤 10시쯤 되었을까?


 

J는 녹음하다가도 계속 신경질적으로 화장실을 돌아봤고 불안한 표정을 보이는 듯하다가


 

급기야 자신은 상태(컨디션)조절을 위해 집에 가서 자야 되니


 

나더러 밤새서라도 작업을 끝내놓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집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자유분방하게 날 키워오셨기 때문에 외박하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J가 왜 자신의 작업실을 놔두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잠을 잔다고 말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눈엣가시 같은 J가 없으면 더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어차피 같이 있어도 혼자 작업하는 것과 마찬가지♥♥ 때문이다)


 

자취생활이란건 나의 꿈과도 같았기 때문에(그땐 자취방에서 하루만 자도 옆집 여학생이 찾아와서 같이 야식을 먹자고 할 줄 알았다)


 

흔쾌히 혼자서 작업을 끝내겠다고 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


 

난 원래 밤에 잠이 많아서 새벽을 넘어선 작업은 도저히 무리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접고 아침 일찍 일어나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막상 혼자 잠을 자려고 하니 초등학교 때 동생인 척 하는 귀신 생각이 나기도 하고


 

친구가 들려준 귀신 이야기도 생각이 나서 쉽사리 잠이 들 수 없었다.




 

 

 

난 무서운 생각에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화장실은 깨끗하다기보다는 마치 아무도 안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지만 뭔지 모를 삭막함이 느껴졌다.


 

볼일을 다 보고


 

화장실 불을 끄고


 

그대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발밑을 바라보니


 

화장실 불이 켜져있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껐는데.'

라며


 

 

 

 

 

다시 화장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화장실을 본 순간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히 화장실 불을 껐는데


 

화장실 불이 다시 켜져있는 것이었다.




 

 

 

 

 

 

볼일을 보고 화장실 불을 끄는 것을 잊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화장실 불을 끄기 위해 한 번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는데 다시 화장실 불이 켜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화장실 등 스위치로 다가가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기 위해


 

화장실을 계속 응시했다.



 

화장실 불은 꺼진 채로 그대로 있었고


 

 

 

 

 

 

헛것을 본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처음엔 불이 꺼져 있었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화장실 문틈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장실 불과 같은 백열등이라면 한번에 밝은 빛을 비추어야 정상인데


 

처음에는 약한 빛이었다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그곳은 그냥 불 켜진 화장실이었다.




 

무섭기도 하였으나 너무 궁금해서 화장실 문을 열어놓은 채로 화장실 불을 껐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화장실 백열등을 주시했다.




 

처음엔 백열등이 꺼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가 점점 백열등이 밝아졌다.


 

밝아졌다기보단 가려진 백열등이 장막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백열등을 감싸고 있던 머리카락이 조금씩 백열등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아무 행동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자 키보드가 켜지더니


 

차례로 전자기기들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난 그 방을 그냥 뛰쳐나오고 말았다.




 

 

 

 

 

 

 

 

다음날 대회 때문인지 J는 나오지 않았고


 

한동안 J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난 그 일에 대해서 서서히 잊었다.



 

그리고 J는 한동안 동아리에 나오지 않았고


 

다음 해 J가 고3을 마칠 무렵 음악을 그만두고 직업훈련반으로 갔다는 소문만 들었다.


 

그가 왜 음악을 포기했는지 아직 모른다.


 

그 방의 괴상한 일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아직은 모른다.


 

 

 

 

 

다만 학교에서 밀어줄 정도로 유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왜 한순간 진로를 바꿨는지 아직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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