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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원숭이 상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7.21 00:36조회 수 114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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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일 때문에 거래처를 찾아갔다 응접실로 안내받은 적이 있다.

 

거기 들어온 건 처음이었는데, 고가로 보이는 그림 옆에 거무칙칙하고 섬뜩한 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차를 마시며 담당자와 거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상이 무엇인지 계속 신경쓰였다.

 

 

 

하지만 일과 관련도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무례하다 싶어 참고 있던 와중, 상대가 [카탈로그를 가지고 올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라며 자리를 비웠다.

 

나는 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입을 크게 벌리고 짖는 원숭이 형상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무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 원숭이처럼 보였다.

 

다만 박제와는 다르게 털이 없었고, 생선 마른 것 같은 색과 질감이었다.

 

마치 미라인 것 마냥.

 

 

 

높이는 받침대를 포함해 1m 가 채 되지 않았다.

 

찬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원숭이의 크게 벌어진 입에서 검붉은 애벌레 같은 것들이 기어나왔다.

 

바싹 마른 원숭이와는 달리, 번들번들 젖은채 꿈틀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물러서는 순간, 원숭이 입에서 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내일 아침, 흔들린다...]

 

확실히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애벌레 같은 것은 쑥 들어가,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 담당자가 돌아왔다.

 

[아, 그 원숭이상에 흥미가 있으신가요?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뭐, 장소에 맞질 않으니... 우리 회사 선대 사장님이 아끼던 건데, 결정을 내리기 힘든 문제가 있으면 글쎄 예언을 해줬다지 뭡니까.]

 

 

 

[...예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나는 겨우 목소리를 내서 물었다.

 

[설마요. 소리 한번 낸 적이 없습니다. 뭐, 내다버리기도 그렇고, 이렇게 화제가 없을 때는 가끔 도움이 되니까요.]

 

 

 

소파에 앉자 겨우 좀 안정되었다.

 

지금 본 걸 말할까 싶었지만, 담당자가 말하는 걸 보니 어설픈 농담으로 여길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겨우 미팅을 마친 뒤, 나는 퇴근했다.

 

 

 

집에 돌아온 후, 방재용품도 확인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놨다.

 

흔들린다는 예언은 아마 지진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방송국이나 정부 기관에 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을테니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지만, 회사 동료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다만 고향의 부모님에게 내일 아침 지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화만 했을 뿐.

 

 

 

부모님 역시, 웃어넘기셨다.

 

다음날, 나는 긴장한 나머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4시에 일어났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귀중품을 넣은 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지만,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근시간이 되어, 나는 회사로 향했다.

 

8시가 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아침을 먹는 호텔에 들렀다.

 

 

 

사람이 많아 합석을 하게 되었다.

 

재빨리 먹어치우는 와중, 탁자 위의 접시와 컵이 덜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놀라 [왔구나!] 하고 외치며 일어섰다.

 

 

 

가게 안의 손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합석한 대머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 버릇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그만...]

 

 

 

그 후, 아무 일 없이 그 날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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