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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군대 경험 실화 세번째 이야기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2.13 21:37조회 수 54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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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산입니다.

날씨가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세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겪었던 일들 대부분이 경계근무 중에 일어났었네요.

그리고 이번 이야기 또한 그렇습니다.

 


저희 부대 경계근무는 2시간을 기준으로 24:00~02:00, 02:00~04:00.. 이런 식으로 짜여진 근무지에 의해 서게 되는데

그 날은 가장 피곤한 시간인 24:00~02:00 근무를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군인은 22시에 취침을 하기 때문에 24시 근무가 있으면 취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나야 합니다.

더 피곤하게 느껴져 꺼리는 시간이었지만 근무지에 의해 들어가기 때문에 불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밤이었습니다.

제 맞후임과 경계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맞후임은 나이도 저보다 한 살 아래고 바로 아래 후임이다보니 평소에도 스스럼 없이 잘 지냈습니다.

 


전번 근무자와 교대하고 나서 잠을 쫓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날 따라 후임도 저도 이상하리만큼 피곤해서, 졸다가 다리가 풀려서 깜짝 놀라서 일어나기를 반복..

 


당직을 서던 간부가 계단을 올라오기 되면 발소리가 나기 때문에

결국엔 둘이서 계단에 앉아서 졸다가 발소리가 들리면 일어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본청 오른쪽과 왼쪽 복도 중간에는 각각 화장실이 하나씩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이 오른쪽 화장실에서 "그 것"을 봤었죠.)

 


그리고 그 화장실을 정면에 두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졸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졸았을까요..

뚜벅.. 뚜벅..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후임은 바로 일어나서 경계근무를 서는 중앙으로 가기 시작했고,

저는 후임이 경례하는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서 가려고 했습니다.

순찰하고 있었다는 핑계를 가지고 말이죠..

 


후임이 중앙으로 가고

전 곧 경례소리가 들리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계속 졸고 있었습니다.

간부를 마주해 경례 소리가 들렸어도 몇 번은 들렸어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조용하더군요.

 

 

이상하다 싶어 잠이 덜 깨서

얼굴을 들자 시야에 들어오는 화장실 문..

화장실 문이 3분의 1쯤 열려있었습니다.

 


비몽사몽한 두 눈의 흐릿한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3분의 1쯤 열려있던 그 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던 새하얀 얼굴의 여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하얀 얼굴.. 핏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얼굴이 문 틈에 둥둥 떠 있었습니다.

조명이 꺼진 어두컴컴한 화장실 안에서 그 얼굴만 두드러지게 보이더군요.

전 앉아 있는 그 상태로 굳어버렸습니다.


 

혹시.. 공포 영화나 만화에서 귀신 눈을 본 적 있으십니까?

새하얀 안구에 마치 점 하나 찍어놓은 듯한 그 동공..

 


무표정한 그 눈과는 달리 새빨갛게 웃고 있는 입을 보았을 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되니까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후임을 부르고 싶은데

입에서는 계속 으.. 으으.. 하는 신음소리만 나오고

제 의지와는 달리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 그 상태로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시간 동안 그녀와 눈을 마주쳐야 했고

머릿속은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찼습니다.

 


그리곤.. 저 화장실을 지나쳐야 중앙으로 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는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일어났습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치 물 속을 걷는 느낌이랄까요.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한 발 한 발.. 화장실 쪽으로 걸을 때마다

그녀의 입은 더욱 더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눈을 마주했다가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서

눈을 내리 깔고 바닥만 보며 그렇게 한 발, 한 발..

복도로 나와 중앙이 보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말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그렇게 중앙으로 나오자 제 사랑스러운 맞후임은

서서 꾸벅꾸벅 졸고 있더군요..

 


그 곳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리자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졌고

제 기척에 졸음이 깬 후임에게 왜 다시 오지 않았나 묻자

 


후임은 계단에서 발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서 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졸았답니다..

 


제 몰골은 보고는 "어디 아프십니까"하고 묻는 후임에게 방금 겪은 이야기를 했고,

자초지종을 들은 후임은 웃으며

"자리가 불편해서 악몽을 꾸신 것 같습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딨습니까."라며 일축했습니다.

 


"김 상병님 그렇게 안 봤는데 기가 허하십니다. 보약이라도 드십쇼." 라며

장난치는 후임의 뒤를 무의식적으로 쳐다본 저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조용히 닫혀지는 화장실 문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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