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109 택배 1/2 2010/05/17(月) 19:42:26
어제는 더워서 창문을 열고 방충망만 쳐놓은 채 TV를 보면서 지루해하고 있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입니다-"
어느새 잠이들었는지, 택배 아저씨의 목소리에 일어났다.
시골이니까 현관도 열어둔 채였다.
현관과 나 있는 곳 사이에 걸려있는 노렌 넘어로,
익숙한 검정 바지와 폴로셔츠를 입은 사람의 가슴정도까지가 보였다.
"아, 죄송해요, 지금 나가요!!"
대답을 하면서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깨달았다. TV에서 "가키노츠카이"가 하고 있었다.
가키노츠카이는 10시 56분부터 할텐데.. 물론 비디오도 아니고.
당황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벽시계는 11시 18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순간의 오싹함. 기온과는 다른 한기에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리 서비스에 충실하다고 해도,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택배가 올리가 없다.
노렌 넘어로 배달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잘 보니, 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전신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기분 탓인지, 물방울이 탁해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나기가 왔었나.
아무리 그래도 저 차림으로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는게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더러워져있었다.
110 택배 2/2 2010/05/17(月) 19:43:29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아까와 똑같은 톤 , 똑같은 말로 배달원이 부르고 있다.
"에, 아, 아... 저기.. 그러니까... 밤도 늦고해서 오늘은 조금...."
어떻게든 거절하려고 머리를 풀가동시켰지만, 거절할만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마치 망가진 레코드 플레이어처럼 반복해서 부르고 있다.
이제 확신할 수 있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게다가 녀석은 현관을 열고, 벌써 문 안에 들어와있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크크큿...."
우리집에 온 것이 틀림없을 봉투를 현관의 마루에 두고, 구두를 벗고,
그 녀석은 방을 향해 오고 있었다.
지은지 20년이 되어 낡은 마루를 밟아, 삐걱, 삐걱...........하는 소리를 내면서.
안돼, 거실로 들어오겠어......!!!!
"으악!!!!!!!!!!!!!!"
.................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나는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꿈을 꾼 것 같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벌써 녹초가 되었다.
TV에서는 가키노츠카이가 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사토씨-, 실례합니다-, 택배왔습니다-"
* 노렌 : 일식집 같은데 보면 입구 윗 쪽에 천이 걸려있잖아요. 그걸 노렌이라고 합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merong8904/70014390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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