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아이
"살-랑 거리는-♪ 여름날의 바람 소리에-♪ 주변 풍경 모두가-♪ 새하얗게 바뀌는데-♪ 요즘 그대는 어떤가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니, 주변 사람들은 날 ♥♥♥ 보듯이 처다 봤어.
하지만 난 그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불렀어.
그들은 한대 묶여 나를 마치 외계인처럼 처다 보듯 바라 봤지만,
애초에 난 알고 있었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그들이 익숙하게 행동하는 모든 몸짓들은 모두 같다는걸 말이야.
세상은 너무나도 매너리즘해.
때문에 난 그 모든 것들이 지루하고 따분했어.
가식,위선,허영,내숭,기만,체면,비방.
그들은 그저 자신들을 감추기에 급급했어.
어쩌면 난 "눈치없는"게 아니라, "눈치없는척" 하고 있지 않나 싶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일들을 자각하고, 또 행동하곤 해.
"눈치"라는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생존 수단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
"사회"라는 인류 집단 속에서 서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말이야.
새벽에 편의점에 간 적이 있었어.
그곳엔 왠 여학생이 있었어.
새벽 시간대에 여자종업원이 카운터에 있는 것은 드물어.
그런데 난 그 여자의 행동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
이벤트라며 내게 노래를 불러 줬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눈치가 없었기에, 그냥 지나 첬어.
물건을 카운터에 올리자, 이번에도 여자는 또 노래를 불러 줬어.
난 몹시 불쾌해, 무시하려고 했지만
여자의 표정이 너무나도 간절했기에, 결국 여자의 노래에 화답하고 말았어.
"이것도 무슨 맥x날드 같은 CF 찍나봐요."
"네~! 그래서 찍고 있어요~! 하하하.."
"수고하세요."
그렇게 그 일들을 까맣게 잊어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음 날 뉴스에 강도 살인 뉴스가 나왔어.
편의점 살인 사건인데, 새벽 시간대에 편의점 직원을 살해한 내용 이였어.
뉴스를 보도하던 앵커가 CCTV를 보여주자, 난 놀라고 말았어.
왜냐하면 보도 자료 CCTV에 나 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 CCTV에는 그때 내가 보지 못했던 왠 남자가 여종업원 밑에 앉아 있었어.
내가 떠나자, 결국 그 여자는 살인마의 칼에 찔려 죽고 말았어.
앵커는 끝으로 의미심장한 내게 남겼어.
"...경찰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피의자 사이에 있었던 신원 불명의 남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인 것으로 밝혔습니다.."
설마 했지만, 얼마 뒤 정말 경찰이 집을 찾아 왔어.
그들은 내게 물었어.
피의자와 마지막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를 말야.
하지만 난 별거 없다고 생각 했어.
노래를 불러 줬다고 말했어.
경찰은 그 노래가 어떤 노래 였는지 내게 물었어.
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러자, 경찰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어.
하지만 난 그들을 끝까지 배웅할 수 없었어.
왜냐면 내 머릿속에선 그 여자의 노랫소리가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였어.
그렇게 난 뭣에 홀린 사람처럼, 웅얼거리기 시작했어.
"살-랑 거리는-♪ 여름날의 바람 소리에-♪ 주변 풍경 모두가-♪ 새하얗게 바뀌는데-♪ 요즘 그대는 어떤가요-♪"
음정은 엉망진창 이였지만, 가사 하나 만큼은 정확히 읊고 있었어.
그런 내 모습에 경찰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어.
난 너무나도 제기 발랄했던 그녀의 얼굴이,
또 너무나도 간절했던 그녀의 얼굴이,
그 노랫 소리와 함께 떠오르기 시작했어.
살!-랑 거리는-♪
여!름날의 바람 소리에-♪
주!변 풍경 모두가-♪
새!하얗게 바뀌는데-♪
요!즘 당신은 어떤가요-♪
ㅠㅠ슬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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