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단편

수박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9.20 23:58조회 수 1321댓글 1

    • 글자 크기


제가 고등학교 때 겪은 일입니다.

당시 저는 부산에서 살았는데, 고등학교 때 절친 중 한 명은 안동이 고향이었습니다. 

보통 안동이라고 하면, 종갓집 생각하시죠? 그 친구네 집은 바로 그런 집이었습니다. 안채, 사랑채, 뒤뜰 등등 무지하게 큰 집 말이죠.

친구네 집엔 수박 밭이 있었는데, 방학 때 친구네 수박 밭 일도 도와주면서 계곡에서 놀려고 2박 3일로 안동에 갔습니다.

낮에 수박밭의 일을 도와주고 열심히 땀을 흘리고 종갓집 툇마루에 앉아서 먹는 수박 맛이란 완전 꿀맛이더군요. 

3명이서 3통을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배불리 먹었더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습니다.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한 날씨어서 

바깥 별채에서 잠깐 쉬기로 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슬슬 피곤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문득 눈을 떴습니다. 수박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소변이 너무 마렵더군요. 

저는 화장실을 찾아서 슬리퍼를 신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놨어야 하는데, 

집이 워낙 커서 모르겠더군요. 별채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 걸어가다 보니 희미한 연기가 보이는 것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평상에 앉아서 수박을 드시고 계시는 겁니다. 

모기가 많아서 인지 평상 중간에는 모기향까지 피워놓으셨더군요. 제가 근처를 지나니 할머니께서 말을 건네셨습니다. 

"수박 좀 들고 가시게나."

그래서 저는 "수박을 너무 많이 먹어서 화장실을 찾고 있는 중이라 소변 보고 와서 먹겠습니다." 라고 거절했더니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에끼 이놈!! 안 먹을 거면 썩 꺼져라 이 불한당 같은놈아 "

이러시는 겁니다. 저는 갑작스런 호통에 뛰었습니다. 뛰다보니 다행히 화장실이 보이더군요. 

시원하게 소변을 누고, 노부부의 성의를 거절한 게 미안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으러 그쪽으로 다시 돌아갈까 했지만 

또 수박을 먹으면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잠을 자러 별채로 갔습니다.

피곤했던지 눕자마자 다시 바로 잠들었고 아침에 친구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늦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났습니다.

 친구네 집은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비몽사몽으로 아침을 먹으러 친구네로 돌아가는데, 

가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어젯밤 노부부가 앉아 계셨던 평상을 봤는데, 그 자리엔 무덤 두 개가 있더군요. 

제가 어제 모기향이라고 생각했던 건 향이었던 것입니다.

친구한테 어젯밤 일을 이야기하니, 어제 제가 봤던 노부부는 돌아가신지 오래되셨다고 하네요. 

저 무덤은 집터가 있을 무렵부터 있었다는데, 연락들이 친척들이 없어서 마을 사람들이 이장을 하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노부부가 꿈에 나타나서 결국은 그냥 그 자리에 무덤이 계속 있다고 하네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일인데, 문득 그 분들이 저에게 주려고 했던 수박의 정체가 뭐였을지 궁금해집니다.

[투고] 시바사키코우님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243 단편 스카우트 title: 이뻥아이돌공작 952 2
242 단편 노점상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031 1
241 단편 몸이 아플 떄마다 꾸는 꿈1 title: 이뻥아이돌공작 925 1
240 단편 마사의 괴담 - 31. 간첩이 두고간 돌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532 1
239 단편 그의 목적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028 3
238 단편 밤마다 학교에 하반신 또각또각3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777 3
237 단편 산길의 괴담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833 0
236 단편 가지 않은 길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805 3
235 단편 전화박스 괴담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798 1
234 단편 저승사자를 만나다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912 3
233 단편 편의점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093 2
232 단편 낡은 주택의 소녀들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334 1
231 단편 환생1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142 1
230 단편 매일 땅을 파는 스미스씨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945 1
229 단편 소의 목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150 1
228 단편 그녀의 초대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938 1
227 단편 분묘 수집 소녀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520 4
226 단편 근무교대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116 3
225 단편 엄마가 나를 구하러 와줬어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403 4
224 단편 낡은 바이올린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827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