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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2ch] 미닫이 문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5.03.12 13:19조회 수 1122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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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내 방은 다다미가 깔리고 문풍지 바른 미닫이 문이 있는 일본식 방으로, 이불을 깔고 잤었다.

 


어느날 밤, 열이 심하게 올라 방에 드러누워 있던 나는, 문득 한밤 중에 깨어났다.

하루 종일 열 때문에 자고 있었으니, 한밤 중에 깨어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연히 불은 다 꺼져있고 미닫이 문도 닫혀 있으니, 방 안은 칠흑 같았다.

 


하지만 어두운 와중에서도 눈이 조금씩 익숙해져가면서, 방 안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상태로 멍하니 미닫이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방 안 모습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보고, 살고 있는 내 방인데도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눈치챘다.

 


내 방 미닫이 문에는, 내가 손가락으로 장난 삼아 문풍지를 뚫은 구멍이 몇 곳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게 평소보다 훨씬 많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상하네, 원래 이렇게 구멍이 많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구멍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은 여전히 높은 채, 막 일어나 멍한 머리로..

 


분명히 평소 뚫려 있던 구멍보다 많다.

3개 정도 있었을 구멍이, 7개로 늘어나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싶어 다시금 세고 있는데, '부욱' 하고 문풍지가 찢어지며 구멍이 뚫렸다.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미닫이 문 바깥쪽은 유리창이다.

그리고 내가 열에 시달린 탓에, 당연히 유리창은 완전히 닫혀 있었다.

밖에서 누군가 구멍을 뚫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뭘 어쩌지도 못하고 미닫이 문을 보고 있자, 또 '부욱' 하고 다른 곳에 구멍이 뚫린다.

무서워서 일어나려 했지만, 고열 때문에 몸이 나른한건지, 생각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문 쪽을 보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등을 보이는 것도 두려웠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찌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구멍이 5개나 나 버렸다.

마치 누군가 다섯 손가락을 펴서, 그대로 문풍지를 찢어 버린 것처럼.

 


그리고 다섯 곳의 구멍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밀어 넣은 다섯 손가락으로 문풍지를 찢어버리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려오다보면 으레 그렇듯, 중간에 삐뚤거리게 찢어지며 미닫이 문은 볼품 없어져 간다.

 


나는 겁에 질려 반쯤 울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미닫이 문에서 눈을 돌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문풍지가 찢어져 생긴 큰 틈 사이로, 새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제 귀신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은 자꾸자꾸 방 안으로 들어와, 어느새 방바닥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다.

..거기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아침이었다.

무사히 아침을 맞을 수 있음에 안도하며, 나는 어젯밤 일이 떠올라 미닫이 문을 바라봤다.

문은 구멍 없이 멀쩡했다.

 


나는 일단 안심했지만, 또 위화감을 느꼈다.

기묘하게도, 미닫이 문의 문풍지는 구멍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소 내가 직접 뚫었던 구멍마저 사라지고, 완전히 종이를 새로 바른 것 같은 모양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종이를 잘 살펴봤지만, 오래전에 붙여 색이 누런 종이였다.

하지만 구멍만은 완전히 메워져 있었다.

 


문을 열고 난 후, 나는 다시금 소름 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문 밖, 닫혀 있는 유리창에, 손자국 2개와 긴 머리카락 10개 가량이 붙어 있었다.

 


부모님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애초에 문에 구멍이 없었을 거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직접 뚫었던 구멍은 존재했었다.

 


이후 집을 리모델링하게 될 때까지, 나는 문에 등을 돌리고 잠을 자는 버릇이 생겼다.

다행히 그 날 이후로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자꾸자꾸 미닫이 문 문풍지에 구멍이 하나둘 늘어가던 그 광경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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