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털 없는 개

여고생너무해ᕙ(•̀‸•́‶)ᕗ2017.10.14 23:48조회 수 1283추천 수 1댓글 3

    • 글자 크기


내 고향에서는 "털 없는 개" 라는 괴담이 있었다.

 

초등학생 무렵,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냥 병 걸린 개 이야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그런게 아니야. 더 기분 나쁘고 무시무시한 거라고.] 라는 것이었다.

 

 

 

털 없는 개는 새벽 2시쯤, 국도에서 시민 수영장으로 향하는 도로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인 우리들에게는, 새벽 2시라는 시간만으로도 이미 미지의 세계라 상상도 못할만큼 무서운 이야기였다.

 

 

 

또 하나 무서웠던 것은, 어른들한테 털 없는 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어른들이 들으면 털 없는 개의 먹이가 된다나 뭐 그렇다고 했던 것 같다.

 

여름방학 어느날, 나는 친구 Y네 집에 묵기로 했다.

 

 

 

Y한테는 고등학생 형 T가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외국 노래를 기타로 연습하고 있었다.

 

밤이 되어 우리는 Y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T형한테 빌린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2시 가까울쯤, T형이 우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 자냐?]

 

[오늘은 안 자고 아침까지 놀거야!]

 

[그러냐. 나 지금부터 차 타고 나갈건데 너네도 같이 갈래?]

 

 

 

나와 Y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초등학생에게 있어, 심야 드라이브는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호기심이 마구 차올랐다.

 

 

 

[응, 갈래!]

 

우리는 Y의 부모님 몰래 방에서 나와, 차로 뛰어들었다.

 

T형은 공부보다는 노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 운전 면허는 작년 여름 진작 따놓았다고 한다.

 

 

 

T형의 볼일은 별거 없어서, 그냥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러 나온듯 했다.

 

우리한테도 먹을거리를 사줬기 때문에, 우리는 잔뜩 신이 났다.

 

돌아오는 길, T형은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A야. 너 털 없는 개 이야기 알아?]

 

[응.]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T형은 씩 웃더니, [보고 싶냐?] 라고 물어왔다.

 

[형, 그거 본 적 있어?]

 

[시민 수영장 지나가는 길이잖아. 어때?]

 

 

 

[보고 싶어요.]

 

실은 조금 무서웠지만, 호기심 앞에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금세 차는 시민 수영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1시 34분.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소리만 기분 나쁘게 울려퍼진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혹시 모르니까 일단 차 문은 잠굴게.]

 

 

 

T형의 말에, 내 공포심은 와락 되살아났다.

 

왜 문을 잠구지?

 

털 없는 개가 도대체 뭐길래?

 

 

 

차 안은 무척 더워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T형의 담배연기가 가로등 사이로 흩어진다.

 

[저기 있다.]

 

 

 

T형이 중얼거렸다.

 

나와 Y는 앞유리에 얼굴을 바싹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그림자가 흔들린다.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 손바닥에 떨어진다.

 

왜 한밤 중에?

 

왜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된다는거지?

 

 

 

털 없는 개는 우리가 탄 차 옆을 지나, 수영장 벽 그림자 안으로 들어서더니 이윽고 모습을 감췄다.

 

돌아오는 길, Y가 입을 열었다.

 

[형, 왜 저건...]

 

 

 

그 이상은 차마 말하지 못하더라.

 

[나도 잘은 몰라. 그렇지만 한참 전부터 저러고 있다더라.]

 

T형은 그 말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와 Y는 털이 없는 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늦은 밤에 나타나는 이유도, 어른들한테 말하면 안되는 이유도.

 

개는 사실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간 또한 아니었다.

 

개도, 인간도 아니었다.

 

지금도 털 없는 개는 나타나고 있을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떠올리곤 하지만, 그걸 확인해 볼 생각은 없다.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309 실화 홍대 귀신 이야기4 개팬더 2050 1
1308 기묘한 죽은자와 만나는 실험..4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283 0
1307 기묘한 말기 암을 치료하는 방법4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487 1
1306 사건/사고 3년전 레바논 대폭발사고 당시 바다에 있었던 사람4 title: 하트햄찌녀 9728 3
1305 실화 귀신보는 애랑 같이 나홀로숨바꼭질 한 썰 (어제실화)4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307 1
1304 실화 여성분들 산 오르실때 조심하세요4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성인메뉴관리자 2005 2
1303 실화 모텔방4 화성인잼 2147 3
1302 실화 실화..입니다;;;전에 유럽 여행갔을 때 겪은 일. (스크롤 꽤 길어요...)4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77 3
1301 혐오 킹코브라한테 물린사람의 발4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598 1
1300 미스테리 자살하게 만드는 제주도의 악귀4 Lkkkll 13249 2
1299 실화 '일본유학하고부터 보인다...'Ssul .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2360 1
1298 실화 귀신보는애랑 겪었던 썰들4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2511 4
1297 실화 '일본유학하고부터 보인다...'Ssul . 2편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7358 1
1296 기타 공포의 서울 지하철4 love 1498 3
1295 실화 소백산맥 일대에 서식하는 범 괴담 (스압)4 title: 메딕제임스오디 1461 1
1294 실화 저주받은 강원도 농장에서의 악몽 - 소무덤의 진실4 샤샤샤 9754 1
1293 실화 '일본유학하고부터 보인다...'Ssul . 3-1편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7086 2
1292 실화 귀신보는 남자..4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285 2
1291 실화 검정고시 학원 다닐 때 겪었던 기이한 썰4 엘프랑 1550 4
1290 실화 하나는 실화, 하나는 금기4 title: 연예인13사자왕요렌테 3021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