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8년? 9년? 그쯤 지난 이야기
그날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어느 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그때는 휴게소마다 온갖 트로트 테이프와 CD를 파는 노점이 있던 시절이었다.
아빠는 두 할머니를 위해 트로트 씨디를 하나 살 것을 제안하셨다.
무려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나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고, 이것이 이 기묘한 음반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이유이다.
우리는 이 씨디를 카오디오에 넣고 다시금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첫 곡은 가수 현철의 히트곡 '아미새'를 누군지모를 여가수가 부른 것이었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원곡은 꽤 흥겨운 곡이다.
쿵짝쿵짝하는 원곡보다는 색소폰 위주로 편곡해 부드러운 분위기가 가수의 목소리와 퍽 어울렸던것같다.
기묘한 일은 여기서 시작한다.
첫 곡이 끝나고 다음 트랙으로 넘어갔는데
다음 트랙은... '아미새'였다.
첫 트랙의 가수와 같은 목소리였다.
다만 도입부의 가락이 조금 다르고, 박자도 분위기도 미묘하게 첫 트랙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쯤에서 예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음 곡도,
그 다음 곡도,
또 다음 곡도...
열 일곱개의 트랙(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다)이 모두 '아미새'였다.
같은 곡 같은 가수였지만, 분위기는 분명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내가 듣기엔, 뒤로 갈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곡조가 우울해지고, 박자가 어긋나고 느려졌다.
간드러지던 목소리는 갈수록 음울해지고 소름이 끼쳤다.
아빠는 처음 세 번의 '아미새'는 끝까지 재생했지만, 뒤로 갈수록 중간에 넘기는 일이 잦아지더니
나중에는 모든 트랙이 '아미새'라는 걸 깨닫고는 가요 씨디로 바꿔버렸다.
그 여행 이후 그 기묘한 씨디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아빠가 버리셨겠지만서도..
지금까지도 그 음울한 곡조의 색소폰 소리와 아미새~ 아미새~ 라던 노랫말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CD는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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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기묘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혹시 지금 새벽반 친구들 중에 이 글이 올라왔다 삭제된걸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두번이나 올렸다 바로 지운 이유는
글 내용의 아미새 라는 곡 제목만이 모두 사라진채로 업로드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이야기가 알려지는것을 원치 않는것처럼..
씨1발 소름돋는다 어떡하지??
엄마..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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