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고등학교때부터 대학까지 같이 나와서 친한 친구놈중에 하나가 9급공무원 준비하는데
지금 7년인가 8년째 공부하고 있거든
그러다보니 친구들 모임이나 결혼식같은데도 안다니고 그래서 주변에 친구가 없음
나만 유일하게 가끔 연락도 하고 만나서 술도 사주고 그런다
근데 한달전쯤에 오랫만에 연락와서 술한잔 사달라고 하더라
4월에 국가직 시험 본다고 했던것같은데 잘 안돼서 속상한가보더라고
그래서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나한테 너네회사 자리좀 없냐고 그러대
이제 나이도 34이고 공무원 준비하느라고 몇년을 날려먹었으니 얼굴에서도 초조함이 느껴지더라고
나도 뭐 대단한 회사 다니는것도 아니고 좃소에서 생산관리 하는데 한번 자리 알아봐주겠다고 했지
다음날 회사 가서 과장한테 얘기했더니 일단 이력서부터 받아와보라고 하길래
바로 전화해서 언제까지 이력서좀 써서 달라고 했다
근데 얘가 취직활동을 해본적이 없어서그런가 이력서를 달랬더니
자기소개서도 없고 문방구에서 파는 이력서 양식에 사진하나 붙이고 이름, 전화번호, 최종학력 이것만 딸랑 써서 주네? ㅋㅋ
물론 우리 회사가 보잘것없는 좃소긴 하지만
그래도 회사에 소개하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어느정도 성의는 있게 써야되는거 아닌가?
그때부터 뭔가 좀 기분이 찝찝하고 짜증이 나긴했는데
알아봐준다고 했으니 뭐 어쩌겠나
잡코리아나 사람인같은데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작성해서 출력해서 다시 달라고 했다
근데 이력서를 받아보니 그 흔한 토익도 없고 공무원 가산점용으로 딴 컴활 하나만 딸랑 있더라
학점도 2점대에다 경력도 없고...
원래는 총무팀으로 넣어주려고 했는데 과장이 이력서 보더니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어서
사무쪽은 어려울것같고
생산 오퍼레이터쪽이면 넣어주겠다고해서
그렇게 입사가 확정되었지
우리 회사 생산직은 3조 2교대로 돌아가는데, 4일 일하고 이틀 쉬고
상여금 600%에 추석,설날 보너스는 별도에 하계 정기휴가도 있고 자녀 학자금도 나오고
좃소치고는 복지가 꽤 괜찮은편이거든
하는일도 걍 장비 돌려놓고 제품 나오는동안 대기하고 장비 이상 생기면 가서 한번씩 손봐주고 개꿀임
친구한테도 입사 확정됐다고 바로 알려주니 좋아하더라고
생산 반장한테도 가서 제 친구 한명 들어올껀데 성실한 친구니까 잘좀 부탁한다고 싸바싸바도 하고
잘좀 봐달라고 여기저기 부탁하고 그랬다
30일쯤에 면접을 한번 보고 6월1일부터 입사하기로 했는데
어제 친구놈이 자기가 하게될 일이며 회사에 전반에 대해 얘기좀 해달라길래
저녁에 같이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지
근데 그 친구가 생산 오퍼레이터가 정확히 뭐냐고 묻더라?
그래서 생산 오퍼레이터는 생산 장비를 이용해서 제품도 만들면서 장비 관리도 하는일이라고 설명해줬는데
얘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거야
"그거 그냥 공장에서 프레스 누르고 그런거랑 비슷한일 아니냐"
관리직도 아니고 기술직도 아니고 고등학교 나온애들이 하는일을 나더러 하라는거냐고 따지듯이 얘기를 하네?
그래서 지금 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이 나이에 이만한 대우 받으면서 갈수있는데 많지 않다고 현실적으로 얘기해줬더니 더 빼애애애액거리는거야
솔직히 나도 처음엔 생산직으로 들어가서 10개월정도 일하다가 생산관리에 티오가 나서 올라간 케이스거든
이런 내 얘기도 하면서 나중에라도 관리직으로 갈수도 있다고 일단 뭐든지 해보라고 좋게 말해줬는데도 걍 말이 안통하더라
자기는 백만원만 받더라도 사람다운일을 하고싶지 대학까지 나와서 공장일은 못한다고 못을 박길래
그냥 관두자고 했다
미친놈이 그럴꺼면 진작에 공무원 준비를 열심히 했어야지
이제와서 지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
다음달에도 무슨 지방직 시험인가 있다던데 그거나 잘 보라고 이제 나한텐 연락하지 말라고 하고 나와버렸다
근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
생산직이면 미리 얘기를 해줬어야지 취업사기니 어쩌니 하면서 나한테 따지던데
이거 진짜 내가 잘못한건가?
당장 6월1일부터 나온다고 현장사람들한테도 다 얘기하고 다녔는데
내일 회사 가서 또 뭐라고 얘기를 해야될지 참 당황스럽고 짜증도 나고 그렇다
짜증나서 혼자 술한잔 하다가 푸념좀 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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