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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상주 할머니 이야기 - 14 (上)

title: 유벤댕댕도이치휠레2018.08.12 17:12조회 수 1226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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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글 뎃 읽다가 제 글에 자주 뎃달아 주시는 어느 분이 사진 얘길 의구심 약간 있으시다는 말에....

(친구의 울릉도 이야기 참고)

그 사진 속의 할머니는 거의 40 가까이 되신 모습이었어요.

제가 할매를 첨 만났을 때 쪼글쪼글한 할매셨어요.

그 때 사진 속의 모습은 제 눈엔 첨 보는 젊은 사진이었죠.

그리고 쭉 서셔서 단체로 찍은 걸 보면 아마 어디 사진관에서 사진사 부르셔서 찍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육포 레시피 원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아 놀랍습니다.

적어 놓은 게 없으니 상주 얘기가 끝나면 일괄적으로 적어 복사해서 쪽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제 생애 가장 슬펐던 날 얘기를 하려 합니다.

전, 후로 나눠 해야 할 꺼 같습니다만,

전은 돌아 가셨을 때 후는 그 이후와 제 곁을 영원히 떠나신 날 , 에피소드 형식이라 따로 읽으셔도 될 껍니다.


할머니가 돌아 가시던 날은 어느 날과 다름없던 일상의 날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늦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아침.

저희 식구는 평소처럼 저와 제 동생은 등교 준비를, 아버지는 출근 준비를 하시고는

어머니가 차려 주신 아침상에 둘러 앉았습니다.

분주히 아침을 먹고 있을 때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저흰 웬 전화지 하는 표정으로 안방을 한번 슬쩍 보고는 다시 밥을 먹었어요.

어머니께서 벌써 전화를 받으러 가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선 전화를 받으시더니,


여보세요? 어! 엄마~~~ 이래 일찍 부터 웬일인교? 하셨습니다.

그러니더니 잠시 들으시고 네? 하며 큰 소리를 지르셨고,

아버지와 저와 동생은 밥숟갈을 동댕이치며 안방으로 달려갔습니다.

할머니 전화를 받고 어머니가 저리 놀라시는 걸 보니 뭔가 큰 일이 터진 게 분명했으니까요.

어머니는 네, 네 알았어예. 애비랑 애들 준비하는대로 바로 내려 갈께예.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시고는 한동안 말이 없으셨습니다.

 

저희와 아버지는 뭔 안 좋은 소식 일까? 하며 말없이 어머니만 쳐다봤죠.

이윽고 어머니가 저희쪽으로 고개를 돌리시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희를 보시더니


여보................좋아야! 상주 할매가...................어젯밤 돌아 가셨단다

 

무슨 소린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엄마가 무슨 소리 하시지? 하고 들었는데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잠시 후 눈동자 6개가 일제히 제게 쏠렸습니다.

상주 할매가 돌아가셨단 얘길 엄마가 하시자 마자 젤 먼저 제 반응이 걱정되었나 봅니다.


처음엔 뭔 소린 줄 몰랐다가 잠시 후 정리가 되어 그 단어들이 머리 속을 울리더군요.

돌아가셨다, 돌아 가셨다, 할매가....돌아 가셨다.

머리속에서 보신각 종이 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혼절을 한 듯.


깨워서 간신히 일어나보니 모두 걱정스런 표정으로 절 내려다 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이럴 때가 아니다 빨리 준비하고 가보자.

여보! 당신은 공장 전화 해서 2,3일 못 나간다 하시고,

애들 학교엔 제가 전화 할께요. 하셨습니다.

원래 직계 존속 이외엔 공결이 안되죠?


상주 할머니는 직계 존속이 아니시라 공결신청이 안되고 그냥 결석하는 거지만,

저희 가족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잠시후 내려 가는 차안에서 그제야 겨우 상황 정리가 되고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울기 시작했어요.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떡해?

그래도 그 때까진 아버지 운전하시는데 방해된다 싶어 최대한 자제하려는 정신이라도 있었지만요.

외가집에 도착하니 벌써 연락을 받고 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전 차를 주차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잡을 틈도 없이 문을 열고 할매에게 달려갔습니다.

대문을 들어 서면서 할매를 외쳐댔고,

마당엔 큰 외삼촌과 막내 외삼촌이 이미 나오셔선 저흴 기다리고 있으셨습니다.


이미 저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셨던 듯

두 분을 절 붙잡으시고는 좋아야 좀 진정해라, 응? 하셨죠.

전,


놔요! 할매 할매!!~~~~~~~~


하며 발버둥쳤습니다.

곧 이어서 아버지와 식구들이 들어오고,

어머니는 큰 외삼촌께 오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라예? 그리 정정하시던 분이......하셨고,


큰 외삼촌도 나도 아침에 연락 받아 정신이 없다. 

어제 저녁도 아버지랑 어머니랑 함께 즐겁게 드셨다던데.....

그 때도 아무 조짐이 없었다고 하시는데 말야.

아무튼, 좋아 좀 진정시키고 들어가 봐라.

아직 입관 안 시켜 드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좋아는 꼭 보고싶어하실 꺼 같아서.....

 

외삼촌들이 놔주시고 저는 한달음에 앞서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 곳엔 언제나 그 곳에 가면 절 반갑게 맞아 주실 꺼 같던 할매가 자는 듯 누워 계셨습니다.

전 달려가 할매 품에 쓰러졌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시신이었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우리 할맨데 , 내 사랑 하는 할맨데 시신이면 어떻고

다 썩은 유골이면 어떻고 귀신인들 무섭겠습니까?


할매, 눈 좀 떠 봐라, 내다 좋아다. 내 안 보고 싶나? 하며 할매를 흔들었습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사투리는 거의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급하니 예전 말투가 자연히 나오더군요.

그리고는 들릴 리 없지만 할매를 원망했습니다.

 

할매 이라는 거 우딨노? 나랑 약속했잖아? 

좋아 커서 대학 다니는 거 보고

이쁘고 착한 색시 만나 결혼하는 거도 보고 좋아 애기 한 번 안아볼 때까지 안 죽고 살꺼라더니,

이씨!~~~~ 순 거짓말쟁이 엉엉엉엉...............

 

어른들이 이제 할매 얼굴 봤으니 됐다. 이제 보내 드릴 준비를 하자 하셨고,

전 발버둥쳤지만, 입관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지금도 후회되는 건 너무 우는 바람에 눈앞이 흐려서

할매가 관에 들어 가시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단 겁니다.

그리고는 할머니 시신은 봉해지고 앞에는 병풍이 쳐지고 향이 놓인 상이 차려졌어요.

마당과 바깥 공터에 천막이 쳐지고는 큰 외삼촌이 상주가 되시어 문상객들을 받기 시작하셨습니다.

마을 어른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할매의 지인 분들....

갈비찜 아주머니도 오시고 특히, 남녀노소 무속인들이 많이 찾아 오셨어요.

상주뿐 아니라 멀리서도 소식듣고 달려 오셨죠.

할매랑 교류가 있던 노스님 몇 분도 오시고.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마당에 쳐 놓은 천막 그늘에 앉아

할머니께 사정을 여쭙고 있었습니다.

저도 하도 난리를 쳐서 좀 진정시킨다고 어머니가 손 꼭 붙드시고 잡고 계셨어요.


엄마! , 이그 우찌된 일이고? 이래 갑자기......하고 물으셨고,


외할머니께선,


나도 갑자기 정신이 없다, 어제도 나랑 얘기 즐겁게 하시던 양반이.....

할매는 아마 오늘 떠나실 껄 알고 계셨나 보다,

어젠 좀 별스럽게 행동 하신다 했더니

그기 이제 보니 오늘 떠나실 준비하셨던 거 갑따 하셨어요.


엄만 그기 무슨 말이고 하셨고,

그 사이 사람들이 속속 엄마와 외할머니 주변으로 몰려들어 얘기를 들었어요.

 

어제, 그러니까 할매가 떠나시던 전날,

외할머니는 점심으로 국수를 삶으시고는 옆집으로 할매를 모시러 가셨답니다.

외할매가 가셔보니 상주 할매는 한참 집안 대청소를 하시며 부산하셨답니다.


아즈매요! 국수 삶았는데 오셔서 같이 드입시더,

무슨 대청소를 이래 열심히 하십니꺼? 하시자


왔나? 하며 반갑게 맞아 주시더니 툇마루에 앉은 할매 옆으로 오셔선

쭈그리고 앉으시며 손에 든 걸레를 옆에 놓으시며,


곧 손님들이 많이 오실 낀데 집이 지저분 해가 되겠나? 하시더랍니다.


외할매는 혼자 사는 자손도 안 찾는 양반이

무슨 잔치할 일도 없고 손님들이 많이 온단 얘기가 의아했지만 

아마 집에 친한 무속인들이 많이 와서 무슨 모임이라도 하시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답니다.

그러시더니 할매 손을 살며시 잡으시고는 그러시더랍니다.


우리가 벌써 이 곳에 이사와가 이웃으로 오손도손 산 지가

벌써 30년이 넘었지? 하시며 웃으시더랍니다.


외할매는 그라네예 벌써 그리 되었네예,

화야 중학교 때 와가 좋아가 벌써 중 3 이니 30년이 넘었죠. 하시자


웃으시며 참 좋아 할매나 할배한테 고마운 게 많아!

덕분에 좋아도 만나고 쓸쓸한 내 말년이 정말 행복할 수 있었네,

내 저승가도 그 고마움 잊지않을 끼구만...하셨고,


외할머닌 별 소리를 다 하시네예, 우리 집이 할매한테 입은 은혜가 얼만데예? 

고마운 걸로 치면 저희가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지예. 하셨답니다.


상주 할매는 좋아가 보고 싶구만 하셨고.

그라셔예? 주말에 내려 오라고 할까예? 하시자 고개를 흔드시면서,

욕심에 그렇타는 거지 뭐....어차피 곧 볼텐데....하시며 뜻모를 얘길하시더랍니다.

그러시더니,


참! 내가 좋아 할매한테 부탁이 있어서 안 그래도 청소해놓고 건너갈 생각이었는데...하시더니

마루에 있던 찬장을 가르키시면서 저 찬장 가운데 작은 서랍 있지?

내일 나 없을 때 그거 좀 열어 보그래이 하셨답니다.

뭔데예? 내일 어디 가십니까? 하시자,

그냥 낮에 열어보면 안다 하시면서

아무튼 성질 까다로운 늙은이 비위 맞춰 주느라 고생 많았다 하시더니,

국시 삶았다면시로? 가자 배 고프다, 다 불었겠네 하시더니 휘적 휘적 앞서 가시더랍니다.

 

그러고는 맛있게 국수 한 그릇 다 드시고 


역시, 좋아 할매의 국수 마는 솜씨는 일품이데이,

내 이 맛은 못 잊을 꺼구만. 


하시더니 


내 부탁 꼭 기억 하그라, 그리고 이따 저녁에 할배 오믄 우리집서 같이 밥 묵자,

내가 오늘은 두 사람에게 저녁 대접할 꺼구만 


하시며 가셨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 하니 그기 다 떠나 실라고 준비하시던 긴데 그 땐 눈치를 못 챘다 하시더군요.

그 날 저녁 할아버지랑 같이 할매에게 가니 이내 저녁 상을 내 오셨대요.

서로 오가면서 밥도 같이 먹고 한 적이 수도 없으셨는데 그 날 저녁 밥상은 굉장히 푸짐하더래요.


아이구야! 뭘 이래 많이 차리셨는교? 하시자

그냥 큰 굿이 있어가 여러가지 얻어 왔다시며 권하셨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얻어온 음식이 아니라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었답니다.

할매는 외할아버지 할머니께 술도 한 잔 권하시며 세 분은 즐겁게 식사를 하셨답니다.


식사가 끝나사고 돌아가실 때 문앞까지 따라 나오셔선

배웅하시고 몇 걸음 가시는 두 분을 부르셨답니다.

돌아보는 두 분을 말없이 웃으시며 쳐다 보시더래요.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두시려 그러신 거 같았다고 합니다.

그러시고는 할머니께서 집에 들어가시면서 보니

안방의 상을 부엌으로 내가시는 할매의 뒷 모습이 보이더래요.


할매가 보신 그 뒷모습이 살아 계신 상주 할매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그 날 밤 외할매께선 밤중에 티브이를 보시고는 주무시기 전에 화장실을 가시려고 나오셨었는데,

옆집 부엌에 불이 켜져 있고 찰박 찰박 물 소리가 나더랍니다.

아마 목욕을 하시나 보다 생각하셨답니다.

굴뚝 위로 밤하늘에 연기가 오르고 있는 걸로 봐선 뜨거운 물을 데우셔서 목욕을 하신듯 하셨다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신 외할머니는 아침 준비를 하시고는 옆집으로 가셨답니다.

아침은 상주 할매 모시고 드시려고요.

마루 앞에 서선 할매를 불렀답니다.

 

할매요? 할매 일어 나셨는교? 같이 아침 드시입시더 할매요??

 

방에선 아무 기척이 없더래요.

상주 할매는 잠귀가 무척 밝으시고

그 시간이면 분명 깨어계실 시간인데도 말이죠.

외할머니는 어제 어디 가실 꺼처럼 말씀하시더니

일찍 어디 나가셨나? 하시곤 돌아서려 하시는데 눈에 들어 오는 게 있더래요.

 

할매가 외출하실 때 신으시는 예쁜 꽃신이 그대로 있는 게 눈에 보이더랍니다.

평소 신으시는 신발도 툇돌에 놓여 있고.

할매가 돌아가셨단 생각은 미쳐 못하신 외할매는


안에 계신가 보네, 어디 아프신가? 라고 생각을 하시곤

마루에 올라 방문 앞에서 다시 한 번 불러 보셨는데 방안이 조용하더랍니다.

그래서 조용히 문을 열어 보니 방안에 이불위에 편안히 누워 주무시고 계신 할매가 계셨대요.

 

아이고, 무슨 잠을 이리 깊게 주무시노? 안 그러시던 양반이....아파 비지는 않으시네 


하시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아 드리고 집에 가시려다

뭔가 눈에 거슬리는 이질적인 걸 본 것 같아 다시 방문을 여셨대요.

그 눈에 거슬리신건 덮으신 이불 밑으로 보이시던 옷이었답니다.

다시 보니 할매가 입으신 옷은 틀림없는 수의더랍니다.

미친 거지 아주머니께 저승 선물로 주시고는 다시 장만하셨던 그 수의를

목욕하시고 단장하시고 갈아 입으시고 누워 계셨답니다.


할매가 놀라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만져 보니 이미 몸이 싸늘하더랍니다.

외할머니가 할매요? 하고 흔드시자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지더래요.

그제사 할매는 상주 할매가 돌아가신 걸 아시고는 급히 집으로 가 할아버지께 얘기하고

저희집을 비롯한 가족들과 할매 전화 번호 공책에 있던 번호들로 전화해 부고를 전하신 거래요.

 

전 계속 흐느끼고 있었지만,

그 얘길 듣던 모두는 감탄을 했습니다.

역시 할매다, 천기를 읽으셨구나 하고요.


엄마는 급히, 또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엄마!! 그래 가꼬? 서랍엔 뭐가 들어 있더노?

할매는 서랍? 참 내가 아직 정신이 없어가 그건 못 봤다 하시더니 일어나셔선 마루로 올라가셨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외할머니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들 슬픔 와중에도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습니다.

할매가 그 서랍을 여시더니 갑자기 깜짝 놀라시며,


이기 다 뭐꼬? 하셨고

바라 보던 사람들이 다 일어 났습니다.

할매는 서랍을 통째 빼시더니 마루 위에 놓고 앉으셨고 사람들이 다 그리로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전 움직일 힘도 없었지만 엄마 손에 끌려 갔어요.

그 서랍 속에는 맨위에 하얀 편지 봉투 한 장과 

그 봉투 밑으로 1만원권 100장씩 묶은 게 분명한 백만원권 돈 뭉치 몇 다발과

맨 밑에 누런 서류 봉투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가장 위에 있던 흰 편지 봉투엔 좋아 할미 앞 이라고 써 있었죠.

엄마는 조바심이 나는지 할머니께,


엄마! 어서 봉투 꺼내 보거라~~~~ 하시며 채근 하셨습니다.

할머니가 꺼낸 그 봉투 속엔 편지 3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장은 할매에게 한 장은 저에게 한 장은 큰 외삼촌께 쓴 편지였습니다.

할매께는 그동안 고마웠다며 좋은 자리 잡아 놓을께란 유쾌한 내용이었고,

제겐 못 보고 간다고 서운해 말고 공부 열심히 하고

항상 건강하라는 당부와 함께 물조심하라는 내용이 써 있었어요.

그 얘긴 유언으로 하실 꺼라 그리도 말하시더니.............

 

그리고는 큰 외삼촌껜 나 죽으면 니가 상주해줄 꺼 같은데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잘 살다가는 마당에 마지막에 사람들에게 폐 끼쳐서야 되겠냐시며,

그 돈으로 장례 치뤄 주길 부탁하시며,

장례비는 최대한 아껴 주고,

조의금 들어온 거랑 재산 처분을 해서 통장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좋아 대학 가면 전해주라고 하시면서 

내가 좋아 대학 공부만큼은 꼭 시키고 싶으니 그건 내게 양보해달라고 좋아 애비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라 

하고 써 놓으셨더군요.

 


맨 밑에 있던 누런 서류 봉투속엔,

집문서와 얼마 안 되지만 남에게 도지주던 논, 가꾸시던 밭 문서랑 위임장 한 장과 인감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할매의 저승 길 준비에 감탄을 하셨고,

몇몇 무속인들은 그 자리서 기도를 드리시며 절을 하시면서 존경을 표했습니다.

전 그 때쯤엔 이미 너무 울어 대서 목도 잠기고 눈이 퉁퉁 불어 만화에서 나오는 것 같이

거의 앞이 안 보일 정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눈물은 계속 나오더군요.

벌써 몇 번 탈진해서 쓰러지기도 했어요.

밥도 거의 안 먹었으니.....


결국 너 이래선 할매 마지막 가는 길에

같이 따라가 배웅도 못 간다고 해서 어거지로 몇 술 퍼 먹은 게 전부죠.

어머니는 너무 걱정되시어 상주 나가서 링겔이라도 한대 맞고 오자고 절 설득했지만

전 죽어도 싫타고 할매 옆에 있을 꺼라고 고집을 부렸고,

나중엔 어른들도 울건 뭘하건 냅두시더군요.

어쩔 도리가 없었죠.

 

그렇게 장례가 끝나고 출상일이 되었습니다.

여섯분이 할머니를 모시고 나왔습니다.

이미 마을 공터엔 할머니를 모시고 갈 장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리무진 운구가 일반적이지만 그 땐 장례버스가 동원되는게 일반적이었죠.


할매의 관이 운구되어 나올 때,

이미 저의 돌출 행동을 예상하신 큰 외삼촌, 둘째 외삼촌, 막내 외삼촌에

아버지까지 철저하게 절 집중 마크하셨어요.


원랜, 제게 영정을 들게 하실 생각이었는데 얘한테 그걸 시키면 큰일나겠다 싶으셨나 봐요.

지금은 후회합니다.

그건 꼭 내가 들었어야 하는데....


할매가 마당을 지날 때,

제 몸부림에 절 놓치셨어요.

전 번개처럼 달려나가 붕 떠서는 할매의 관 위에 엎드렸어요.

 

못간다, 우리 할매는 못 데려 간다, 우리 할매 어디로 데려가노?

죽어도 못 보낸다며 관 을 껴안고는 몸부림쳤고,

그 바람에 하마터면 운구하는 분들이 관을 놓쳐 할매 관을 내동댕이 쳐지게 하는 불효를 저지를 뻔 했어요.

달려 오신 삼촌들과 아버지 손에 겨우 떼어져선 다시 할매 관이 운구되어 갔습니다.

관이 차에 실리고 안 탄다고 뻐팅기다 

그럼 놓고 간다고 해서 겨우 타고 큰 외삼촌이 미리 잡아 놓으신 공원모지로 갔습니다.

전 할머니가 누워 계신 버스 위 뒷자리에 앉았어요.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가려고.

버스에서도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장지에 도착하고 간단히 추도하고 하관을 했어요.

이제 정말 영원히 이별입니다.

할머니 관위로 흙이 뿌려질 순간 잠시 이성을 잃어 버렸나 봅니다.


제가 잠시 잡고 있던 삼촌들 손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이번엔 할머니 무덤에 뛰어 들었습니다.


안된다고 아저씨들, 우리 할매 묻지마요 안돼요 하고

할매 관 위에 엎드려서 몸부림치다가 벌떡 일어나선,

옆에 쌓아둔 흙을 막 손으로 퍼 내리더니 관 위에 드러 누워서 


나도 같이 묻어줘, 나도 같이 뭍어줘~~~~

난 할매 따라 갈란다.....우리 불쌍한 할매 우애 혼자 놔두노? 


하며 몸부림쳤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그 때의 감정 상태는 정말 할매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끌려 나오고 다시 뛰어 들려다 아버지께 모지게 빰을 맞고서야 겨우 발광을 멈췄어요.


아버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인데 니가 이러면 할머니가 어찌 편히 가시냐며 꾸짖으셨고,

전 할매의 봉분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도 땅에 주저 앉아 울었습니다.

할매를 떠나 보낸 데미지는 참 오래도 가더군요.

지금도 외가집이 모이면 꼭 나오는 얘기가 그 때의 얘기고,

어머닌 제가 말 안 들을 때마다 확 그 때 미친 척 하고 같이 묻어 버릴 껄 하십니다.


2년후 3개월 사이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얼마 후 친할아버지도 돌아 가셨지만,

후손으로써 정말 죄송한 맘이지만 세 분의 죽음의 슬픔을 합해도 상주 할매만큼은......


지금도 어머니께서 간혹 골똘히 절 보시면서 물으십니다.


아들, 이 담에 엄마 죽어도 그 때만큼 슬퍼할꺼지?

음..................................................하는 거 봐서................

 


후편에선 할매가 죽어서도 절 안떠나시고 보호해주신 얘기, 영원히 떠나시던 날 얘길하겠습니다.

오늘은 말고......

 

[출처] 루리웹 ... 백두부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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