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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계녹음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2019.03.08 17:34조회 수 66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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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어느 겨울, 정기구독하던 월간지에 '겨울의 심령 특집'이라는 작은 소책자가 부록으로 붙어있는 것을 봤다. 

보잘것없는 소책자였지만, 한 부분만이 유독 신경 쓰이는 기사가 있었다. '당신도 유령의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것. 

기사의 내용은 이런 느낌이었다.

 

'영에게는 주파수가 있습니다. 녹음기재나 녹음자가 가진 주파수가 영의 주파수와 합치된다면 영

의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읽는다면 주파수라니, 사기로구만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심령레코드가 다시

유행하던 시기였다. 

'가쿠야히메''오프 코스''만화경''레벳카'같은 특집이 잘도 테레비에 나오던 때였다. (역자주; 위 4

개는 심령CD라고 유명하다고 함) 

만약 유령의 목소리가 녹음된다면, 한번에 유명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단순한 생각에 기사를 읽

어나갓다.

 

'방법은 라디오 카세트등의 녹음기재를 준비해서 카세트 테이프를 녹음상태로 하고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읆습니다.' 

'영계의 여러분, 만약 현세에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기계 앞에서 말씀해주세요.' 

'장난치는 기분으로 하지 말 것... 등등'

 

그 외 몇개인가의 주의사항이 써있었다.

 

 

 

무척이나 간단한 방법에 놀란 나. 

다행히도 당시 우리 집에는 적당한 라디오카세트가 있어서, 카세트 본체의 오른쪽 대각선 위에 장

비되어있는 마이크를 사용해서 영계녹음을 실행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시 살고 있던 집은 2층짜리 주택으로 마주보는 두개의 방이 있어서 하나하나 형과 내가 나눠쓰

고 있었다. 

실행하는데 걸리는 것이 있다면, 형이 자기방에서 수험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당시의 형은 맘에

안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폭력을 휘두르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걸리면 분명 얻어맞을 것이었다. 

어쨌든 걸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녹음 체크를 해보자 아무 문제 없어서, 앗싸 하고 심령녹음체

험을 시작하였다.

 

테이프는 오토리버스로 60분 녹음되는 것이었다. 

18시 30분, 녹음버튼을 누르고 작은 목소리로 녹음을 시작했다.

 

"영계의 여러분, 만약 현세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기계 앞에서  말씀해주세요."

 

불을 끄고, 1층으로 내려와, 저녁밥을 먹고, 테레비를 보면서 60분이 경과하는 것을 기다렸다.

 

 

 

 

60분이 지나서, 두근두근 하는 맘으로 2층에 올라 테이프를 재생시켜 봤다.

 

"영계의 여러분, 만약 현세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기계 앞에서  말씀해주세요." 

----------지이이이이---------

 

내 대사의 다음에는 노이즈라고 할까, 마이크의 성능이 나쁜 탓에 창 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

는 것 같은 리얼한 소리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5분 후----------지이이이이--------- 

10분 후----------지이이이이--------- 

30분 후 ----------지이이이잇

 

"뭐야...재미없어...."

 

역시 노이즈 같은 소리만을 30분이나 듣고 있다보니 지겨워져서, 오토리버스로 테이프가 뒷면으로

돌아갔을때, 빨리감기 기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라디오 카세트는 작은 레버가 붙어있어서, 그것을 밑으로 누르면 자동으로 빨리감기가 되고, 레

 

버에서 손을 놓으면 그 다음이 재생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노래를 듣고 있을때, 레버를 누르면 '츄르츄르츄르츄르츄르' 라는 빠른 소리가 들리니

까, 혹시 남겨진 테이프에 무언가가 녹음되어 있다면 '츄르츄르츄르츄르' 라는 소리가 들려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들어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벼운 기분으로 레버에 손을 댔다.

 

 

 


 

거의 포기한 기분으로 레버를 누른채인 나. 

아무런 변화없이 2/3 정도까지 와서 손이 느슨해졌을 때 쯤, 이변이 일어났다.

 

'츄르츄르츄르츄르츄르츄르츄르'

 

?! 뭔가 녹음되어있어!!

 

즉시 레버에서 손을 때자 지이이이-- 하는 잡음. 되감기 버튼을 조금 누르고 재생시켜보자, 거기에

는 소리가 확실히 녹음되어 있었다.

 

"끼이이이이------" 

"엄마, 하지마!!" 

"제발!! 무서워요!!" 

"바스락바스락바스락바스락" 

"살려줘!! 엄마!! 엄마!!!!!!" "엄마!! 무서워!!!!" 

"바삭바삭바삭바삭바삭바삭바삭바삭" 

"끼이이이------" 

"아아아악-- 하지마-------!!" 

"쾅!!!!"

 

...지이이이---------------

 


 

철문을 여는 것 같은 소리가 처음에 들리고, 엄마를 부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목소리.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소리는 녹음되어있지 않고, 서류를 뭔가로 고속으로 넘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

려왔다. 간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허무하게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은 다시 철문을 닫았다. 그리

고 다시 시작되는 노이즈.

 

지이...

 


 

"이건...뭔지....."

 

당황한 나는 바로 형의 장난이라고 판단했다. 냉정했다면, 몇개나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

을텐데, 머리까지 피가 꺼꾸로 솟고 전신의  모공에서부터 땀이 분출되는 등 격하게 동요하고 있었

기에 안됐던거다. 

수험공부를 하고 있는 형의 방의 문을 열자마자 소리쳤다.

 

"뭐하는거야! 그만두라고!" 

"에? 뭐가?"

 

아무리 추궁해도 대화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정을 설명하고 증거를 들려주게 되었다. 테이

프를 들은 형은 창백해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거, 나는 할 수 없는데? 그도그럴게..이상하잖아. 뭐야 이거?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어?"

 

형은 나보다는 조금 냉정하게 테이프의 소리의 이상한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먼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점, 이건 아무리 형이 아이 목소리를 흉내낸다해도 무리. 라디

 

오카세트에 트랙기능도 없고, 카세트가 1대 더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집엔 1대밖에

없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잡음이 전혀 없는 점. 형은 다른 테이프를 카세트에 넣어서 자신의

목소리(아-아- 같은)를 녹음하여 재생해서, 카세트 녹음 레벨이 얼마나 낮을지를 증명해보였다.

 

"봐봐, FM 녹음을 한다해도 이렇게 깨끗하게는 안된다구."

 

 

 


 

그 지적은 뒷 창문에서부터 유리를 통해 통과한 근처의 소리가 우연히 녹음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

저 없앴다. 

창의 맞은 편은 다른 집의 커다란 정원으로, 아니, 처음부터 녹음내용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초

등학생인 나도 알 수 있는거였고. 

 

 

게다가 녹음 레벨이 무척이나 높은데다가, 볼륨을 최저로 해도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난다.

 

"이 문 열고 닫는 소리...저 문 소리랑 닮아있는데..."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방문을 턱으로 가르켰다. 

나무로 만들어진 화장실문 같은 버튼타입의 문. 경첩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이다. 실험해보

자, 라는 것이 되어 녹음 버튼을 누르고 문을 힘껏 닫아봤다.

 

"쾅!!!"

 

재생해보자 무척 닮은...아니, 거의 같지 않은가?

 

"역시 너지?! 형이 장난친거지?" 

"아니..하지만..."

 

그 때 아래층에 있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 뭐하는거야? 주변에 민폐라구!"

 

"봐봐, 이렇게 시끄럽다구. 너 아까까지 밑에 있었지? 이런 소리 들렸어? 아니, 이런 소리가 들리면

내가 놀란다구. 맞은 편 방이니까." 

"..."

 

즉, 이 목소리와 문소리는 녹음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되버리는 걸까.

 

 

 


 

그 후로 몇번을 들어봐도 목소리나 그 밖에 알 수 있을만한 소리는 들어있지 않았다.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는거야? 저주받는다, 너?"

 

형의 말에 울기 시작한 초등학생인 나.

"알았으니까, 지워! 어쨌든 지워버려! 저주받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거 갖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빨리감기 레버를 몇번이고 누르거나, 되김기를 하거나 하고 있다.

 

"아! 이거...뭐지?"

 

형이 뭔가를 눈치챈 듯, 녹음된 부분을 빨리 감자

 

츄르츄르츄르...

 

다시한번

 

츄르 려.. 츄르 줘..

 

어째서인지, 그냥 우연인지도 모르겠지만, 츄르츄르츄르 하는 소리의 억양이 살.려.줘. 로 들려왔다.

 

"으아아아--"

 

형도 나도 정신없이 그자리에서 바로 녹음을 지워버렸다.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전에 살던 사람이 아이를 학대하고 있었던가, 그게 아니면 다른 장소에

갇혀진채로 그대로... 

 

혹시 지금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망해가 어딘가에 갇혀있는 채인건가? 같은 걸 생각할 때가 있다.

녹음은 지워버렸지만, 내 마음속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소리가 새겨져버렸다.

 

심령녹음이라니...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 보잘것 없던 소책자를 지금도 조금 원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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