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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문단속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8.01.09 12:07조회 수 94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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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둑이 들 뻔했습니다.

스펀지 2.0에서 도둑들이 도어락을 여는 수법이 방영된 후, 제가 사는 아파트 동 엘리베이터 CCTV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사진을 입수했으니 자진신고를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두 번에 걸쳐 통보를 했습니다. 최후통보가 떨어진 날, 그저께 새벽 1시 45분 경, 웬일인지 이불을 덮어도 방이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침 소리에도 잠을 못 자는 제가 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몸을 일으켜 보니 창문이 열려 있고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바깥 복도 쪽을 쳐다보니 누가 한 손으로는 방범창을 잡고 한 손으로는 손전등으로 창문 너머의 절 비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안방으로 달아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비명에 깨셔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신 건지 '술에 취한 사람일 거다'부터 시작해서 '마누라가 집에 안 들여보내줘서 깽판을 부린 거다'라고 농담을 늘어놓으셨습니다만(그 상황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하실 수 있는 어머니의 낙천성을 부러워해야 할지 참…….) 저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어서 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불안해하는 제가 걱정되신 모양인지, 이모네서 자고 와라, 택배가 와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마라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사건에 대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해서 얘기하니,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범행의 열악한 수법을 들어 별로 위협적인 도둑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피해자가 범인보다 멍청해서 사고를 당합니까. 그래? 오히려 평소에 누가 절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며, 스토커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런 말이 더 기분이 나빴습니다.

CCTV를 망가뜨린 청년은 관리사무소에 자진신고를 했고, 그쪽 일은 알아서 잘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불안합니다. 그 청년이 제가 창 너머로 마주친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했거든요……. 절도범이건 강간범이건 스토커건 재범률이 높은 이상 안심할 수는 없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제 집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여자만 둘이라서 유사시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사촌 오라버니께서 어머니의 부탁으로 방범창을 달러 왔는데, 저는 방범창 위쪽을 보고 오싹했습니다.나사 두 개가 풀려 있었습니다. 사촌 오빠가 방범창을 흔들자 들썩 들썩 흔들렸습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도 뺀 찌로 방범창을 부러뜨리는 장면을 방송한 바 있으니 문단속 철저히 해야될 것 같습니다.

분명 범인은 그 시각 창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문고리 하나밖에 잠그지 않은 문을 내버려두고 굳이 창으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단순히 준비성이 부족했던 걸까요? 만에 하나 제가 그 때 깨어나지 않았으면 제가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었을까요……. 범인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해서 질렀지, 아님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어머니는 이번 일요일 바깥쪽에 방범창을 하나 더 달고, 문고리를 바꾸시기로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는 아파트 동에 도둑이 들었으니 조심하라고 방송을 하겠다고 합니다. 도둑질 당할 뻔 한 때에는 조용하던 옆집 개가 지금 짖으니 참 야속하기만 합니다.

CCTV를 파괴한 범인이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거치적거리는 게 있어서 부쉈답니다. 갓 군을 제대한 젊은 남자라고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그 사람을 잠정 범인으로 지목하고 계십니다.
부디 일요일까지는 별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한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한밤중에 문이 잠기지 않은 집을 찾아 들어가 연쇄살인을 하던 범인의 말.

'문이 잠겼다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는 뜻이잖아요.' 

[투고] Ichor님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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