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7년전, 동백꽃이 있던 그 집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9.03.07 12:00조회 수 508댓글 0

    • 글자 크기



 

그 집은 도시에 있는 단독 주택이었고,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 중에선 가장 크고 넓었고, 비싼 집이었어. 
보기에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집이었지. 마당에는 조그마한 텃밭도 있어서 도시에 살았지만 우리가 직접 가꾼 채소도 먹을 수 있었어. 상추나 고추같은 것들. 
마당엔 전 주인이 아파트로 가는 바람에 두고 간 진돗개가 있었고, 난 동물을 좋아해서 그 개를 꽤나 예뻐했어. 
마당에는 동백나무가 서너 그루있었는데, 꽃이 필때면 빨갛고 햐안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뻤어. (하지만 사람사는 집에 동백나무를 심는게 아니라는건 오랜 후에야 알았어) 
옥상도 있어서 가족끼리 여름이면 거기서 고기도 구워먹고 그랬지.

현관문앞에는 테라스 형식으로 되있고 마당을 내려다 보는 구조였어. 그 당시 아버지의 취미가 분재 가꾸기여서 거기엔 분재가 많았지.

상상만으로는, 또 내 기억 속의 겉모습 그대로는 아주 멋지고 행복한 그림같은 집이지.

 

나는 아직도 그 집에 처음 집구경을 하러 갔던 날을 기억해. 
분명 이맘때 쯤이었고, 더운 여름이었지. 방학이였고, 엄마 손을 꼭 잡고 그림같은 "우리 집"을 보러 갔던 날. 그 기억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첫 날부터가 좋지 못했어. 
원래 집주인이 다음 주인이 집을 보러오면 구경을 시켜주고 여기저기 설명도 하고 그러잖아? 우리도 그랬어. 
전 집주인 아저씨가 그 집에서 우릴 기다렸어. 아마 그 아저씨는 우리 가족이 그 집에 이사가기 전까지 그 집에서 혼자 살면서 집관리를 했던 걸로 기억해. 
그런데, 그 아저씨가 지내던 방의 벽면에는 부적이 가득 붙어있었어. 
집을 구경하고 돌아온 날 나와 엄마는 그 부적들을 화제에 올리면서 언짢아했지만.

나는 어린 나이에, 그저 어른들은 미신을 잘 믿으니까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고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어. 실제로 그저 액운을 쫓기위해 만드는 부적도 있으니까 오컬트랑은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았어. 그도 그럴게 집은 햇빛 가득 쏟아지는 예쁜 집이었거든. 또 객관적으로도 그 아저씨가 무서운게 있는 집에 남아서 살 이유는 없었고 엄마도 나도 그 일을 잊었지.

 

나는 지병도 없고, 딱히 아픈데도 없고 1년에 감기 한두번 걸리는게 다 일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어. 지금도 그래.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해봐도 아픈데라곤 없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야. 
하지만 나는 그 집에 있을때 유독 가위에 자주 눌리고 자주 앓았어.

이사한 뒤로 처음 한달정도는 좋은 집에 이사했단 생각때문인지,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안나는 건지는 몰라도 좋기만 했어.


그 무렵 나는 그 집에서 처음으로 가위란 것에 눌리기 시작했고, 밤이면 잠드는게 무서웠고, 그런 날이면 중학생인 나이에도 엄마 옆에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어. 하지만 엄마옆에 자면서도 가위는 어김없이 눌렸지.

잠자리를 바꿔도, 한약을 먹어도, 가위는 늘 눌렸어. 
증상은 심해져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도 듣고, 뒤에서 누군가가 노려보는 듯한 시선을 느낀 적도, 누군가 날 툭툭 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음에도 난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어.

다들 좋은 집에 이사와서 좋아하는데 내가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어. 
원래 사람이 체력적으로 약해지고 심적으로 불안할 때에 가위에 눌린다고 하잖아. 애가 성장하면서 이러나보다 하고 집안 식구들은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다 너가 자라는 중이라서 그래~ 크면 안그럴거야" 
이런식이라서.. 수긍하는 척하며 그저 나 혼자 속으로 앓기만 했어.

워낙 기이한 일이 많이 일어난 집이고, 시간이 많이 지난 후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가지 이야기를 해볼게.

그 중 하나는 우리집 강아지와 관련이 있어. 
그 집에 살때 데려온 강아진데 여전히 키우고 있어. 흔한 종인 요크셔테리어고 집안에서 키웠어. 순하고 사람을 잘따라.

그 집에는 세개의 방이 있었는데, 안방과 내방 그리고 오빠방이 있었어. 원래 오빠방이었지만 오빠가 군대에 가면서 안입는 옷이나 쓸일이 적은 물건들을 정리해둔 방이었고,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방이 있었어. 항상 문이 닫혀있고 불이 꺼져있는 그런 방이었지.

그런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컴퓨터를 하며 혼자 집을 보는데, 강아지가 
굳게 닫힌 그 방문 앞에서 너무나 위협적으로 짖기 시작했어.

올게 왔구나... 
워낙 가위를 눌리니까 그런 쪽으로 밖엔 생각이 안되더라구.

하지만 너무나 궁금했어, 왜 그런 호기심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난 정말 그 방문을 열어야만 했어. 열고 싶었고. 
난 강아지가 그렇게 짖는 모습을 본적이 없는데다가, 정말 뭔가 있는거라면 이사라도 가자고 할 심산으로 그 방문을 열었던거 같아.

문고리를 돌리고 힘을 주자, 평소에 누군가 지내지 않고 드나들지 않아서 그런지 냉한 기운이 느껴졌어..

 

"끼익 - "

소리가 나자마자 
강아지가 그 방안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어가서는

 허공에 대고 미친듯이 짖었어.

아무것도 없었어. 그저 적막했는데.. 강아지는 정말로 허공을 응시하며 짖었어 
마치 거기에 "뭔가"가 있는것처럼.

벌레가 있는것도 아니었고 무언가 물건이 넘어져있는 것도 아니었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

그러다 강아지가 깨갱 소리를 내며 넘어졌어.. 
누군가 밀치거나 때린것처럼 넘어져서는 그 와중에도 그 방향을 보며 짖었어.

흥분한 강아지를 안아올려서 도망치듯 나와서, 엄마가 올때까지 나는 마당에 앉아서 부들부들 떨었어.

 

 


나머지 하나는 내가 눌린 가위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고 위험했던 가위야.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었어. 거실 바닥에는 도톰한 카펫이 깔렸지. 카펫은 
거실 중에서도 안방에 가깝게 깔렸어.

그날 나는 내방에서 잠들었어. 항상 엄마옆에서 잤는데 그 날만은 그러지 않았어. 왜였는지는 잘모르겠다.

한참 자는데 문득 어슴푸레 잠이 깼어. 깊은 밤이었지.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었길래 이불을 다시 옳게 고쳐 덮고 다시 눈을 감았지.


가위에 많이 눌려 보면 알거야.

가위에 눌리기 직전에 느껴. "아.. 가위 눌린다..!" 하는 느낌.

나도 그때 느꼈어. 익숙하고 무서운 느낌. 
정말로 가위가 눌렸고, 또 깨기위해 노력했어.


보통때에는 발가락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며 깨곤 했는데 
그날은 그게 마치 사투라도 되듯 힘들었어.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는거야. 숨이 차고 온몸이 눌리는게 너무 힘들었어.

시간적으로는 얼마나 됐을지 몰라도 나에겐 정말 1초가 몇백분은 되는것처럼 끔찍하고 무서웠어.

얼마나 지났을까 난 드디어 가위에서 깼어. 
하지만 그 영향때문인지 몸이 너무나 무겁고 아픈데도 기어서 방을 나갔어. 
눈도 잘 떠지지 않았는데 그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앞도 제대로 못보면서도

엄마한테 가고 싶었어. 
그 방에서 혼자 잘 수가 없었던거야.

아기가 기어가는 것처럼 두손 두 무릎으로 기어서 거실을 가로질렀어.

손끝에 거실 바닥에 깔린 카펫자락이 만져졌어. 
도톰하고 부드러운 촉감. 분명 카펫자락이었어. 
그리고 끝자락이 만져졌어. 그 왜... 있잖아 사각형의 꼭지부분 ㄱ 자 모양의.

'카펫 끝이다! 이 앞이 안방이야!'

하고 손을 뻗어서 문고리를 잡았어.

너무나도 반가워서 눈물이 나더라.

"달칵"


하고 문고리를 돌려열고 눈을 떴는데

 

 

 

 

 

 

 

 

무거운 힘이 날 눌러서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나는 내 방 문을 열고 내 방을 마주하고 있었어.

내 눈앞의 내방이 얼마나 을씨년스럽고 소름돋게 느껴졌는지 몰라.

 

땀이 비오듯하고 눈물 범벅이 되서 안방에 뛰어갔던걸로 기억해.

그 뒤로 집안 식구들이 내가 정말로 가위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알아줬고, 
그 집에서의 생활은 1년만에 끝났어. 이사한거지.

 

왜냐면 그 집에 살면서 아빠의 사업에도 문제가 생겼고, 엄마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고, 두분 사이가 나빠지면서 이혼까지 하셨거든.

 


그리고 당시의 내 방은 첫날 인상깊게 보았던, 전 집주인 아저씨가 부적으로 도배를 해두었던 그 방이었어.

 

유독 나만이 그런 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도 아빠나 엄마에게 그 얘길하면 별로 썩 믿어주진 않는것 같지만 그 집에 살며 좋은 기억보단 나쁜 기억이 많았다는데에는 다들 동감해.

 

 

그 집에서 지금사는 이집으로 이사한 뒤로는 
단 한번도 가위에 눌린적이 없어. 낯선 여자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누군가 나를 보는 시선도 느끼지 않아. 누군가 나를 툭 치는 듯한 느낌도 받지 않아. 
강아지도 이 집에선 그런적이 없고.

지금도 그 집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곤해.

이야기가 두서없지만 유독 "그런"집이 있다는데에선 공감해. 
내가 "그런" 일을 겪었으니까.

  



    • 글자 크기
원자력병원 (by 전이만갑오개혁) 원자력병원 (by 전이만갑오개혁)
댓글 0

댓글 달기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