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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리조트 아르바이트 -2-

Double2022.09.14 03:23조회 수 2722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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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니, 문 밖에서 미사키가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식욕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셋 다 아침을 거르면 아주머니와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 할 것 같아서, 너무 안색이 창백했던 B만 방에서 쉬도록 놔두고 A와 둘이서 연회실로 향했다. 


"미사키한테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할테니까 나중에 먹어라." 방문을 나오면서 B를 향해 A가 말했다. 


"응, 야, 나 니 노트북좀 쓸게. 뭐 좀 찾아보고 싶은게 있어서."라며 B는 컴퓨터를 기동하였고 우리는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 문을 열자, 아주머니와 아저씨, 미사키가 먼저 앉아 있었고, 아주머니는 들어오는 우리를 보더니, 내 발쪽을 한번 보고는 미소를 듬뿍 지으며 물었다. 


"잘 잤어?" 


항상 듣는 아침 인사지만, 마치 어제의 일을 다 알고 있는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태연한 얼굴로, B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미사키에게 나중에 주먹밥 몇 개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하는동안 아주머니는 계속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아저씨와 미사키도 그 이상한 공기를 눈치채고 흘끔흘끔 보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못 이긴 우리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도중에 식사를 마쳤다. 


모두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일분 일초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기 위해서 방으로 B를 부르러 나갔다. 


방문 앞까지 오니, 방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보니 B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B의 통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예, 꼭 오늘 부탁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오후까지는 갈테니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B는 오늘 가야할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별로 뭔가를 묻고싶은 기분도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B를 데리고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에 돌아오자, 미사키와 아주머니가 밥상을 치우고 있었다. 


미사키는 B를 보자, "아, 금방 주먹밥 만들건데..." 라며 진심으로 B를 걱정 해 주었고, 아주머니는 상 위를 행주로 훔치고는 우리를 향해 앉았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 보았고, 나는 마음을 다잡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멋대로 결정해서 정말 죄송한데, 저희 셋 다 오늘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고, A와 B도 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마치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 


한참 후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고, 


"그래, 할 수 없지 뭐... 이놈들, 처음부터 끝까지 속만 썩이고 가네!!" 


라며 다시금 편안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급료와, 묵었던 방은 다시 깨끗이 청소만 해 주면 된다면서, 아무도 왜 그만 두는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우리는 안도했다. 


짐은 어젯밤에 미리 싸 두었기 때문에 청소를 끝마치고 각자의 짐을 들고는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러 연회실로 갔다. 


연회실 안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침울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는 미사키가 보였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서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멋대로 그만 두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아니야, 도와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이거 적지만 받아." 라고 하며 우리에게 봉투와,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세 개씩 건네 주었다. 


급료와 함께, 오마모리도 함께 넣었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봉투는 생각보다 두꺼워서 급료를 많이 챙겨 주신것 같았다. 


그리고는 미사키가 조심해서 가라며 랩에다가 싼 주먹밥을 건네 주었고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얼굴로 우리 셋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섭섭해 지는걸 보면, 어젯밤에 죽을 뻔 한것 치고는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가 집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저씨가 역까지 바래다 준다고 하였지만 B가 거절했다. 


A와B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을때, 나는 잠깐 집쪽을 돌아보았다. 


나무에 가려 겨우 옆쪽 벽에 어제의 문이 보였고, 문이 약간 열려 있는것 처럼 보여서 금방 얼굴을 돌렸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탔고, 일주일 정도 지냈던 집이 악몽같은 기억과 함께 뒤쪽으로 멀어졌다. 


조금 달리자, 갑자기 B가 택시 기사에게 역 대신에 이곳으로 가 달라며 메모를 건넸고, 기사는 꽤 먼 곳인데, 괜찮냐며 물어왔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B를 쳐다 보았고, B는 결연한 얼굴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쪽을 보고, "너희들이랑 꼭 가야할데가 있어서 그래." 라고 한마디만 했다. 


A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보았던 B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택시가 한참을 달렸을때, 택시기사가 미러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뒷 차... 학생들 아는 사람이야?"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아저씨가 자신의 경트럭을 타고 따라 오고 있었고, 우리가 뒤를 돌아보자, 경적을 울리면서 손을 흔들었다. 


놀라서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평소에 자상했던 아저씨 였기에, 혹시 우리가 놔두고 온 물건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택시를 멈춰달라고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택시 뒤에 트럭을 대고 아저씨도 내려왔고,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대로 가면 안된다!!" 


"안가요, 이 상태로 갈 리가 있겠어요?" 머뭇거리는 우리와 달리,B는 아저씨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A와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갑자기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 거기에 갔지?"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걸까...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라고 대답하는것도 힘이들었다.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대로 가면 그것들이 데려가 버릴꺼야. 정말, 왜 그런데를 간거냐? 뭐... 우리가 미리 말을 안한 잘못도 있지만..." 


다른 말은 들리질 않았다. 


응? 


데려가 버린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지금 집으로만 가면, 다시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안해져서 A를 보았다. A는 나보다 더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눈길을 돌려 B를 보았다. 


B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인터넷에서 용한 무당을 찾았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믿을수가 없었다. 


역시 나에게 뭔가가 씌인 것일까? 


난 죽는걸까? 


지금 이 분위기는 내가 죽는 분위긴데? 


왜 그런곳엘 갔느냐고? 그런 곳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주던지, 문을 잠궈 놓든지 할것이지. 


참고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은 B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무당이라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B에게 물었다. 


"예."B가 대답했다. 


"너... 보이는구나?"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B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 하기 싫은데..." B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B의 멱살을 잡았다. 


"너 아침부터 뭐냐!?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B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멱살이 잡힌채로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그만해라, 니들은 아직 안보여서 그래. 지금 가장 위험한건 사실 B이다." 


아저씨가 중간에 끼어서 우리를 말렸다. 


"아까부터 보이네 마네 하는 말이 무슨말인데요!?" 


화가 난 채로 아저씨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검은색 이라는 것 밖에는..." 이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너희들, 무당에게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아저씨는 B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게다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엄청 빠를거다." 


빠르다는둥 보인다는둥... 나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단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들은 B는 무릎에서부터 무너지는듯이 쓰러져서 웅크리고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 쓰는 울음이었다. 


나와 A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를 보내 버렸다. 


"내가 왜 너희들을 쫒아 왔겠냐... 이 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빨리 차에 타거라.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고, 더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했다."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말에 밀려서 우리는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주체를 하지 못하는 B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앞좌석에 태우고는 우리는 뒤쪽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에 사람이 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A와 나는 어디로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새에 도착 하였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마당 뒷쪽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쪽으로 돌계단이 쭉 놓여 있는것이 보였다. 


 *주: 토리이(鳥居)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아저씨를 따라서 집의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여자였지만, 눈 사이의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 안은 부엌이나 방이 없었고, 다다미 바닥이 깔린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위에 스님이 한명,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명, 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중년 남자가 "재앙..." 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스님앞에 나란히 앉았고, 방 안에 있던 세명도 우리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 간 것은 이놈이오?" 노인이 B를 가르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올라간건 ㅇㅇ(내 이름)이고, 그놈은 밑에서 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 하더니, B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이런 경험을 전에도 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B가 힘없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스님은 탄식과 함께 말을 흐렸다. 


"... 저는..." B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 죽는겁니까...?" B의 몸은 가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겠죠... 이대로라면... 확실히" 


B는 영혼이 빠져 나간듯이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바닥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은 그곳에 갔을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엔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한 숨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닌것'의 존재를 귀로 느꼈고 B군은 눈으로 느낀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조용히, 몰래 숨어 있는것 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씩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스님은 세상이 끝난것 같은 분위기의 우리를 한번 슥 쳐다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금 이안에서는 B군에게도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것들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도 없는 일이니, 별당으로 가서 그것들을 떼어내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따라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셋 다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꼭 살려 줄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우리는 몸이 떨려서 인지, 그 말에 위안을 얻어서 인지, 이상한 박자로 목을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니, 온 몸을 짊어지고 겨우 한발짝씩 돌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절로 들어가지는 않고, 절을 끼고 산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토리이가 하나 더 나왔고, 또 돌계단이 만들어 져 있었다. 


"B군, 지금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토리이 밑을 지나면서 스님이 B에게 물었다. 


"두 다리로 서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B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돌계단의 끝까지 다 오르고 나자, 낡고 조그만 별당이 있었다. 


스님은 그 별당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우리 셋은 스님앞에 나란히 섰다. 


스님이 의식에 관한 설명을 시작 했는데, 정리를 하자면 


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 


이 안에서는 빛이 없어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먹어서도, 마셔서도, 잠을 청해서도 안 될것. 


용변은 이 포대기 속에다 해결할 것. 


이라며, 쌀포대기 같은것을 건네 주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라이터등 빛을 내는 물건들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대나무로 만든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한모금씩 마시게 하고, 남은 물은 우리의 몸에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별당의 문을 열어 우리에게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별당에 발을 들였던 B가 한발짝 들여 놓자 마자 갑자기 입을 감싸고 밖으로 튀어 나와서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몹시 당황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방금 천수로 몸과 속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당의 결계에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옆의 노인들과 뭔가 급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스님은 B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아 괴로워 하는 B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급료요, 급료밖에 가지고 온건 없는데..." 라고 하며 바지 주머니에 꼬불쳐 넣어 두었던 돈봉투를 내었고, 뒤따라 A가 자신의 것과 B의 호주머니 속에서 B의것까지 찾아서 내밀었다. 


돈봉투 속을 찾아봐도 별다른건 없었다. 


하지만, 뒤지다 보니 아주머니가 건네주었던 작은 주머니가 떠올랐고, 아주머니가 손수 천으로 만들어준 주머니 세개를 찾아내서 스님에게 건넸다. 


"이...이건..."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본 스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못볼걸 본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의 속이 보이도록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손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내 무릎의 상처에 박혀있던 그 손톱과 똑같은 붉은색과 때가낀 흰색의 낯익은 손톱... 


그걸 본 B는 또다시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A와 나도 더이상은 참지못하고 구역질을 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있던 스님도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토악질과 헛구역질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때, 우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맡기고, 별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문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 본당에 있을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누구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은 별당의 문을 닫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별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절대로 안됩니다." 


스님은 뱃속에 든것을 다 비우고, 창백한 얼굴로 있는대로 겁에 질려있는 우리를 약간 못 미더운듯이 쳐다보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방금 말한 이것들을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별당안은 서늘했다. 


실제로 여기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겨우 하룻밤 정도는 버틸 수 있을것 같았다. 


건물 자체는 꽤 낡고, 벽에는 곳곳에 틈새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작은 것이지만... 

아직 대낮인지라 밖의 빛이 그 틈새로부터 들어와, A와 B의 얼굴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얼굴이 보인다해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괜찮다」라고 하는 의미를 담고 내가 수긍하면, A도 B도 수긍해 돌려주었다. 


잠시 후에, 서로 얼굴을 보는 횟수도 적어져,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것도 답답하지만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은, 단지 망연하게 그 자리에 있을 수 밖에 할 수 없었다. 


꾀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느꼈지만 아직 밖은 밝았다. 

그러자 A가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냈다. 


뭘하는가 싶어 너무 큰 소리를 내기 전에 멈추게하려고 A쪽을 돌아보니, A는 손에 든 종이와 펜을 우리들에 보였다. 


이 녀석은 스님의 말을 듣지 않고 몰래 펜을 감춰 들고 온것이었다. 


 그리고 종이는 껌의 포장지였다.뭐 메모 용지를 가지고 있을리 없는  우리들이니, 필시 그것 밖에 생각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녀석 뭐 하는거야..) 


한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극한으로 불안해지고 있기도 했기에, A가 취한 행동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하나의 빛이랄까? 능숙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어쨌든 몹시 안심이 된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A는 우선 먼저 종이에 글시를 써 나에게 건네줬다. 


"다들 괜찮은거야?" 


나는 A에게 펜을 받아, 가능한 작고 빈틈없이 썼다. 


"나는 아직 괜찮아, B는?" 


그리고 B에게 종이와 펜을 전달했다. 


"나는 지금은 태연해. 아무것도 안보이고 들리지도 않아" 


그리고 A에게 종이와 펜이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필담이 시작되었다. 


A"남은 껌 4개.겉포장종이와 은박 종이가 8장..글씨를 작게 쓰자" 


나"OK. 밤이되면 할 수 없을테니 지금 말하자" 


B"알았어" 


A"지금 몇시정도지?" 


나"몰라" 


B"5시정도?" 


A”여기 온 것 1시 정도였어” 


나”그럼 4시 정도인가?” 


B” 아직 3시간인가?” 


A”긴데...” 


이런 식으로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서 1장째가 끝났다. 

그러자 A가 썼다. 


A”00글씨가 크다” 

나는 사과했다. 


그러자 A가 나에게 펜을 건네주었기 때문에, 

나”배가 고파” 


라고 쓰고 B에 건네주었다. 

그리고 B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A에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A는 


A”나도” 

라고 쓰고 나에게 건네줬다. 


그토록 불안했는데 , 막상 이야기하게 되니 모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해가 지기 전에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썼다. 


나”무슨일이 있어도, 끝까지 힘내자” 

B”응” 


A”나 소리지르면 어떡하지?” 

나”아무거나 입에 쑤셔넣어” 


B”넣을만한거 암것도 없어” 

A”옷을 벗어 둘까” 


나”아무일도 없을거야, 그렇게 믿자” 

B는 나가 쓴 말에는 노 코멘트였다. 


나도 쓴 뒤,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스님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지금부터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예상하고 있는 말투로 우리들에 얼마든지 충고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은, 한시라도 빨리 시간이 가길 바라는 한편, 진짜 사실은, 밤을 맞이하는 것이 몹시 무서웠다. 


밤만이 아닌, 그 때 그 순간도, 사실은 무서워서 어쩔줄 몰랐다. 

단 하나의 위로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뿐.. 


나의 한마디로 분위기가 단번에 무거워졌다. 

나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하려고, B가 가지고 있던 종이와 펜을 받아, 

나”아무말이라도해. 시간 아까워” 

라고 쓰고 A에 건네주어 책임을 떠 넘겼다 


A는 일순간 곤혹스러워했지만, 잠시 생각후 글을써, 나에게 건네줬다. 

A”자, 집에 가면 뭐할까?” 

나”좋다.나는 우선 대여점에 가야해” 

B”거긴왜?” 

나”DVD 반납 연체됐어” 

A”몇일이나?!” 


뭐 거짓말이었다.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으니까 뭐든지 적당하게 썼다. 

그 결과, 분위기는 아주 조금이지만 나아져, A도 B도 각각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를 썼다.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우리들은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의 종이도 적게 되었을 무렵, B는 이 말을 종이에 썼다. 

B”나는 스님에 말한거 반드시 지킬거야.죽고 싶지 않아” 


나도 A도, 마지막 말을 응시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태어나 이토록 간절하게 말한 적은 없다. 

분명 A도 그럴 것이다. 


죽는다고 생각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금 눈앞에서 진심으로 말하는 녀석이 있다. 

그 사실이 몹시 충격적이었다. 


나는 B의 눈을 응시하며 수긍했다 

그 다음은 특별히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고독감은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우리들은 해가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매미 울음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서서히 귀가 익숙해져서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들었다 

귀를 귀울여보니 뭔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한층 더 귀를 귀울이자, 점점 그 소리가 클리어로 들리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확신했다. 


그때 그 숨소리라고... 

B를 보았다.어슴푸레해서 알기 힘들었지만, B가 눈치챈듯한 기색은 없었다. 

B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B가 숨소리에 대해 말했었나? 

혹시 그 소리는  들은적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눈치채지 못한 것뿐인가?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경직되는 나의 모습을 눈치챈 B가,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둘러 보기 시작했다. 

이 상황속에서, 신경이 과민해지지 않을 수 가 없었다.나의 이변을 곧 눈치챘다. 


그러자, B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나의 어깨 너머를 곧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흰**가 단번에 커져 눈을 크게 뜬것을 알았다. 


A도 B의 모습을 알아차려, B가 보고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 숨소리만은 귀에 들려온다. 


그것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움직이지 않고, 단지 거기서 「후~웃!, 후~웃!」하고 있었다. 


당분간 경직 상태가 계속 되고, 이번은 우리들이 있는 별당 주위를, 질~질~ 무엇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A는 이 소리가 들렸는지 , 갑자기 나의 팔을 잡았다. 

그 소리는, 별당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 점차 호흡음이 「끄윽 ·끄엑.」하는 무엇인가 정체의 모르는 소리를 품게 되었다. 


나에게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지만, 그것이 천천히 별당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은 알았다. 

A의 팔로부터 심장의 소리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B를 확인할 여유가 없었지만, 굳어져 있었을 것이다. 

전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었다. 

부탁이니 사라져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고작 몇분이었을 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fms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니, 별당안은 깜깜하고, 거의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태였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그 소리는, 사라졌다. 


공포의 해일이 지나갔는지, 그렇지 않으면 아직 주위에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퍼지는 깊은 어둠이, 또 다른 공포를 데려 왔다. 

집중해 보아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있어?」 「괜찮아?」하고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A가 계속 나의 팔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때 엄청나게 B가 걱정이 되었다. 

B는 확실히 뭔가를 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B를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내 팔을 잡고있는 A의 손을 왼손으로 옮겨 잡고, A를 데리고 B가 있던 쪽으로 살금 살금 걸어갔다. 


될 수 있는한 소리가 나지 않게, 그리고 A가 놀라지 않게.. 

너무 캄캄해서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패닉상태가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있을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왼손에 A의 팔을 쥔채로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좌우를 천천히 저으며 나아갔다. 


그러자 손가락 끝이 갑자기 단단한것에 닿아 심장이 쿵 하고 소리를 냈다. 


손에 닿은 그것은 감촉으로 보아 벽이라는것을 알았다. 

이상하다. B가 있던 곳으로 왔는데 B가 없다. 


나는 초조해졌다. 

한번더 다른 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그러나 또 벽에 닿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울것만 같았다. 

「B어디야」이 한마디를 몇번이나 삼켰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내내 서 있던 채로 A의 팔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자, 이번은 A가 나의 팔을 잡아, 살금살금 걷기 시작했다. 


우선, A는 벽 옆까지 가면, 잡은 나의 팔을 벽에 손대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벽가를 이동해, 모퉁이에 도착하면 진로를 바꾸어 또 벽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갈 때에, 앞서걷던 A가 탁 멈추었다.그리고, 나의 팔을 쭉 당겨서, 무엇인가 따뜻한 것을 만지게 했다. 


그것은, 조금씩 떨리는 사람의 감촉이었다. 

B를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곧, (이것이 정말로 B일까?)하는 의문이 싹텄다. 


잘 생각하면 A도 그렇다.훨씬 가까이에 있었지만, 정말 나의 팔을 잡고 있는 것은 A인가? 

나는 어두운 곳의 탓으로, 완전하게 의심의 도가니탕에 빠져 있었다. 


내가 아무말 없이 있자, A는 또 나의 팔을 잡아, 슬금슬금 걷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따라 갔다. 


그러자, 아주 근소하지만, 시야에 빛이 보이게 되었다 

신기하게 여기고 있노라니, 방에 있는 틈새로 약간의 달빛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A는 거기에 우리들을 데리고 가려 했던거라고 생각했다. 


왜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두운 곳에 눈이 익숙해진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공포때문에 보이지 않은것도 아니었다. 

정말 깜깜했다. 


어쨋든, 그 때 나는 그 빛ㅇ르 보고 마음속으로 부터 구원받은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A에 감사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A 「나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어.어쩐지 질질 끌고 있는 소리는 들린것같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너희들보다는 여유가 있었는지도...」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빛의 아래로 오니, A의 반대쪽 손에 B의 팔이 잡혀 있는게 보였다. 

달빛으로 보인 B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흠뻑 젖고 있었다. 

무엇이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물을 수 도 없었다. 

밤은 낮과 달리, 몹시 조용하고, 먼 곳에서 방울 벌레가 울고 있었다. 

우리들은 당분간 거기서 가만히 있었다. 


부끄럽지만, 3명이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정확히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았다. 

그 형태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형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록 얼마 안되는 빛이지만, 상대의 모습이 거기서 확인 가능한것만으로 딴 세상같이 느껴졌다. 


당분간 그러고 있자, 드디어 예상하던 일이 일어났다. 


출처 : DC inside 공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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