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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주 탐사

Lkkkll2022.09.20 04:38조회 수 161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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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주탐사 


[1]

초광속 우주탐사선 '어스'의 추진장치가 불을 뿜어낸다. 굉장한 소음과 함께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본다. 지구로부터 몇십만 광년이나 떨어진 정체불명의 행성에서 나는 떠나가는 우주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버려졌다. 혹시라도 되돌아오진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에 한줄기 희망을 걸어보았지만 우주선은 기어코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삼켰다. 우주복에 남아있는 산소는 앞으로 길어야 30시간이다. 유일한 무기인 음파충격기도 충전잔량 부족으로 꺼지기 일보 직전이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탐사의 목표는 외계생명체의 발견이었다. 우주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계가 있는데 은하계엔 다시 수천억개의 태양계가 있고, 그 헤아릴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태양계들 중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 더 정확하겐 그 행성에 사는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이 '어스'의 목표였다.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기엔 내 생각에도 우주가 너무 넓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초광속 이동을 8번쯤 하자 우린 지구에서 70만광년이나 떨어진 새로운 은하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년이었는데 만약 그 안에 어떤 생물체든 발견하기만 한다면 우린 약속된 보수 외에도 엄청난 성과금을 지급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출발한지 3개월쯤 지났을 무렵 뭔가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자 승무원 하나가 실종된 것이었다. 초광속 이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인 헬륨24를 가득 채운 덕분에 실제 우주선의 크기에 비해 우리가 이동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미미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실종되다니. 우주선 밖으로 버려진 것이 아니고서야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지구에서 70만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우주의 미아가 되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바보가 아닌이상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후 우주로 흘려보내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주선의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오직 나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비행사들은 우주선의 각 부분을 하나씩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데 출입구의 개폐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나였다. 사소한 것에 책임자를 두어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언데 우주선의 출입구는 오직 내 동공에만 반응하도록 설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설정을 바꾸기 위해선 3명 이상의 비행사들의 지문인식이 필요했다.  

나는 순식간에 살인용의자가 되었고, 내 수면실에서 그 여자 승무원의 속옷이 발견되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그 여승무원과 난 연인사이였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독방에 갇혀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던 내가 풀려난 것은 6개월 후였다. 우주선의 사소한 고장으로 기계실에 들어갔던 이들이 동력장치에 빨려들어가 몸의 절반이 사라진 채 숨져있는 여승무원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금방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을 무고한 사람의 6개월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독방에서 나온 나는 독기에 차서 모든 승무원들에게 저주를 퍼부어댔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정도의 욕설을 지껄이기도 했지만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난 지구에 돌아가면 모두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절대 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3개월이 지났다. 우린 아주 운이 좋게도 생명 반응이 체크되는 한 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몇몇 탐사대원들이 우주복을 입은 채 행성으로 내려왔다.

내가 가장 먼저 내려왔는데 땅에 발을 딛자마자 우주선의 추진 로켓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눈앞에서 영영 떠나버렸다. 그러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날 버린 것이다. 멀어져가는 우주선의 꽁무니에 음파충격기를 마구 쏘아 댔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어떤 손상도 입힐 수 없었다. 몇번 쏘지도 않았는데 전지가 꺼질듯이 위태롭게 깜빡이고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난 이내 사막처럼 황량한 행성을 걷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는 것이 억울했지만 어차피 죽을 거라면 관광이나 하다가 죽을 요량이었다. 해가 뜨진 않았지만 행성 자체에서 발광을 하는지 주변은 대낮처럼 환했다. 게다가 자체 발광을 하는 행성 치고는 온도가 너무 낮았다. 우주복의 전자 온도계를 보니 영하 50도였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거나 눈이 내린다거나 하진 않았고, 우주복 덕분에 한기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사방이 온통 모래뿐인 황량한 행성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괴상한 모양의 나무가 많았다. 지구의 나무가 뾰족한 가지와 굵은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곳의 나무는 마치 달팽이처럼 둥글게 휘어진 모양이었다. 곳곳에 열매로 보이는 시커먼 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산소가 떨어지기 전에 한번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괴행성의 열매 정도는 먹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우주선에서 확인했던 생명반응은 이 나무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열매를 따서 우주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내딛으려는 찰나 나는 발치에서 뭔가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의아해하며 집어들자 놀랍게도 그것은 숟가락이었다. 

어째서 이런곳에 숟가락이 있는거지? 내 의문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지축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진 난 지진이라도 일어났는가 싶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것보다 좋지 않았다.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 곧 엄청나게 커다란 뭔가가 모래를 파헤치고 지면으로 올라왔다. 납작한 얼굴과 벌레의 주둥이를 연상시키는 뾰족한 턱, 마치 그것은 지네와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다만 크기가 10미터도 넘는 거대한 지네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다는 듯 굉장한 기세로 달려드는 녀석에게 난 본능적으로 괴성을 내지르며 음파충격기를 쏘아댔다. 효과가 있었는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녀석은 엄청난 고주파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산산히 터져버렸다. 나는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위태롭게 깜빡거리던 음파충격기는 이번 일전으로 전지가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지축이 흔들리며 이번에는 수십마리의 거대지네가 모래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2]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기에 난 본능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되는 혹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우주복의 중력 조절장치를 최대치로 높히자 난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덕분에 지네괴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자체산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덕분에 이제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5시간 정도였다. 호흡곤란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치느니 차라리 지네에게 잡혀먹히는게 어쩌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팽팽했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배가 고팠다.

그러나 나는 다시 광활한 행성을 떠돌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이 전부였다. 정말 이상한 건 이 괴상한 행성 곳곳에서 얘기치 않은 문명의 이기가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숟가락을 찾은 것은 둘째치고, 깨진 유리조각,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플라스틱류의 조각난 판자들에서부터 찢어진 천조각까지. 하나하나 열거하지면 끝이 없을 정도였다. 천지사방이 온통 모래뿐인 이곳에서 어떻게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낡은 정도로 봤을 때 모두 2,30년은 족히 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미스테리를 풀기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남은 산소로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길어야 30분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잠시후 내가 입고 있는 우주복이 찢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주복의 내구력을 고려하지 않고 중력조절장치를 최대치로 올린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주복이 찢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우주복 내에 자체 산소가 남아 있더라도 찢어진 곳을 통해 모두 새어나가 버리기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난 죽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은 이 행성에 공기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즉시 우주헬멧을 벗었다. 처음엔 공기가 희박한 산꼭대기에 오른 것 처럼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곧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자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당면해 있었다. 우주선에서 내려오기 전부터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것이다.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우주복에 보관하고 있던 괴열매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난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숨을 쉴 수 있다면 먹을수도 있을 것이다. 난 열매를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과일맛이 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마치 맛없는 육류맛이 났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음식 타박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거나 나름데로는 배가 불렀다. 어떻게든 살아갈 의지만 있다면 이곳에서도 그럭저럭 살아갈 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멧을 벗자 엄청난 한기가 우주복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얼어죽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래를 파서 몸을 뭍었다. 모래의 방한기능은 정말 탁월한 것이었다. 마치 두꺼운 솜이불을 덮은 것 처럼 아늑했다.

나는 다음날부터 행성을 돌아다니며 쓸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발품을 팔고 내가 얻은 것은 찌그러진 금속 판자였는데 도대체 뭘로 만들었는지 경도가 믿을 수 없을만큼 단단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금속보다도 튼튼했다. 나는 어떤 힘이 이 판자를 지끄러트린 것인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지네괴물을 만났을 때 방패로 활용하면 될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이 괴상한 행성에 완전히 적응을 할 수 있었다. 배가 고프면 열매를 따먹었고, 졸리면 모래를 덮고 잠을 잤다. 괴열매엔 특별한 영양소가 있는지 나는 키가 크면서, 동시에 힘도 굉장히 강해졌다. 그게 어느정도냐 하면 며칠전 발견했던 금속판자를 양손으로 잡아 구부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 점점 강해졌다. 나중엔 지네괴물과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말았다. 더이상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시간은 쉬지않고 흘렀다. 해가 뜨지 않아 몇날 며칠이 지났는지 알 방법은 없었지만 하여튼 굉장히 오랜시간이 흐른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지구가 그리웠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지구로 단 하루만 돌아갈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너무나 깊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매일같이 흐느껴 울었다. 그러던 어느날 꿈에 그리던 우주선 한대가 내가 갇혀버린 이 행성에 착륙했다. 어쩌면 '어스'의 비행사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고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곧 몇몇 우주복을 입은 자들이 빛을 따라 내려왔고, 어찌됐건 그건 바로 내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모래를 덮어 추위를 피하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모래를 파헤치고 지면으로 기어올라왔다. 멀리 보이는 우주선엔 '어스II'라고 씌여 있었다. 그들은 바로 지구인이었던 것이다. 내가 반가워하는 것을 보고 우주복을 입은 자들이 음파충격기를 뽑아 날 향해 미친듯이 쏴대기 시작했다. 

[기록1]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 원시우주의 그것과 동일한 빅뱅(대폭발)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우주속의 전혀 새로운 우주가 탄생했다. 젤네스트 행성은 이 거대한 폭발의 작은 파편으로 태양과의 거리가 매우 이상적이며, 대기를 구성하는 각종 성분이 지구와 매우 흡사했다. 우연과 필연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탄생한 최초생명체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2000억년 동안 고등지적생명체인 뮤런이 된다. 젤네스트의 고등지적생명체인 뮤런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것을 과학기술로 실현할 수 있는 극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젤네스트 행성으로 수만년동안이나 우주를 떠돌던 작은 운석 하나가 떨어졌다. 

운석이 떨어진 곳에선 전혀 색다른 종류의 외계생명체가 번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번식은 굉장히 은밀했으며, 휘발유에 젖은 나무가 타는 것 처럼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6시간만에 자가수정을 마친 외계생명체는 27시간의 임신주기가 끝나는 즉시 한무더기의 알을 낳았고 그로부터 다시 3시간만에 알에서 부화되어 7일후엔 임신이 가능한 완전체로 성장했다. 뮤런들이 눈치를 챘을 땐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후였다. 생존력이 매우 강한 이 외계생명체는 알에서 직접 부화하거나 혹은 알을 섭취한 곤충, 파충류, 동물, 그 외의 생명체들의 몸에 기생하기 시작했다. 


[3]

음파충격기에 정통으로 노출된 나는 복부가 터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지만 순간 내 이성은 분노로 마비되었다. 나는 다른 생각은 할 것도 없이 가장 앞에 서 있던 한 녀석의 머리통을 물어뜯어낸 후 이빨로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잘려나간 몸통에서 피분수가 몰아쳤다.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피와 뇌수를 맛본 나는 광기에 휩쌓였다. 주저없이 머리통을 삼킨 후 땅에 쓰러져 경련을 일이키고 있는 몸통마저 한입에 삼켜 버렸다. 당황한 녀석들이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한놈도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다섯명을 먹어치우고 나니 포만감이 들었다. 달콤한 피맛을 음미하며 은근한 희열감에 젖어있던 난 소름끼치도록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한거지? 

쿠우우웅

그 순간 우주선으로부터 굉장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문이 열리며 거대한 광선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포신으로 환한 빛무리가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곧 우주선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나게 눈부신 빛의 기둥이 내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몸통은 순식간에 재가되어 사라졌고, 머리만이 남아 힘없이 모래밭을 나뒹굴었다. 잠시후 우주선에서 또 다시 한무리의 우주인들이 내려왔다. 그들 중 한명이 카메라로 내 머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이 행성에 버려졌을 때처럼 그들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문명의 이기에 놀라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괴열매를 발견한 그들은 그것이 마치 귀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 처럼 우주복의 휴대용 수거함에 조심스럽게 챙겨넣었다. 

곧이어 모래 속으로 몸을 은신하고 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지면으로 솟구쳐올랐다. 우주선의 광선포가 불을 뿜었지만 그것도 잠시 행성전체를 뒤덮은 엄청난 숫자의 지네괴물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에게 일일히 광선포를 날려댔다간 지구로 돌아갈 연료가 남아나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했다. 우주비행사들은 황급히 우주선에 오르려 했지만 가까스로 2명만이 복귀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지네괴물의 입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떠나가는 우주선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보고 있던 내 머리는 동작빠른 어느 지네 괴물의 입안에서 잘게 부숴졌다. 

[기록2]

최첨단 과학기술로 말미암아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있던 아름다운 젤네스트 행성은 손쓸 방법도 없이 순식간에 죽음의 별이 되고 말았다. 외계생명체에 감염된 곤충에 물린 뮤런인들까지 제2, 제3의 감염으로 이어지자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종족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뮤런인들도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살아남은 뮤런인들은 급기야 고향을 버리고 또 다른 행성을 찾아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는 절대온도의 광선으로 자신들의 행성을 뒤덮은 뮤런인들은 불타는 행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꿈에도 그 절대온도의 광선을 쏘이고도 살아남은 외계생명체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황무지가 되어버린 젤네스트 행성엔 외계생명체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백년이 흐르면서 젤네스트는 외계생명체가 주인인 전혀 새로운 행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뮤런들의 문명의 흔적은 행성 곳곳에 남아 있었다. 외계생명체는 절대온도의 광선으로 말미암아 생존수단을 잃게 됐지만 멸종하진 않았다. 도태라는 제3의 선택을 한 것이다. 즉, 같은 종족 중 열등한 부류를 잡아먹음으로써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번의 임신으로 대략 15마리의 개체가 번식을 한다. 그들은 8일안에 완전체로 성장하며 한마리의 희생으로 나머지 14마리가 약 한달간의 시간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번식, 도태, 생존의 고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에필로그]

"끔찍한 행성이군, 피해상황은?"

"9명이 죽었습니다."

"빌어먹을. 저것들은 도대체 뭡니까?"

가까스로 우주선에 복귀한 2명의 비행사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눈앞에서 동료들이 산채로 잡아먹히는 장면을 목격한 그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은듯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비행사 중 한명이 떨리는 손으로 소형 캠코더를 꺼내들었다. 비디오로 촬영한 영상을 재생시키자 끔찍한 지네괴물의 모습이 3차원 영상으로 허공에 나타났다. 모두가 눈쌀을 찌푸리며 동료가 잡아먹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지막 희생자의 처절한 비명소리로 재생이 끝나자 주위는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이밖의 다른 건 없나?"

"하나 더 있습니다."

비행사가 한결 안정된 목소리로 대답한 후 괴열매를 넣어두었던 수거함을 꺼내 뚜껑을 열자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수거함을 빠져나갔다. 깜짝놀란 비행사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것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한 여자승무원을 향해 무시무시하게 달려들었다. 그것이 여승무원을 덮치려는 찰나 어디선가 발사된 섬광이 작은 괴물의 몸을 명중시켰다. 산산히 터져나간 괴물의 파편은 여승무원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자 함장이 크게 소리쳤다.

"젠장, 어서 그녀를 의무실로 데려가."

의료담당을 맡고있는 승무원들이 잽싸게 그녀를 의무실로 옮기자 함장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누군가?"

"긴급한 상황이라..."

"우주선 내에서 발포는 금지사항인걸 모르나?"

"죄송합니다."

호통을 치긴 했지만 함장도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였기에 그 상황에서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한 승무원에게 더이상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모든게 잘 끝났기에 망정이지 만약 광선이 조타실의 어딘가에 맞기라도 했다면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함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9명이나 되는 비행사들이 죽어 더 이상은 탐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우주선의 방향을 지구로 선회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으로 그는 옷을 벗게될지도 몰랐다. 100년전 처음 탐사를 떠났던 '어스'의 함장은 고작 승무원 2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중요한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눈과 입을 통해 들어간 괴물의 체액으로 인해 여승무원이 외계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변이는 시작되었고 8일후엔 겉잡을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될 터였다. 우주선은 빠른 속도로 지구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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