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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친구와 낚시터에서

여고생2016.08.09 16:36조회 수 141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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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의 일이었어

아마 9월말에서 10월 초정도에 있던 일이야

낚시를 참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지

나는 낚시라고는 딱 한번 바다에서 쭈꾸미 낚시해본게 전부인 초보자였고

친구는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한달에 2번정도는 꼬박 꼬박 다녀서 그런지

어설프지만 포인트도 조금 볼줄 알고 매운탕도 만들줄 알고 또 집에 장비도 잔뜩 있는 녀석이었어

그 친구는 예전부터 어디 1박2일로 한번 놀다오자고 매일 같이 노래를 부르던 친구 였는데

서로 일 때문에 시간이 안맞아서 계속 미루다가 그날 정말 맘 딱! 먹고 가기로 했지

친구가 자기가 모두 준비해 놓을테니 나보곤 그냥 라면이랑 술이랑 고기만 조금 사고

차만 가지고 오라는거야

여행가기로 한 당일 아침 일찍 장보고 친구집앞으로 갔어

친구가 정말 이것저것 잔뜩 준비했더라고

낚시대부터 불판 가스버너 2인용 텐트랑 의자 침낭 핫팩 등등

내 차가 해치백이라 겨우 쑤셔넣고

목적지로 향했어 대충 말하자면 홍성 예산쪽에 있는 작은 댐이었는데

주변은 나무들로 가득했고 댐 특유의 물비린내가 잠깐 맡아지긴 했지만

금새 흙냄새와 풀냄새에 덮여버렸지

뭐 여기는 수심이 낮은 부분이 조금 있어서 여름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고 낚시꾼도 가끔 오는곳이었어

아무튼 아침일찍 달려서 그런지 점심 쯤 무사히 도착했지

친구가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포인트를 한창 찾더니

댐 코앞은 수심도 낮고 물살도 불규칙적이라 별로라더니

댐에서 50~70m 떨어진 위치가 딱 좋다는거야 적당히 물풀도 있고

뭐 낚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내가 봐도 자리가 상당히 그럴싸 해보이긴 했어

뒤에는 큼지막한 나무가 아쉽지 않을 만큼 그늘도 만들어줬고

또 전에 누군가 낚시를 했었는지 물길도 만들어놓고 땅도 골라져있고 이미 텐트칠 자리도 대충 만들어져있더라고

텐트를 펼치고 고기구울 화로도 만들고 날씨는 화창한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비가올 정도로 어둑하지도 않았어 그냥 적당히 흐려서

햇볕도 안따갑고 좋더라고

대충 짐정리 및 세팅을 해놓고 친구가 낚시대를 건내주더군

나야 뭐 낚시에 취미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마땅히 할것도 없으니

일단 낚시를 시작했지 뭐 딱히 잡히는건 없었지만 친구랑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술술 가더라고

단둘이 적막한 곳에 있어서 그런가 맨정신인데 불구하고 이것저건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갔지

한 서너시간 지났을까? 자그마한 피래미 몇 마리 잡았을 뿐인데 어느새 해가 조금씩 저물기 시작하더라구

일단 친구와 나는 물고기는 좀더 잡고 일단 이른 저녁으로 삼겹살이나 구워먹기로 했지

캠핑용 화로에 숯불을 넣고 호일을 반쯤 감아서 삽겹살이랑 소세지랑 구웠지 소주한잔 하면서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주변은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했어

일단 고기도 다 먹었겠다 남은 숯불위에 주변에 장작거리를 주워서 작게 불을 피웠어

우리가 가진거라곤 휴대용 랜턴인데 아무래도 밤늦게 까지 하려면 배터리도 신경쓰이고 또 아주 약간이지만 그 따스한 온기가 좋았거든

물론 화재위험도 있으니 화로안에 아주 작게 피워놨지

다시 둘다 낚시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나는 2시간에 한마리 잡을까 말까 했는데

친구 녀석은 이제 한시간에 한두마리씩 낚아 올리더라고

아니 똑같은 포인트고 바로 옆인데 도대체 뭔 차이인가 하고 친구의 찌를 유심히 바라보았어

근데 순간 물에 뭔가 비치더라고 밝게 빛나는 건 아닌데 그냥 어둠속에서 툭하니 보이는

뭔가 반사된건가? 수면에 뭐가 있나? 비닐인가?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사라졌더라고

뭐 그냥 내가 취했으니 비닐같은거 착각했나보다 하고 그냥 다시 낚시에 집중했어

아마 9시? 10시쯤이었을꺼야 저녁을 일찍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조금 취해서 그런지

약간 배가 고프더라고

우리가 잡은건 별거 없었지만 다행이 통발 안에는 씨알 굵은게 두마리 정도 있더라구

거창하진 않지만 작게나마 매운탕을 끓여서 또 한잔하면서 낚시를 계속했어

낚시대 한번 올려보고 소주한잔 마시고

워낙 오래 이야기하니 이제 이야기거리가 다 떨어져서 간간히 시시껄렁한 음담패설이나 하면서

조용히 술을 마셨어

계속 한모금 한모금 마시다보니 슬슬 잠이오더라고

친구보고 30분 후에 깨워달라하고 하고 먼저 텐트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지

거의 바로 잠든거 같아 아니 잠드는거랑 깬거랑 꿈이랑 구분 안되는 그런 순간이었던거 같아

텐트 입구로 바라보니 친구의 뒷모습이 보이고 저 멀리서부터 물안개가 퍼져오는게 느껴졌어

물안개 느껴본적 있어?

단순 짙은 안개가 아니라 아에 미스트 뿌리는것 처럼 옷과 얼굴이 축축해지는... 그런 안개였어

높이는 겨우 기껏해야 수면에서 40~60cm정도 되는거 같았지

그 축축하고 눅눅한 마치 이끼냄새 같기도 하고 그것이 댐호수 중앙에서 천천히 퍼져나가며 우리쪽으로 오는데기분이 썩 좋지 않았어

비몽사몽이라 텐트를 닫을 생각은 못하고 아...오늘 잠 다잤구나 축축해서 어떻게 자냐 하며 걱정이 올라오는데

그 순간 친구가 날 깨우더라고 나는 편히 누워 자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나와 보니 역시 안개는 없었어

친구랑 다시 낚시대를 잡고 앉아서 물어봤지

안피곤하냐고 너도 잠깐 눈 좀 붙이고 오라고 했더니

친구도 잠깐이지만 잤다는거야

꿈을 꿨는데 물안개가 밀려와서 텐트 안까지 들어가려길래

깜짝 놀라서 일어났더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리고 그냥 찝찝한 기분에 날 깨웠다는데

이거... 기분이 영 좋지못했지

뭐 아마 둘다 졸았고 또 워낙 어둡고 습하니까 서로 비슷한 꿈을 꾼거라고 서로 말하면

납득했어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기온이 상당히 쌀쌀하게 느껴지더라

일단 나는 화로를 가까이 끌어오고 휴대용 랜턴을 키고 장작을 조금 더 넣어서 불을 지폈어

주변이 밝아지고 모닥불의 온기가 느껴지자 따스함과 함께 불안함도 사그러들었지

조금 맘에 걸리지만 우린 다시 맥주나 한잔하면서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나나 친구나 말수가 줄어들었고 둘다 낚시대를 부여잡고 꾸벅꾸벅 졸려 연신 하품을 했지

근데 그 순간 꿈에서 느꼈던 물 비린내가 확 느껴지는거야

축축하고 미끈한 물이끼 같은 냄새...

그리고 친구와 동시에 호수 중앙을 봤어

물안개가...생겼더라고

나나 친구나 꿈 생각에 조금 깨름칙하긴 했지만

댐이란게 뭐 워낙 습하니까 그려려니 했지 그냥 마치 서로 약속한듯 태연하게 말했어

와...오늘 진짜 습하네..

그러게 오랜만이다 이런날씨...

서로 말을 잊고 다시 찌를 쳐다보는데...

어느 순간 느껴지더라고

그 짙은 물안개속에서 뭔가 우릴 쳐다본다는게

그리고 그게 서서히 물안개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다는걸 느꼈지..

뭐랄까.... 마치 아까 고기구워 먹고 흘깃봤던 그 형체인거야

나는 느꼈어... 이게 꿈은 아니만 현실은 아닐꺼라고

그리고 지금 이게 정상은 아닐꺼라고 도망치라고

내 내면의 목소리가 외쳤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를 끌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어

친구는 당황해하며 왜 그러냐 물어봤지만

그 말투 속에서 느낄 수 있었어 이녀석도 나와 같은 공포를 느낀다는것을

하지만 나 역시 당황했고 별다른 설명은 못하고 일단 들어오라며

친구를 이끌고 텐트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어

그리고 서로 아무말 안하고 일단 누웠지

혹시 가위나 지독한 악몽 꿔본 사람 있어??

그런 사람은 알꺼야 아무리 시선을 돌리고 눈을 감아도

미지의 존재가 어디에 얼만큼 가까이 있는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험....

나는 분명 눈을 감고 텐트안에 있었지만 선명하게 느껴졌어...

긴 산발은 한 머리통이 홀로 텐트 주변을 떠다닌다는 것을

그래...진짜 황당하지... 텐트는 이미 모든 문들 닫았고

나 또한 눈을 감고 기다리는데

진짜 인정하기 싫지만...느껴졌어..

그 차가운 시선...그 싸늘한 눈빛....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이 녀석이 내앞에 있구나 내 뒤통수쪽에 있구나...

느껴지더라고...

나랑 친구는 서로 그냥 벌벌 떨면서 멍하니 있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저 대가리가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빌었지...

무슨 웃음 소리라든가 비명소리라든가 그런건 전혀 들리지 않았어

단지...축축한 물안개와... 그 섬뜩한 머리통... 그것만 기억나...

우린 날이 밝아오자 당장 짐을 꾸려 도망쳤지

그냥 이게 끝이야... 시시하지??

근데 난 정말 무서웠어...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그 시선..

어디 있는지 뻔히 느껴지는...

창백한 머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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