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내 삶의 미스테리가 십여년이 넘어서야 풀리게 된 이야기

굴요긔2017.04.14 15:32조회 수 1839추천 수 2댓글 1

    • 글자 크기


저는 아마도.. 유치원? 들어가기 전인지 후인지..아무튼 코 찔찔이 시절부터 갑자기 개를 무서워하게 됐어요.

 

 

개 공포증이라고 하죠집에 가는길에 개 라도 마주치면 무서워서 5분만에 갈 길을 개 한 마리 피해간다고 집 까지 몇 십분 이나 뺑뺑 돌아가곤 했어요.

 

 

중학교때 언제는, 걸어가다가 고개를 딱 돌리니까 마치 만화처럼 개가 두 마리가 딱! 있지 않겠어요그중 한 마리가 꼬리를 치면서 막 뛰어오길래 저는 그대로 울음이 터져서 제일 가까운데 있던 아저씨에게 전력질주해서 달려가가지고 살려달라고 막 빌었는데, (아저씨 죄송장보러 가시던 저희 어머니가 절 발견하시곤 세상 미친ㄴ 보는 눈빛으로 "너 뭐하니... "이런적도 있고.. 물론 개는 저를 쫒아오지 않았습니다.  

 

보통 개 포비아가 있는 사람은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저는 개한테 물렸다던지뭐 개에 대한 무서운 경험이 전혀 없을뿐더러,(중학교때 일은 이미 포비아가 생긴지 훨씬 뒤) 사실상 개를 실제로 가까이 본적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애였어요.

 

 

.. 5? 4때 고모네인지이모네 인지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놀이터로 안고 도망쳐서 걔를 키우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쳤던 기억이 있단 말이죠한참동안 그네에 앉아서 제 웃옷으로 감싸안은 그 강아지를 애기처럼 만지면서너무 예쁘다고우리집 가자고 그랬단 말이에요참 이상하잖아요그렇게 개를 이뻐했는데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무서워 하게 된걸까그게 저의 미스테리였습니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큰개를 자주 보다보니 어느 순간 그 공포가 사라지긴 했지만제가 사실은 개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는걸 깨닳으면 깨닳을수록 어렸을적 그런 경험은 더 큰 궁금증으로 남았어요.

 

 

대략 1년전우연히 저의 미스테리는 풀리게 됩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해외에서 혼자 살았던 저는 거의 8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저희가족은 매우 가까운 사이고대화도 많이 하고저는 특히 모든 걸 가족과 나누는 타입 이에요그런 제가 유일하게 가족들과 얘기하기 꺼려... 한달까요 좀 어려워하는 일이 있는데요저희 가족이 흔히 말하는 귀신들린 집에 산 적이 있거든요가족 중에 제가 가장 큰 피해자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보고기억하구요.....다른 가족구성원들은 그냥 그 집에 살 때 가족이 전체적으로 이상했다우리 가족이 힘든 시기였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그 일에 대해선 가족들과 얘기를 안 합니다사실 얘기를 꺼내봤지만 부모님도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랜만에 한국 들어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그 얘기가 나오게 됐어요.

 

 

엄마우리 그.. 아파트 살 때나 막 이상한거 보고 그랬잖아엄마한테 꿈꾼다고 그러고뭐 보인다고 그러면서 이사 가자고 했잖아땡칠이(제 남동생 가명으로 쓸게요)는 어디 혼 빠진 애 처럼 맨날 정신 나가있고.. 아빠는 맨날 별것도 아닌거에 엄청 깜짝깜짝 놀라고 엄마는 그거 공포영화 많이 봐서 그런 거라고 그러고... 기억나내가 이사 가자고 한 담에 얼마 안가서 이사 갔잖아.”

 

 

그러니까 의외로 엄마가 되게 덤덤히 얘기를 해 주시는거에요... 저는 언제나 엄마의 이런 덤덤함이 참 강해보이면서도 무서워요

 

 

너 원래 어렸을때부터 좀 이상한거 보고 그랬어엄마가 너 땜에 얼마나 무서웠는데.”

 

 

저랑 제 동생은 동공지진. 특히 제 동생은 "누나가????" 이러면서 어리둥절행

 

 

너 어렸을 때애가 잠자다가 새벽만 되면 누워있던 자리에서 고대로 일어나서 앉아있었어엄마는 괜히 겁먹어가지고 그럴 때 마다 왜 일어났니 어서 자자이러고 재웠는데이게 한두번이 아닌 거야너가 거의 매일 밤에 새벽만 되면 그렇게 일어나 앉아있었다.”

 

 

엄마는 애가 악몽이라도 꾸나왜 저러나 두렵고 불쌍해서 그때부터 새벽에 교회 가서 "뚱이(제 가명안 아프게 해주세요무서운 꿈 안 꾸게 해주 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셨대요.

그런데도 저는 새벽마다 계속 일어났답니다엄마가 그래서 못참고 저한테 처음으로 물어봤데요 (그제까지 걍 재운 우리엄마도 대단..) "뚱아 왜 자꾸 자다말고 일어나?" 그랬더니 제가 발밑을 가리키면서

 

 

"저기 흰 개가 못자게 자꾸 발을 깨물자나."

 

 

이러드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제가요. 소름....

 

 

그 뒤로 엄마는 교회에 가서 "흰 개가 우리 뚱이 안 괴롭히게 해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셨고그 뒤로 제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제 동생은 옆에서 ㄷ ㄷ ㄷ 이러면서 "뭐야 엄청 무서워." 이러고저는 엄청난 충격과 기쁨..? 에 손뼉을 짝치면서, "그래서 내가 개를 무서워했나봐!!!!! 나 항상 궁금했거든내가 개를 왜 무서워했지근데 그런일이 있었네." 이러니까 엄마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랬나보네." 이러셨어요.

 

 

앞에 보셔서 아셨겠지만저희엄마는 기독교인이세요온 가족이 기독교이긴 하지만저희 엄마는 매우 성실하셔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런 기독교인은 절대 아님그래서 저는 이런 주제로는 엄마랑 얘기를 잘 안하려고 해요하지만 의외로 제가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일을 겪고 얘기했을 때 가장 덤덤히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드리는 사람이 저희 엄마셔요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정말 강한 사람인가 보다 느끼면서도 엄마가 저한테 말을 하지 않은 뭔가가 있거나엄마도 어떤 경험이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이 일을 계기로 조금 알게 됐달까요?....이상한건 저였다는 것을.... 엄마는 나에대한 비밀을 더 숨기고 있는걸까.....? 

 

 

여담으로 저희 엄마가 어렸을적에 굉장히 이뻐하면서 키우던 개가 있데요백구인데엄청 똘똘하고 엄마랑 이모들이 학교 끝나고 올때쯤이면 산넘어서 (저희엄마 섬 사람학교까지 마중나오고집까지 자기가 앞장서서 가고 그랬다나봐요그런데 어느날 할아버지랑동네 어르신들이 잡아드셨다고....엄마는 그게 상처였나봐요그 뒤로 개를 안키우려고 하셨거든요잃는 슬픔이 너무 크니까요.

 

저는 절 괴롭히던 녀석이 사실 그 백구고, 엄마를 꼭 닮은 저를 보고선 엄마라고 생각해서 놀자고 계속 발을 깨물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글자 크기
역겨운, '중독 치료 모임' (by 굴요긔) 역겨운, '중독 치료 모임' (by 굴요긔)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7323 실화 분향1 여고생너무해ᕙ(•̀‸•́‶)ᕗ 785 1
7322 실화 도깨비불 여고생너무해ᕙ(•̀‸•́‶)ᕗ 589 1
7321 실화 ]음악실 커튼 너머 여고생너무해ᕙ(•̀‸•́‶)ᕗ 472 1
7320 실화 불행을 부르는 자 여고생너무해ᕙ(•̀‸•́‶)ᕗ 723 0
7319 실화 생령이 된 나 여고생너무해ᕙ(•̀‸•́‶)ᕗ 878 1
7318 단편 그것의 맛 여고생너무해ᕙ(•̀‸•́‶)ᕗ 985 0
7317 실화 하얀 구렁이1 여고생너무해ᕙ(•̀‸•́‶)ᕗ 1157 1
7316 실화 XXX GP의 지원요청 여고생너무해ᕙ(•̀‸•́‶)ᕗ 621 1
7315 실화 후회 여고생너무해ᕙ(•̀‸•́‶)ᕗ 724 0
7314 실화 흙더미 여고생너무해ᕙ(•̀‸•́‶)ᕗ 859 0
7313 단편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뒷맛이 나쁜, 한강 이야기1 굴요긔 1228 2
7312 단편 그의 일대기1 굴요긔 709 1
7311 기묘한 당골댁 외손녀 이야기 - 권선징악1 굴요긔 1507 1
7310 2CH 썩은물의 저주 여고생너무해ᕙ(•̀‸•́‶)ᕗ 1038 0
7309 실화 낚시를 그만 둔 이유1 굴요긔 1326 2
7308 단편 모닥불에 모인 사정들2 굴요긔 777 2
7307 단편 쿠폰 200장 손가락 튀김1 굴요긔 1027 1
7306 실화 레벨 50 여고생너무해ᕙ(•̀‸•́‶)ᕗ 502 0
7305 단편 역겨운, '중독 치료 모임'1 굴요긔 1157 1
실화 내 삶의 미스테리가 십여년이 넘어서야 풀리게 된 이야기1 굴요긔 1839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