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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호반의 까마귀

여고생너무해ᕙ(•̀‸•́‶)ᕗ2017.04.20 10:21조회 수 68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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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무렵 이야기다.

 

아마 3, 4학년쯤 일일 것이다.

 

현장학습이었는지, 그날은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는 대충 정해진 루트를 돈 뒤, 지정된 시간까지 자유로이 관람하게 되었다.

 

나는 사이좋은 친구 서너명과 함께 미술관을 돌기로 했다.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솔직히 나는 금세 질려서 [빨리 가자...] 라고 말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 중 한명, A 녀석은 혼자 진지하게 그림을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건네도 미술관에서 나가려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같이 A가 가고 싶은 곳을 따라다니게 되었다.

 

 

 

우리가 수다를 떨며 대수롭지 않게 그림을 보는데, 갑자기 A가 멈춰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제까지는 멈춰서도 곧바로 다시 걷기 시작하고, 다른 그림을 향해 갔었는데.

 

그 그림 제목은 확실히 무슨 까마귀라는 것이었다.

 

 

 

까마귀라는 부분만 기억하고 있는 건, 당시 내가 烏라는 한자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그리고 그 그림에는 까마귀가 그려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고.

 

 

 

그야 제목과 그림이 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그림은 분명하게 이상했다.

 

풍경화처럼 호수와 그 주변 경치가 그려져있는데, 가장자리에 기묘한 것이 있었다.

 

 

 

나무 한그루에 끈 같은 것으로 매달려있는 검은 물체.

 

무엇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까마귀는 아니었다.

 

 

 

나는 어쩐지 기분 나쁜 그림이라고만 생각했고, 다른 친구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A는 계속 움직이질 않았다.

 

말을 걸어봐도 대강대강 대답이 돌아올 뿐.

 

 

 

아무리 그림을 감상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같은 자리에만 있는 건 너무 지루했다.

 

우리는 A에게 말을 해놓고, 다른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동안 돌아다니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시간을 보냈다.

 

 

 

슬슬 집합시간이 다가오기에, 우리는 집합장소로 향했다.

 

도중 A의 모습이 보였다.

 

이럴수가, A는 아직도 그 그림을 보고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 10분은 족히 넘었을 터였다.

 

A에게 이제 집합해야 된다고 말하자, 여전히 대강대강 대답할 뿐이었지만 그림 곁에서 떠나 함께 집합장소로 향했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A는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나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현장학습이 끝난 다음날.

 

작문 용지가 나눠지고 어제 현장학습 소감문을 쓰게 되었다.

 

 

 

나는 정말 즐거웠다느니, 대충 적어냈다.

 

함께 미술관을 다녀온 친구들은 모두 제출했지만, A만은 시간 내에 쓰질 못해 집에서 숙제로 써오게 되었다.

 

다음날, 전날 소감문을 다 쓰지 못했던 사람들이 숙제를 제출했다.

 

 

 

A는 내지 않았다.

 

또 다음날, 이날이 마감일이었지만 A와 불성실한 놈들 서넛은 내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A는 평상시부터 성실하고 숙제는 밀린 적 한번 없었다.

 

평소 태도도 이상했다.

 

어쩐지 멍해서 평소 A 같지가 않았다.

 

 

 

그런 상태가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A가 내게 상담을 해왔다.

 

그날 본 까마귀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런 그림 따위 까맣게 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A가 너무나 심각해보였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했다.

 

결국 그때 내가 A에게 무슨 말을 해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진부한 말만 늘어놓았겠지.

 

그리고 또 며칠 지나 갈수록, A는 점점 이상해져갔다.

 

수업 중에 혼자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양호실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

 

 

 

나도, 친구들도 A와는 별로 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 일이 일어났다.

 

수업 도중, A는 갑자기 넘어졌다.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몸을 벌벌 떨었다.

 

교실이 웅성거리는 중, 나는 A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A는 절규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후, A는 선생님이 양호실로 옮겼다.

 

수업은 자습이 되었다.

 

 

 

잠시 뒤 학교에 구급차가 왔다.

 

창밖으로 보니, A 같은 사람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A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지만,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학년이 바뀔 무렵, 선생님은 A의 전학을 알렸다.

 

그 후 내가 들은 소식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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