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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여고생2022.05.03 10:47조회 수 2297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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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더웠던 87년의 5월...

그시절 나는 "개" 였다.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단어중 가장 좋게 표현 할수 있는 단어로 표현을 한다면 "개" 


이유없는 (당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유가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스트레스에 쩔어 살던삶.

불만, 불안, 폭력, 술, 담배, 섹스, 그 무엇도 나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지못하던 시절

이대로 집에 있다가는 목을 멜것만 같은 알수없는 불안감에 몇벌의 옷가지와 약간의 

현금을 챙겨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너무 자주 사라지다 보니 가족들은 어차피 신경도 쓰지 않을터 걱정도 되지 않았다.

강릉으로 해서 부산까지 14박 15일의 긴 방황끝에 같은과(?) 선배들이 제주도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무작정 찾아간 제주도.


정확치는 않으나 오후 5시 무렵으로 기억을 한다.

살짜기 소나기가 지나간 엻은 회색빛 하늘 서울... 아니 내륙에서는 느낄수 없는 독특한 냄새.

제주도에 도착하자 마자 1년여 동안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 말끔이 사라졌다. 


핸드폰이나 삐삐도 없던시절 우여곡절끝에 찾아간 선배들의 집은 북제주 화북동으로 기억한다.

술... 술... 술... 술... 술... 술

1주일간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술만 마셨다. 


그 시절 "탑동"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다. 정말...

혹시 아는분들이 있을지, 그 시절 제주도에서 젊은 서울 남자들의 인기는 매우 좋았다.

탑동 아무곳이나 술한잔 마시고 있으면 제주도 여자들의 헌팅이 꽤 많았다.

지역 비하발언이 아닌 당시 현실이었다.

그렇게 1주일을 술만 마시고 지내다 보니 수중에 현찰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집에다 돈을 보내달라고할 염치도 없던터.

선배들의 막노동을 따라 다니기로 했다.

막노동 이라고는 해도  정확이 말하자면 "xx창호" 소속으로 대형건물 앞에 있는 

예술작품들을 설치 해주는 상당히 전문적인 "막 노동" 이었다.

편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만 빼고는...

비오면 쉬고... 일찍끝나고...

당시로는 내 나이엔 나름 꽤 쎈 월 120 만원의 월급. 
(지금과 비교하면 안된다. 당시 120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다. 

당시 극장 개봉관이 2,500원 이었다)

6시에 일이 끝나면 샤워후 탑동에서 술 한 잔 마시고 年 45만원 자리 전세집에 

들어와 자고, 운좋은 날은 모텔로 가곤 했다.


(믿어라. 그 당시 제주도 年 45만원 전세 있었다.)

7월초,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7월초, 그때 우리 팀원 모두는 함덕 골프장 공사현장에 투입되었다. 

별다를것 없는 일상. 6시에 기상. 밥먹고 냉커피 한잔 마시고, 

380 소형 발전기 와 용접도구 챙겨 들고 여기 저기 다니며 용접하고...

그러던 중, 태풍 때문에 3일간 아무일도 못하고 현장 숙소에서 술만 마시고 지내던 어느날...

태풍 끝자락에 아침부터 부슬 부슬 비가 내리던 그 날.

바깥이 매우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보니 지금은 모르겠는데 

당시 우리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저수지 비슷한 곳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저수지에 마을 이장님 장남의 오토바이가 있고 

이장의 장남은 3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119 구조대와 경찰이 와서 저수지 속을 뒤졌는데 이장의 장남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저수지의 물을 모두 빼보자고 하곤 저수지의 물을 빼기 시작했다.

다음 날 오후, 성인 무릎 정도까지 물이 빠진 저수지를 뒤져보았으나 이장의 장남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한바탕 헤프닝 정도로 생각 하고 이장 아들도 좀 문제가 있던 터라, 

다들 배타고 몰래 목포에 간걸로 생각하자고 했다.

이장도 몇일 더 기다려보자고 나름 안심 되는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사태는 일단락이 되는걸로 보였다.


그로부터 4~5일쯤 지났을까?

그 날도 추적 추적 내리는 비때문에 일도 못나가고
(주로 야외 작업이기에 비가 오면 용접 작업을 할 수가 없다.) 

함바에서 낮술이나 한잔 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 

다른팀 멤버 한 사람이 저수지에서 굿한다고 가서 구경 하면서 막걸리에 

떡이나 얻어 먹자고 해서, 

마침 딱히 할일도 없던 우리 팀원들 모두 저수지로 굿 구경을 가게 되었다.

그때 가지 말았어야 하는 걸...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팔의 닭살과 함께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당은 나이가 상당히 많아 보였다. 거의 80 정도...


한국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 그건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참도 자세히 설명 해준다.

이장 아들이 목포에 없다드라...

이장은 분명이 저수지에 아들이 빠진걸로 생각한다...

그런데 저수지물을 빼고 수색을 해도 아들이 없자, 

수소문끝에 전라도 광주쪽에서 용한 무당을 데려 왔다드라...

저 무당이 바다에 빠져죽은 사람들 원한을 잘달래주는 무당인데, 

어제 와서 이장 아들 오토바이를 보더니 아들은 지금 저수지에 있다.

이장이 저수지 물 다빼서 확인했다고 하자, 내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난 지금 돌아가겠다.

그 말에 이장이

"그럼 우리 아들을 찾아줄수가 있느냐?"

하자 무당이

"내가 찾아주겠다."

해서 지금 굿을 하기로 했다고...

한국사람들 정말 친절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처음본 사람에게...

별다른건 없었다. 작두를 탄다든가... 돼지를 거꾸로 매단다거나 그런거 없었다.

그냥 흰 소복을 입고 저수지 쪽으로 조용히 방울을 흔들면서 뭐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것 같았다. 

좀 이상 하다고 느낀건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치고 조금 강하게 불던 바람이 잦아 들었다는거?

이런거야 워낙에 제주도 날씨가 변화 무쌍 하니까 크게 게의치 않았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무당이 바가지, 표주박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는건가?

아무튼 흰 끈에 매단 표주박을 저수지에 던지고는 다시 방울을 들고 5분 정도 합장한 체 

주문을 외우는것 같더니 무당과 동행한 젊은 남자에게 표주박을 건지라고 하더군.

급호기심이 발동한 우리 팀원들은 좀더 가까이 가서 보기로 하고 

최대한 무당쪽으로 이동을 했고, 젊은 남자가 건져낸 표주박을 받아본 무당이 뭐라고 하면서 

이장에게 표주박을 건내자, 

표주박을 받아든 그 자리에서 이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털썩 주저않고 마는거야.

주변에 있던 아줌마들은 낮은 비명을 지르며 슬금 슬금 뒤로 물러나고...

그러더니 무당이 젊은 남자에게

"그거 가져오시게."

라고 하더군...

그러자 잠시 후, 젊은 남자가 그리 크지않은 괘짝을 들고 와서는 무당에게 건네더군.

무당이 그 괘짝을 열더니 조금 크다싶은 메주. 혹시 알려나?

예전 시골 가면 새끼줄로 매달아 놓은 벽돌 모양의 메주. 


흰 끈으로 십자형으로 묶은 메주를 꺼내더니, 

그메주를 그 젊은 남자를 시켜 저수지로 던지라고 하더라구.

정말 어이가 없었지. 메주 라는건 물에 닿으면 풀어지는게 메주 인데...

그걸 끈으로 묶어서 저수지에 던지다니.. 


우린 말은 안했지만 서로 표정으로 알수 있잖아?

"저거 사기다. 혹시 된장국.ㅋㅋ"

웃을 수도 없고... 암튼, 그래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끝까지 구경하기로 했지.

역시나 젊은 남자가 흰 끈에 묶인 메주를 힘껏 저수지로 던지자, 

무당은 또 방울을 흔들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더군.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몸도 살짝 떨면서... 


그런데 그때 이장이 무당에게 받았던 표주박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나만 본게 아니고 우리팀원 모두 본거지.


표주박 속, 그 이상한 무엇을...

사람 머리카락.

그것도 꽤 많은 분명 사람 머리 카락

뭐지? 저게 뭘까? 순간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을 할수 없는 상황.


그때였어. 무당이 갑자기 큰소리로

"땡겨!!"

저 체구,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큰 소리가 나올까?

"느들도 같이 땡겨!!" 

순간 뭐에 홀린 듯, 우리 팀원, 다른 몇 사람들도 무당과 함께온 

젊은 남자와 함께 메주를 묶어서 던진 흰 끈을 잡아 당기기 시작했지.

보기와 다르게 끈은 두꺼운 편이었어. 얇은 밧줄 정도의 느낌?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건, 거의 10명 정도의 남자...

그것도 막노동에 단련된 남자들 10명이 매달렸는데 끈이 당겨 지지 않는거야.

팽팽하게...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 하이라이트 줄다리기 할 때처럼 저수지 저 안에서 

뭔가가 당기고 있는 느낌.

순간 나는 무당을 쳐다 보았다.

무당은 전혀 표정의 변화 없이 말을 했다.

"땡겨. 암꺼뚜 생각 허덜말고, 느들은 땡기기만 혀. 찬차니. 찬차니."

얼마나 힘을 주었을까. 어느순간 팽팽하던 줄이 축 늘어지면서 딸려 오기 시작하더군.

우리는 아무말 없이 계속 당겼어. 천천히... 천천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실 그리 긴시간은 아니었을것이다.

그래봐야. 3~40초.


줄끝 매듭이 보이고, 끈에 묶인 메주가 눈에 들어오더군.

"으. 으. 으악!!!!!!!!!!!!"

"아....악!!!!!!!!!!!"

"으......으......으......으......" 

끈을 당기던 우리는 모두 동시에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자빠지면서...

누구는 기어서, 누구는 뒤로 넘어진 상태 그대로 기어서 저수지 윗쪽으로 물러서기 시작했어.

도망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지.

몇몇은 그 자리에서 쓰러진 채, 움직일수도 없이 부르르 떨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수지 위쪽 둔턱에서 구경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이었어.


이장 아들사체가 나온거야.

119 구조대. 심지어 저주지 물을 다 빼면서 까지도 못찮았던 이장의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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